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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그렇게 시간이 순식간에 갔어요”

2015-04-07 2015년 4월호


“찰칵, 그렇게 시간이 순식간에 갔어요”
 
그는 40년 가까운 공직 생활을 오로지 카메라 셔터만 누르며 지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이제 인천의 과거를 담은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심영보(59) 씨는 인천시 시절 김태호 시장부터 광역시의 현 유정복 시장까지
역대 시장 17명의 활동을 전담해서 촬영했다. 그는 지난 2월, 공직을 마무리하며 38년 5개월 동안 분신과 같은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글 유동현 본지 편집장
 


1976년 9월 3일 그는 인천시와 인연을 시작했다. 시청 사진기사가 정년으로 자리가 났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그는 충남직업기술학교를 다니며 ‘사진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쯩’ 덕에 쉽게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그에게 주어진 공무원 신분은  이름도 생소한 ‘잡무수’였다. 그때부터 그의 카메라는 인천의 ‘현장’과 그 현장에 있는 ‘시장’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26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1990년 송림동 부처산 산사태, 54명의 꽃다운 청춘이 화마에 희생된 1999년 인현동 화재사건 등이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1986년 주안 시민회관 인근에서 벌어진 인천 5·3 민주화항쟁 때의 일이다. 건물 옥상에서 경찰과 한 조가 돼 망원렌즈로 시위대 채증(採證)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갑자기 옥상으로 통하는 철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위대 일부가 사진 찍는 것을 알고 달려온 것이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공포감에 떨었지만 다행히 문이 열리지 않아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사진 작업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요즘처럼 바로 확인하고 전송이 가능한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스트레스가 아주 심했다. 찍고 있어도 혹시 헛방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빛이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현장에서 돌아와 밤새워 시청 구석방에 마련된 암실에서 인화를 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그러곤 다시 신문사로 달려가 기자들에게 사진을 전달했다. 급할 땐 시장 전용차까지 이용했다. 
지금 생각해도 오싹한 기억이 있다. 1980년 대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인천시청을 초도순시했다. 물 샐 틈 없는 경호로 현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살벌했다. 사진기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고 플래시도 미리 터트려 보았다. 필름은 경호원 바로 앞에서 끼도록 했다. 행사 후 지역구 의원들이 선거용으로 쓰기 위해 대통령과 함께 각각 기념사진을 찍는 순서가 있었다. 순조롭게 사진을 찍던 중, 모 국회의원이 눈을 감은 것 같아서 별생각 없이 “다시 한 번 찍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옆에 있던 경호원이 다짜고짜 그의 목덜미를 잡아 끌고 나갔다. “너, 이 ×× 죽을래?” 거친 육두문자가 쏟아졌다. 한동안 그는 카메라 드는 게 두려웠다. 
시장을 수행하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지구촌 곳곳을 누빌 기회가 많았다. 평양과 뉴욕 유엔본부도 다녀왔으니 이 세상에서 안 가본 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공무원 신분도 고용직, 기능직, 별정직, 전문 경력관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시청에서 그의 호칭은 언제나 ‘심 반장’이었다.
“여태껏 꿈속에서 시장님 한번 본 적이 없는데, 어젯밤 꿈에 서 유 시장님을 뵈었어요.”
극구 사양하는 것을 강권하다시피 해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심 반장은 뜬금없이 꿈 얘기부터 꺼냈다. 한창 일할 땐 시장 꿈을 꾼 적 없는 그가, 은퇴한 뒤 꿈속에서 시장을 다시 만나고 있으니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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