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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한글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2015-10-05 2015년 10월호


내 나이가 어때서~

‘한글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인천에 아시아 최초로 세계국립문자박물관이 2020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팔만대장경부터 훈맹정음, 디지털문자까지 문자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가진 도시로 인정받은 셈이다. 문자에는 다양한 민족들의 사상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
한글에도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이 살아 숨 쉰다. 10월 9일은 세종대종이 한글을 만들고 반포한 날이다.
그 나름의 사정 때문에 한글을 못 깨친 어르신들과 인천에 뿌리를 내리려는 외국인들이 한글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문자의 도시 인천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의 가지가지 사연과 꿈을 들어봤다.

글 이용남 본지편집위원  사진 유창호 자유사진가



남구노인복지관

어르신들 한글로 가슴의 응어리 풀어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인천남구노인복지관.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글교실엔 40여 명의 할머니들이 강사의 가르침을 따라서 한글 받침을 익히고 있었다. 뭉뚝하고 잔주름이 많은 손으로 연필을 꼭 쥐고 글씨를 또박또박 쓰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모음의 ‘ㅙ, ㅚ, ㅜ, ㅠ’ 등의 활용법을 강사에게 배우고 있었다. 강사가 글을 읽으면 그에 맞게 써보는 과정이었다. 할머니들의 연세는 70~80대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은 1927년생으로 올해 88세인 이경한 할머니다. 할머니는 항상 남보다 일찍 와서 맨 앞줄에 앉아 한글 공부에 몰두하고 있어 강사로부터 칭찬을 듣고 있다.
주안 7동에 사는 조판례 할머니(75)는 한글 공부를 하면서 가슴에 맺힌 한을 풀고 있다. 작년에 처음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73년간 한글을 모르고 살아왔다며 울먹였다. 글씨를 몰라 당한 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상살이에 자신이 없었고 항상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 고향이 안성인 할머니의 형제는 7남매였는데 딸 셋만 공부를 못했다. 예전엔 딸들을 학교에 보내는 걸 꺼렸기 때문에, 집에서 일만 하다 결혼하면서 배움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할머니는 글씨를 몰라 당한 설움 때문에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버스 종착역을 못 읽어 엉뚱한 곳에 내리기도 했고, 다방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글씨를 몰라 헤매는 일도 있었다. 한글을 모르고 공부도 못했기에 할머니는 평생을 허드렛일을 하며 살았다. 목욕탕 때밀이, 설거지· 반찬 아줌마로 밤낮없이 일했다. 자신이 겪은 아픔을 대물림해 주기 싫어 자식들은 무조건 가르쳤다.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난 뒤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된 게 가장 기쁘다.




이은순(79)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에 오는 게 즐겁다. 쌍받침 쓰는 게 어렵기는 하지만, 자유자재로 읽을 수 있고 쓰는 것도 꽤 가능해져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할머니는 7살 때 취학통지서가 나왔지만 학교를 못 갔다. 대신 오빠가 공부할 때 곁눈질로 글씨를 조금 익혔다. 아이들은 엄마가 ‘까막눈’이란 사실을 몰랐다. 젊은 시절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봉제공장에서 미싱일을 마친 후 야학에 나가기도 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알게 됐지만 엄마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며느리가 아는 것은 좀 창피했다고 고백했다.
이곳에서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은 글을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가슴에 ‘무거운 멍에’ 하나씩을 쓰고 살았다. 은행에 가서도 대필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사람이 올 때까지 마냥 앉아있어야만 했다. 이귀순 할머니(79)는 글씨를 배워 은행에 가서 돈 찾는 것만 할 수 있어도 만족이라고 한다.
남구노인복지관은 한글을 못 배운 어르신들을 위해 문해교육의 일환으로 ‘한글교실’을 열고 있다. 초급, 중급 과정으로 이뤄져 있고, 어르신들의 요구가 많아 과정이 늘어나고 있다. 한글교실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잘 읽고 쓰게 돼도 한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복지관은 어르신들의 자존감 회복 차원에서 한글과정 이수자들의 주먹을 청동으로 본떠 전시하고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 차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복지관의 한글교실은 60세 이상으로 남구에 거주하는 어르신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문의 남구노인복지관 861-3001



