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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질수록 낭만도 깊어지는 그 바닷가
겨울이 깊어질수록,
낭만도 깊어지는 그 바닷가
겨울 바다는 고요하다. 파도만이 흰 물꽃을 일으키며 밀려왔다 가기를 반복할 뿐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바다는 겨울에야 비로소 본연의 모습을 찾는다.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겨울이 깊어질수록, 선재도 바닷가의 낭만도 추억도 점점 깊어져만 간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금빛 융단 건너 ‘목섬’으로 선재도 당너머 해변 앞에는 ‘목섬’이라는 무인도가 있다. 물이 빠지면 섬사람들이 ‘목떼미’라고 부르는 길이 열린다. 사방이 갯벌로 질퍽거리는데 신기하게도 이 섬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모래가 보송보송하게 깔려있다. 혹시라도 발이 빠지지 않을까, 맘씨 고운 섬은 바닷길을 트고 갯벌 한가운데 금빛 융단을 깔아 놓았다.
‘자우 팩토리’에서 작가 자우
쓰레기 예술로 꽃피우는, 자우 팩토리 바닷가 입구에는 김연용 작가의 작업실 ‘자우 팩토리’가 있다. 버려진 컨테이너로 만든 공간에서 세상의 버려진 것들이 쓸모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마법이 펼쳐진다. 지난봄에는 선재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선영호’의 잔해가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에는 바닷가로 밀려온 통나무가 색색의 옷을 입고 검은 바다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작업실 한쪽 벽면에는 눈먼 어부였던 아버지가 목수였을 때 사용하던 연장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아버지를 기리며, 언젠가 눈이 아닌 손으로 보고 느끼는 사진을 전시할 생각이다.
텃밭 ‘키친 가든’
이 안은 따스한 봄날, ‘키친 가든’ 바다향기 바로 옆에는 쿠바식 작은 텃밭이 있다. 이름 앞에 ‘쿠바식’이 붙은 건 쿠바에서 미국의 원조가 끊기고 플랜테이션 농업이 사라지면서 작은 텃밭 농업이 발달했기 때문. 텃밭에는 바다향기의 식탁에 오를 20여 가지 허브와 채소가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 밖은 찬바람 씽씽 부는 한겨울이지만, 이 안은 따스한 봄날. 잠시 틈을 내어 둘러보아도 즐겁다.
노천 바에서 모히토 한잔 바다향기에는 바다를 향해 품을 활짝 연 노천 테이블과 작은 바가 있다. 겨울 한가운데 공기가 차디차지만, 이 집에서 추천하는 모히토 한잔 즐길 여유는 있다. 찬 기운에 오히려 찌들었던 마음이 맑고 투명해지는 듯하다.
BBC도 인정한 바지락 칼국수
‘식객’의 무대, ‘BBC’도 반한 맛 바다향기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 제90화 ‘아버지의 바다’ 편의 무대다. 사진을 찍는 어부가 선재도 바다에서 건져 낸 해산물로 요리한 시(sea)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영국 BBC 방송국에서 한국의 로컬 푸드를 찾아 방문하기도 했다. 그때 선보인 메뉴가 바지락 칼국수로 반응이 뜨거웠다. 또 이 집에서 ‘강추’하는 메뉴는 해산물 바비큐로 허브목살, 생선, 수제 소시지 등을 화로에 올려 지글지글 끓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 7천원, 조개구이는 4만4천원부터, 해산물 바비큐는 1인당 2만7천원이다.
물참엔 낚시 잦감엔 갯놀이 선재도 바닷가는 물차면 푸른 세상이 열리고 물 빠지면 진회색 세상이 끝없이 펼쳐진다. 선재어촌체험마을에 예약하면 조개잡이를 체험할 수 있다. 입장료는 5세 이상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8천원, 2천원을 내면 장화를 빌릴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해상낚시터가 생겼다. 이용료는 어른 기준 1만 2천원이다. 문의 www.sunjaefarm.com, 888-3110
바닷가 옆 미술관 ‘꿈꾸는 섬’ 당너머 해변에 바다향기와 나란히 있다.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미술작품들을 전시한다. 체험교실에서 아크릴화, 캐리커처, 종이공예 등을 배울 수도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텐트 대여섯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실제로 잠을 자고 머무를 수 있다. 문의 888-0320
서쪽바다 해넘이 한 해의 끝자락, 선녀가 놀던 바닷가에서 하늘을 본다. 서쪽으로 기울던 태양이 갯벌과 바다를 어루만지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어 버린다. 그 빛을 가슴에 새기며 내일도 힘내어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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