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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섬엔 독 짓는 할배는 살지 않는다

2015-09-04 2015년 9월호


이제, 그 섬엔 독 짓는 할배는 살지 않는다

문갑도는 덕적도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다. 덕적도에서 배로 30분이면 닿는 거리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쉬 머물지는 않는다. 평일 덕적군도 일대를 도는 나래호를 타면 문갑도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인천이나 덕적에 나갔다 오는 주민들이다. 굴업도에 백패킹하러 등허리에 짐을 산더미처럼 짊어진 캠핑족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큰 섬에 묻히고 유명세에 가려져 있지만 한때는 새우가 이 섬 풍요로움의 ‘키워드’ 였다. 새우 때문에 독 공장이 두 곳이나 있었고 새우를 실어오고 내보내는 배로 섬은 늘 북적거렸다. 

글 이용남 본지편집위원  사진 류재형 자유사진가




새우로 부자섬… 나그네에게 후했던 인심

연평도가 조기 파시로 명성을 떨쳤다면 문갑도는 새우 때문에 한가락 하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까지 문갑도 주민들을 먹여살린 건 새우였다. 당시 만해도 문갑도와 선갑도 사이, 각흘도 주변에서 새우가 엄청 잡혔다. 새우가 다니는 길목에 범선을 띄워놓고 하루 두 번 밀물 때 새우 그물을 걷어 올리거나 매일 배를 타고 나가 새우를 잡았다. 바다에 그물을 던지면 그물이 터질 정도였고, 집마다 배가 하나씩 있어 나갔다 하면 새우를 가득 싣고 들어왔다. 새우잡이로 부자 섬이 되었고 섬에 들어오면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밥과 잠자리를 제공할 정도로 인심이 좋았다.



새우는 바로 섬으로 들여와 섬 해변과 한월리해수욕장에 있던 새우젓 저장고로 옮겼고, 찐 후 말려 팔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새우젓을 숙성시키는 저장고가 여럿 있었다. 저장고에 새우를 붓고 소금을 넣은 다음 숙성시켰다. 부두에는 새우젓 배가 많아 정박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독 공장은 새우 때문에 생겼다. 문갑도에 독을 굽는 가마는 두 곳 있었다. 하나는 천주교 공소 밑에, 또 하나는 한월리해수욕장 부근 깃대봉으로 올라가는 산 길목에 있다. 천주교 공소 밑에 있던 가마는 작았지만, 한월리에 있던 가마는 수천 개의 새우젓 독을 한꺼번에 구을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꽤 컸다. 지금은 이글거리는 불꽃의 힘으로 새우젓 독을 만들어내던 가마는 없다. 다만 가마터만 남아 무심한 세월을 대변하듯 나무와 무성한 풀로 뒤덮여 있었다. 독 공장들이 없어진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월리 해변이나 인근 산길에는 항아리 파편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어 독 공장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몇 날 며칠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나면 새우젓 독이 완성이 됐지. 열이 워낙 세 2~3일은 지나야 열기가 빠졌어. 그러면 동네 아낙들이 가마로 들어가 독을 뻬내곤 했어.” 주민 김현기(76) 어르신의 증언이다.



한월리 가마터에서 수천 개 옹기 구워

새우젓을 저장하는 탱크는 한월리 가마터 인근과 해변에 여럿 있었다. 한월리해수욕장 부근의 저장고는 콘크리트로 만든 네 칸짜리였다. 저장고의 깊이는 사람 키보다 훨씬 높았다. 김현기 어르신의 증언에 의하면 가마에서 독이 나오면 저장고에 있던 새우젓을 한 독씩 담아 아낙들이 머리에 이고 날랐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했던 여자들의 대부분이 피란민과 주민이었다.

5,60년대만 해도 한월리해수욕장 산기슭에 피란민들이 많이 살았다. 방하나 부엌하나로 지어진 집에서 피란민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민물로 밥을 해먹고 마을일로 품삯을 받으며 살았다. 생태적으로 문갑도는 다른섬과 달리 물이 깊고, 풍부했다. 새우가 많이 잡힐 때는 섬 주민이 1천 명을 넘었다고 한다. 지금은 40여 가구에 주민 60여 명이 살고 있다. 
문갑도에서 독 공장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북한 피란민이었다. 그는 당시 인부 10여 명과 독 공장을 운영했다. 독 공장에서는 새우젓 독뿐만 아니라 장독, 항아리, 시루 등 다양한 그릇을 만들었고 인근 섬에서도 사갔다. 독을 만드는 일은 기술자들만 할 수 있었고, 하루에 50개 이상은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의 독은 물레를 돌려 만드는 수공업 형태였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당시 독을 만들 때 물레를 돌리면서 흙을 붙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매우 청명했다고 기억했다. 독을 만드는 데 쓰는 흙은 충청남도에서 가져왔다. 문갑도는 독의 고장답게 집집마다 유난히 많은 항아리가 눈에 띈다.

