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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디자인에 젖다
인천, 디자인에 젖다
일상에서 만나는 디자인은 표정 없는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확 바꾸고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인천은 최근 공공 미술 프로젝트 ‘송도아트시티’를 조성하고, ‘2015 인천국제디자인페어’를 개최하는 등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바이탈
미술관 아닌 공원에서 만나는 예술
가우디의 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불린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카사 밀라.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가 지은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창적인 건축물들은 바르셀로나의 얼굴이 되었다. ‘예술’을 뛰어넘는 디자인은 그 도시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관광자원이 되어 시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공 미술 프로젝트인 ‘송도아트시티’를 통해 송도국제도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지난 9월, 송도국제도시 송도센트럴공원에 예술과 일상을 넘나드는 국내외 작가 여덟 명의 작품이 설치됐다.
대즐
공원 광장 한가운데,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을 거대한 화폭 삼아 색색의 그림이 펼쳐진다. 최근 해외 미술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슈퍼그래픽의 일종으로, ‘예술 위를 걷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밋밋했던 컴팩트스마트시티는 영국 전통건축의 튜더(Tudor) 양식을 적용한 독특한 패턴으로, 이제야 제 이름에 걸맞은 옷을 입었다. 센트럴공원의 명물인 수상택시와 선착장은 연노랑과 회색의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경쾌함을 살렸다. 산책로에 설치된 금속 파이프 소재의 조형물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파이프를 신기한 듯 훑고 지나고, 때론 미로 같은 조형물의 안팎을 넘나들며 술래잡기를 한다.
쉬면서 놀이하듯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예술. ‘송도아트시티’ 프로젝트는 전시관에 갇혀 있는 소수를 위한 예술을 대중 앞으로 이끌어 낸,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인천아트플랫폼
낡은 것, 디자인으로 거듭나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버스 정류장, 창밖으로 스치는 거리의 간판, 도심의 공원…. 일상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디자인은 도시 곳곳에 스며있다. 이는 도시디자인과 건축학을 적용해 계획적으로 건설한 신도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좁다란 골목과 낮은 집들을 품은 원도심에서도 얼마든 미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NDSM(New Dock activities Stories Members)은 버려진 조선소에서 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이끼가 움을 트던 컨테이너는 레스토랑으로, 방치된 크레인은 50미터 전망을 갖춘 호텔로 다시 태어났다.
인천에도 디자인으로 역사와 문화를 복원한 공간이 있다. 중구 개항장에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이다. 이곳은 허름한 도시건축물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10여 년 전 지어진 창고와 공장 등이 있던 쇠락한 도시의 뒷골목은 예술의 옷을 입고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물진두 순교기념당
아트플랫폼에서 멀지 않은 한중문화원 옆에는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이 있다. 개항장은 우리나라 천주교의 밀알이 떨어진 곳이자 아픔이 응어리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다.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 당시, 현 해안성당 부근 제물진두에서 순교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십자가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굴곡의 역사가 담긴 구도심의 또 다른 디자인스폿이다.
남구 숭의동의 ‘우각로 문화마을’과 송월동 동화마을 등 오래된 동네도 디자인의 옷을 입고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텅 빈 집과 쓰러져가는 담벼락, 황량한 콘크리트 계단에 하나둘 고운 그림이 새겨졌다. 주민들의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었다. 젊은 예술가들로부터 시작된 이 아름다운 움직임은, 오래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송도 트리
디자인도시를 향한 아름다운 움직임
더 새로운 것, 더 아름다운 것을 취할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확 바꾸고, 관광자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길을 모으기도 한다. 이에 우리시는 지난달 12일 ‘인천시 도시 디자인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2025년을 목표로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발걸음을 성큼 내디뎠다.
이달 5일부터 8일까지는 ‘2015 인천국제디자인페어’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 행사는 2004년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국내외 디자이너의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전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시민과 함께 하는 디자인’을 내세워 기업, 개인 디자이너, 학생 등 시민의 참여 폭을 넓혔다. 디자인 포럼과 교류전, 전시회 등 행사 내용도 다채롭다. 특히 3D 프린팅과 미래 디자인 소재 등을 전시하며 디자인 도시로서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노장들이 쌓아 온 독보적 스타일, 젊은 디자이너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직관할 기대감으로 이미 설렘은 시작됐다.
디자인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소소한 생활용품 하나, 머무는 공간 곳곳에 디자인이 깃들지 않은 것이 없다. 인천의 도시 공간도 달라지고 있다. 더 새롭게, 더 아름답게, 인천이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는 날이 멀지 않다.
2015 인천국제디자인페어
기간 11월 5일(목)~8일(일) 4일간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일대
전시 내용 국내외 작가 및 디자이너 작품
문의 2015 인천국제디자인페어 운영본부
1544-2757 www.inde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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