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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뱃고동, 늘 깨어있는 바다
힘찬 뱃고동, 늘 깨어있는 바다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무수히 쌓인 시간의 층을 돌아보며 오늘을 마주하고 내일을 그려본다. 인천시 기록관에서 오랜 시간 소중히 그러모아 온 역사의 기록을 하나둘 꺼내 선보인다. 잠들어 있던 사진 한 장이 묵은 먼지를 털고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 역사는 생명력을 얻는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뱃고동 소리 힘차게 울리며 더 큰 바다로 항해하는 연안부두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자료제공 및 협조 인천시 기록관
1973년 10월 12일, 연안부두 전경
1973년 10월 12일, 연안부두로 가는 길을 포장하고 있다.
1973년, 항구의 시작
연안부두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국제여객터미널 일대를 일컫는다. 여객선의 출발지인 이곳에서는 누구나 설렘을 품은 여행자의 마음이 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서쪽 바다 가까운 섬부터 서해 5도, 더 멀리 중국까지 닿을 수 있다. 연안부두는 1960년대 후반에 인천 내항을 개발하면서 나온 흙으로 바다를 메워 조성했다. 연안부두가 공사를 마치고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73년 5월 1일이다. 그다음 해에 인천역 뒤편에 있던 객선부두와 어선부두가 연안부두로 이전했고, 제빙공장과 소금업체 등도 이곳으로 터를 옮겼다.
그리고 오늘
연안부두에서는 배만 타지 않는다. 가까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남항부두, 해수탕거리, 종합어시장 등이 있어 어느 때고 바다를 한껏 누릴 수 있다. 선착장 옆에 있는 해양광장은 쉼터로 잘 조성돼 있어, 아무 데나 걸터앉아 ‘바다와 나’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광장 한편에는 카페와 전망대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있는 높다란 건물이 있다. 꼭대기 층 전망대에 오르면 연안부두 일대와 그 너머 바다 끝까지 시야가 닿는다. 연안부두는 인천시민은 물론 수도권 전역에서 사랑받는 명소가 됐다.
1975년 12월 20일 인천종합어시장 준공식(왼쪽)과 현재의 모습
1975년, 어시장 불 밝히다
1975년 12월 20일 인천종합어시장이 연안부두에 문을 열었다. 1974년 11월 공사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수도권 수산물도매시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합어시장인 이곳의 역사는 1902년 중구 신포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종합어시장은 1931년 중구 북성동 해안가 매립지로 이전했다가, 1975년 이곳 중구 항동으로 터를 옮겨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늘
연안부두에 있는 인천종합어시장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재래 어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짠 내 가득 풍기는 시장은 살아 있다. 빽빽하게 자리 잡은 어물전에선 갓 잡아 올린 생명들이 파닥파닥 살아 숨 쉰다. 500여 개에 이르는 가게는 미로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고, 복잡한 통로를 따라서 물건 그득 실은 손수레가 바삐 오간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엔 늘 흥정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넘친다.
1981년 연안부두에서 을왕리로 가는 여객선을 타려는 피서객들(사진 박근원)
1980년대, 섬으로 가는 길
연안부두는 바다 건너 또 다른 미지의 세상을 꿈꾸게 한다. 사람들이 섬으로 가기 위해 연안부두로 몰려든 건 1980년대에 들어서다. 휴가철이면 배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 서해 항로를 운항하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찾는 여행객은 연 106만 명에 이른다. 국제여객터미널은 중국으로 가는 10개 항로를 운항하며 해마다 109만 명이 이용한다. 제1·2 국제여객터미널을 갖추고 있으며, 2000년과 2002년에 각각 개장했다.
그리고 내일, 더 큰 바다로
인천 땅끝 연안 부둣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매서운 겨울바람 끝에 진한 짠 내가 묻어난다. 뱃고동 소리가 힘차게 귓가에 울려 퍼진다. 사람을 그리고 꿈을 실은 배들이 출항과 입항을 알리고 있다. 오는 2016년 연안부두에 15만톤급 크루즈 전용부두를 비롯한 8개 선석과 국제여객터미널을 새롭게 조성한다. 닻을 올려라. 늘 도전했던 지난 시간처럼, 더 큰 세상을 향한 위대한 항해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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