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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아이들과 강화 땅을 밟으리
봄이 오면,
아이들과 강화 땅을 밟으리
글 최보길 강화 산마을고등학교 교사
올해 유독 심했던 가뭄 때문이었는지 강화에는 가을 단풍이 조금 늦게 온 것 같다. 울긋불긋 나뭇잎의 색깔도 다르고 또 같은 계열의 색이라도 농도가 달라 강화 단풍은 더 깊은 맛을 낸다. 강화도의 단풍이, 다양성은 자연계에서도 그리고 우리 삶에서도 풍요로움을 가꾸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듯하다.
이른 아침! <굿모닝 인천>의 ‘모닝 커피 한잔’을 타는 나는 사실 인천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동쪽 끝에서 태어나 서쪽 끝 강화도에 정착하여 아이들을 만난 지 10여 년이 지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강화군민이 되고 인천시민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에게는 나고 자란 곳으로부터 받는 강렬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사회적 유전자와 같아서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지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고 자란 곳에 대한 호감이 되어 곧 그 지역의 미래가 된다. 그런 면에서 인천(강화)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려주는 ‘지역에 대한 교육’은 지역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내가 발 딛고 있는 강화도를 여러 사람과 답사하며 지역에 대한 호감을 아이들과 함께 키워가고 있다.
학생 때 지리(地理) 수업을 들으면서 ‘분수계’라는 개념을 배운 적이 있다. 분수계는 비가 내리고 그 빗물이 강으로 모일 때 서로 다른 강으로 흐르게 하는 낙하지점의 경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빗방울은 태백산으로 흘러 한강이 되고 어떤 빗방울은 더 남쪽으로 떨어져 낙동강 물이 된다. 하늘에서 한 몸으로 내린 비이지만 몇 센티미터 안 되는 분수계의 구분으로 한강이 되기도 하고 낙동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빗방울은 그 운명에 따라 한강과 낙동강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경험을 쌓아가게 된다. 우리는 강화 인천이라는 강으로 향했고 흐르는 동안 그 기억을 마음에 익히게 되었다.
요즘 청년들이 무척 힘들다. 취업과 학업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청년도 많다. 그 양상은 농촌보다는 도시로 또 서울로 향한다. 이러한 현실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역량을 나고 자란 곳을 위해 쓰고자 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향을 떠났던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때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그 언젠가 강화도로, 인천으로 돌아오려 할 때 그들을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첫째는 경제적 조건이고 그다음은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애정과 긍지가 아닐까?
얼마 전 내가 발 딛고 있는 강화도에 대하여 <강화도의 기억을 걷다>라는 제목의 책을 엮었다. 강화도에서 나지는 않았지만 강화도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고향에 대한 교육은 어른이 꼭 해줘야 할 책무가 아닌가 싶었다. 부모가 또 선생님이, 강화도의 역사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걸어주기를 위한 바람과 그 기억이 먼 훗날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는 잠재적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올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오면 지난 겨우내 읽었던 책 한 권 집어 들고 아이들과 인천 강화땅을 함께 밟으면 어떨까?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 건축물에 대한 김부식의 표현이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인용되었다. ‘가슴에 새긴다’는 말도 사치스럽다. 그저 열심히 살아서 누추하지 않고 혹 사람다움 잃어버리고 화려함만 좇아서 사치스럽지 않게 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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