글로벌서비스센터

외국인을 위한 한글교실
지난 9월 14일 송도국제도시 G타워 1층 글로벌서비스센터. 이곳은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어 교실 운영, 한국문화 행사, 인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글로벌서비스센터가 지원하는 서비스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한국어교실’. 초·중·고급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한글 초급반 교육이 시작됐다. 수업 등록 학생 15명 중에 오늘은 10명 정도가 참석했다. 국적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노르웨이,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등 주로 미주, 유럽권이었고, 직업도 학생, 교수, UN기구·GCF 직원 등 다양했다.
이날 수업 내용은 한글 단어 읽기와 받침 있는 단어 배우기였다. 강사는 먼저 학생들의 숙제를 검사하고, 그림을 보여주면서 제대로 읽고 있는지를 체크했다. 학생들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더듬더듬 한글을 읽어 내려갔다. ‘아빠’ ‘오빠’ ‘해’ ‘구두’ ‘비싸다’ 등.
강사는 외국인들이 헷갈리는 글자 ‘게와 개’의 차이점과 활용법을 설명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게는 바닷가에서 옆으로 기어다니는 게, 개는 한 개, 두 개, 세 개를 뜻한다고 설명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캐나다에서 온 브리(22, 외국인학교 교사)씨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국문화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글교실에 등록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 캐나다에서 한국어 공부를 잠깐 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한글과 영어의 문장 구조가 달라 공부가 다소 어렵지만,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서는 배우기 싶다고 여겼다.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인 앤드루(30)씨도 한글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3년 전 평택 미군기지에서 근무할 때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다. 그도 영어와 다른 한국어의 문장 구조를 익히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아내의 가족은 물론 한국 사람들과 자유롭게 말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글로벌서비스센터에서는 한글교실을 5단계로 운영하고 있다. 초급 1·2, 중급 1·2, 최고급반이 있다. 한 과정당 15주씩 운영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1시간 30분씩 수업한다. 수업료는 무료. 글로벌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초·중급 과정 수업을 마치면 한국인들과 웬만한 회화는 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밝혔다. 문의 글로벌서비스센터   458-5790



부평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결혼이주민 여성, 생활 한글 수업으로 큰 인기
부평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결혼이주민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초급부터 5단계 최고급 과정까지 있다. 결혼이주민 여성 중엔 이곳에서 한글을 배운 후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c)에 도전하는 사람이 꽤 많다.
지난 9월 14일에 있었던 한글교실은 3단계 수업이었다. 중·고급 과정인 3단계는 문장 구성, 생활 회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 수업에선 한글 문장 만들기 게임을 했다. 팀을 나눠 강사가 제시한 앞 단어를 참조해서 그 뒤 문장을 빨리 만드는 팀에게 선물이 주어졌다. 문장도 결혼이주민 여성들이 가정에서 겪는 일상의 대화로 꾸며져 흥미를 돋우었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이진영 씨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사춘기인 아이들과 소소한 얘기들을 하고 싶은데 소통이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뤄진(중국, 34) 씨는 한국인 남편과 2007년 결혼해 3년 전 인천에 왔다. 그간 한글을 배워왔기 때문에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고, 어느 정도는 신문 읽기도 된다. 하지만 쓰기와 문법은 아직도 어렵다. 조사 ‘을, 를, 가’를 올바르게 쓰는 것과 ‘때문에’ ‘위해서’의 사용법이 늘 헷갈린다. 지금 임신 중인데,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한글을 가르칠 계획이다. 또 토픽에 도전해 자격증을 따면 한국과 교류하는 중국 무역회사에 취직하고 싶다. 꿈을 이루기 위해 중급과정을 마친 뒤에도 계속 공부를 할 예정이다.
부평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인천시의 다문화 관련 거점센터로 지정되어 있다. 부평에 결혼이주민 여성이 가장 많다. 한글 과정은 3개월씩 진행되고, 결혼 이주민 여성에게는 수업료와 책자가 무료로 제공된다. 한국어 과정을 들으려면 센터에 와서 일단 레벨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센터는 인천시 특화사업으로 토픽반을 운영하고 있고 학생들 중 일부는 10, 11월에 있을 토픽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글교실은 인천시 9개 다문화가족센터에서 모두 진행하고 있다.
문의 부평구 다문화가족센터 5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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