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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의 수백 년 토박이 역사와 문화 지킴이로…
2015-11-04 2015년 11월호
영종의 수백 년 토박이
역사와 문화 지킴이로…
국제공항, 신도시, 관광단지 조성 등 개발의 열풍으로 영종도의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영종도도 그 물결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영종도의 옛 모습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어르신들이 있다. 선조 때부터 수백 년간 영종을 터전으로 살아온 분들이다.


영종도를 다녔던 종선 / 옛 영종도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학예회 장면 (김홍일 제공)

50년간 영종의 유일한 사진관을 운영한 김홍일 어르신
김홍일(81) 어르신은 50년간 영종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당시 영종의 유일한 사진관이었다. 영종 주민 중 그에게 사진을 안 찍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유일한 사진사였기에 영종의 풍경, 사람, 역사를 기록했다. 그의 가문은 33대째 영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김 어르신은 사진관을 운영하면서도 생활유물을 수집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특히 운양호사건 때 우리 수군이 던진 140년된 포탄과, 옛날 영종도 금광에서 금을 채취를 할 때 사용했던 ‘얼레’ 등도 수집했다. 이외에도 과거 영종 사람들이 쓰던 사발부터 시작해 소여물을 썰어 주던 작두, 베틀 등 생활유물만 수천 점이 된다. 이 유물들을 보관할 데가 없어서 비닐하우스에 넣어 두기도 했다.
김 어르신은 수집한 생활유물을 전시할 공간을 갖고 싶었지만 영종의 땅값이 비싸지면서 꿈을 접었다. 지금은 수집한 유물 상당수를 건립중인 영종역사관에 기증했다. 그는 영종도의 개발 전 풍광과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수천 장의 흑백사진을 갖고 있다. 젊은 시절 주말마다 영종도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찍은 자료들이다. 사진에는 지금은 사라진 영종의 지형, 건물, 집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진에 촬영장소, 없어진 집의 주인 이름을 일일이 기록해 놓았다.
김 어르신은 “인천공항 자리는 옛날 낙지와 조개를 잡는 곳이었고, 용유도는 물이 빠진 뒤 돌다리를 건너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평생을 걸고 찍은 기록사진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생각이다. 수천 수만 컷의 사진정리 작업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다.

선조때부터 수백 년간 영종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추금희 어르신
추금희(운남동 거주·94) 어르신도 영종 토박이다. 1592년에 선조들이 영종도에 정착했고 500년 넘게 영종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추 어르신은 영종진 추모제와 복원사업에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다. 노구이지만 고향의 역사를 지키는 일에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추 어르신은 인천여고 교사를 지냈다. 퇴임 후 고향에 정착하면서 지역 문제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영종 역사에 관한 산증인이다. 영종의 옛 모습, 변화상을 꾸준히 보아 왔기 때문이다. 추 어르신은 앞으로 영종진이 잘 복원되면 관광지로, 아이들 교육의 장으로 이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영종동주민자치센터와 영종도서관에 ‘향토서가’ 생겼어요
중구 영종동 주민자치센터는 북카페에 지역주민들이 자기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북카페에 설치된 ‘영종·용유 전용서가’ 코너다. 이 서가에 비치된 향토 관련 서적은 70여 종. 그 중 관심을 끄는 서적은 1992년에 발간된 ‘영종·용유향토지’다.
영종·용유 향토지 제작에는 2011년 작고한 김근배 어르신의 노력이 컸다. 고 김근배 어르신은 영종도국제공항, 관광단지가 조성되면서 자신의 고향이 송두리째 변할 운명에 놓이자 고향에 대한 이야기, 역사 등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바쁜 농사일에도 일일이 동네를 다니면서 구술을 엮고 자료를 모았다.
이 책은 영종·용유지역의 마을과 집집마다 내려오는 설화, 지역의 언어, 야사, 동네 지명 이야기,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집대성했다. 향토지이면서 인문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지금도 영종·용유에 관한 연구에 꼭 필요한 책이다.
서가에는 영종에 5백여 년간 살아온 추 씨 문중에서 만든 ‘명심보감’, 1875년 운양호사건 때 빼앗긴 영종진에 있던 병서, 군서, 사자기, 대포, 조총 등의 자료가 담긴 ‘영종진 호적부’도 볼 수 있다. 이 호적부는 2005년 도쿄대학 박물관에서 발견됐다. 이 밖에도 영종도 마을들의 특징, 자연지리 등을 화보식으로 엮은 ‘아, 영종’ 등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 있다.
영종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앞으로 더 많은 영종·용유 관련 책을 발굴해 구비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영종도서관은 영종의 사진, 지도, 도서 등의 기록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향토자료 아카이빙 사업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인사 간담회, 전시회, 강연회 등을 가졌고, 도서관 2층 참고 간행물실에 영종도 관련 도서 및 지역신문을 소장하고 있다. 또 영종도 향토자료 작품 공모전인 ‘옛 영종도의 모습을 찾습니다’를 이달 21일까지 열고 옛 자료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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