새우젓 독은 대체로 위 지름 30㎝, 아래 지름은 24㎝, 높이는 50㎝ 정도가 되는 아래가 좁은 원통 모양의 옹기다. 새우젓은 옹기에 담아 옹기째로 팔려나갔다. 상인들은 새우젓 독을 쪽지게로 팔러 다녔다. 가까운 데로 나갈 때는 두 독을, 멀리 갈 때는 한 독을 얹었다. 새우젓은 충청도나 인천으로 갖고 나가 쌀, 곡물 등과 바꿔 먹기도 했다.
독 공장은 70년대 문갑도 주변에 새우가 점차 사라지면서 없어졌다. 새우가 잡히지 않게 되자 선주들 중엔 빚을 지는 사람이 생겨났고, 독의 수요도 점점 줄어들었다. 새우로 풍요롭던 섬은 점점 경제가 쪼그라들었고 사람들은 섬을 떠났다. 김현기 어르신의 기억에 의하면 한월리가마에서 몇 번 옹기가 제대로 구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옹기가 다 파기되었고 이런 일이 있은 후 재산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가마 주인은 섬에서 지내는 삶을 견디지 못하고 섬을 떠났다.    



돌아온 새우, 문갑의 옛 영광이었으면…

흔하디 흔했던 새우가 갑자기 없어진 것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어떤 어르신은 60~70년대 경제개발로 산업용 오폐수가 서해바다로 들어오면서 새우가 없어졌다고 믿고 있었다.    
문갑도 주민들은 이제 어업을 하지 않는다.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배를 부릴 수가 없다. 주민들은 밭농사를 짓거나 정부의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한다. 섬 면적은 넓으나 마을을 제외하고는 평지가 없어 농사도 밭농사 위주다. 주민들은 주로 감자, 고구마, 고추, 마늘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고 쌀은 덕적도나 육지에서 들여온다.




문갑도에는 네 가지 종교가 공존한다. 감리교, 장로교, 당집, 천주교. 바다로 나간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던 당집부터 60여 년 전 가장 먼저 들어온 감리교인 문갑교회, 20여 년 전 생긴 천주교 문갑공소, 장로교 구원교회가 들어와 이 섬에 터를 잡았다.
문갑도는 해변도 아름답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덕적군도 섬들을 환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 마을에서, 선착장에서, 한월리해수욕장에서 정상인 깃대봉(276m)으로 올라가는 산책코스는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식생, 바다풍광, 소나무 군락을 보고 체험하면서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산속 숲길은 아늑하면서 완만해 초보자도 무난히 걸을 수 있는 코스다. 276m 최고봉인 깃대봉에 서면 점점이 흩뿌려진 보석 같은 덕적면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선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와 서쪽으로는 선단여, 굴업도 등의 아름다운 섬들이 구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최근 들어 문갑도 주변 바다에서 새우가 다시 잡히고 있다. 신안이나 전라도배들이 이곳에 와서 새우잡이를 할 정도다. 문갑도의 옛 영광을 다시 재현했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바람을 가져본다. 한월리에 있는 가마터도 나무와 풀을 걷어내고 새롭게 꾸미면 문갑도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좋은 장소가 될 듯싶다. 옹기를 만들고, 굽는 장면을 가마를 통해 시연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문갑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듯하다. 역사적 자원을 살리는 길이 문갑으로 사람이 모이게 하는 또 다른 길이다.



문갑도가 열린다 ‘자구리 축제’
매년 음력 8월엔 자구리가 든다. 뱃터에서 공갈미끼를 던지면 던지는 족족 달려 올라온다. 줄줄이 사탕. 잡는 사람도 어이가 없고 구경하는 사람도 어이가 없다. 문갑도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초가을의 물고기인 자구리를 축제의 소재로 정했다.
설마 축제가 제대로 될까.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축제위원회를 꾸렸다. 다행이 축제는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면서 성황을 맞고 있다. 올해로 2회째다. 올 문갑도 자구리축제는 9월 12~13일 열린다. 자구리는 가을 전어의 사촌으로 모양은 밴댕이와 비슷한데 맛은 전어맛이며 전어보다 가시가 연하고 맛이 좋다. 문갑도 주민들은 자구리를 잡아 말린 다음 구이로 즐겨 먹는다. 자구리 낚시는 미끼를 쓰지 않고 낚싯대에 바늘을 5,6개씩 달아도 바늘마다 튼실한 자구리들이 낚여 손맛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축제 행사로는 낚시 외에도 낚지캐기, 조개잡이, 자구리 목걸이 만들기, 풍등 날리기, 등산로 트래킹 등이 진행된다. 축제 참여는 사전예약으로 선착순 250명 만 받는다. 문의 자구리축제 준비위원회 010-6669-5959
가는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고려고속훼리 이용, 인천→덕적도→문갑도
문의 고려고속훼리 1577-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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