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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내가 너를 떠날 수 없는 이유

2015-09-04 2015년 9월호



인천, 내가 너를 떠날 수 없는 이유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글 이용남 본지 편집위원



시인의 눈에 비친 인천은 어떤 모습일까? 보석 같은 시어(詩語)들로 아름다움을 읊조릴 수 있는 도시일까. 아니면 개발 사업으로 옛 풍경과 생명이 사라져가는 가슴 먹먹한 도시일까?
박일 시인(57·송도고등학교 교사)이 펴낸 ‘바람의 심장’은 인천의 개발현장과 시인이 마음에 담았던 자연풍경을 시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표현한 시 72편을 담고 있다. 수록된 시들은 시인이 국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오랫동안 생각해온 시어와 시구들을 갈고 다듬어 창작한 자식 같은 글들이다. 1991년 첫 시집 ‘사랑에게’ 이후 24년 만의 결실이다.
시 ‘연수구 연수동’에서는 송도 바다의 풍경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묘사한다. “아우성치는 조개와 조그만 어린 게들/ 바구니에 이고 가는 아낙네들”의 풍경은 사라지고, “갯벌을 생매장한 공동 묘지터가 보이고/ 비석처럼 늘어선 고층빌딩만 보인다”며 도시화로 자연을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의 환경을 그리고 있다.

‘배다리 책방 안에는’이란 제목의 시에서는 청년이 수없이 드나들며 시를 읽었던 배다리 책방의 추억을 시로 표현했다. 시를 읽으며 만났던 그녀는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고 내재화되었다. “배다리 좁다란 골목길/ 모퉁이 책방에는/ 그녀가 읽어주던/ 시집 한권이 꽂혀 있습니다/ 동인천역을 나오다가 혹시/ 그녀가 좁다란 골목길 그/ 옆길로 와서 시를 읽고 있지 않을까….”
시인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들인다. 그래서 1년에 3~7편 정도 시를 쓴다. 시상(詩想)과 이미지를 찾고자 인천의 곳곳을 누비고 다니다 이곳이다 싶으면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한 뒤 다시 시로 만들어 간다. 시작(詩作) 과정이 녹록지 않아 첫 시집 이후 오랫동안 시집을 못냈다.
시인이자 교사인 그는 문학이야말로 인성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문학을 읽으면 감수성이 풍부해져 인성교육이 저절로 되고, 삶의 여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시가 타인과 나를 바라보는 창문 역할을 한다는 것. 간혹 수업시간에 시 창작을 하게 되면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눈망울과 얼굴에 평온이 깃드는 것을 느낀다. 문학의 힘이다.

시인은 문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많이 보고 느껴라, 그리고 상상력을 키우는 힘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상상력을 이미지로 그리는 힘이야말로 시인이 가져야 할 자질이자 소양이다.
시인은 ‘바람의 심장’ 시집 발간을 계기로 시작(詩作) 활동을 더 왕성히 할 생각이다. 그동안 생업과 시간적 제약 때문에 묻어두었던 감성과 창작의 힘을 끄집어내어 인천 문학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 그의 시에는 탁월한 시어 속에 감춰진 역설(逆說)이 있다. 그의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시대의 공감으로 승화하길 바라며, 그의 다음 시집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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