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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환상이 된, 오래된 철강공장

2016-01-05 2016년 1월호

 

영화 속 환상이 된, 오래된 철강공장


때론 새것보다 오래된 것이 더 아름답다. 시간의 층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개항기와 산업화의 중심에 있던 인천에는 그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잊혀가던 근?현대 건축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뷰파인더 너머 아름다운 영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던 도시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용필름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여주인공 이수가 걷던 ‘이수거리’
 

잘나가는 비주얼 아티스트의 선택
“이 의자는 사용한 목재가 조금 특별해요. 오래되거나 버려진 선박으로 만들었거든요. 참 신기하죠? 원래 나무였다가, 배였다가, 이젠 또 이렇게 의자였다가.” 앤티크 가구점에서 일하는 ‘이수(한효주)’가 손님으로 처음 만난 ‘우진’과 나눈 첫 대화다. 두근두근, 그렇게 시작한 두 사람의 인연. 하지만 우진은 남자, 여자, 아이, 노인, 심지어 외국인까지.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판타지 로맨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백종열)은 CF와 뮤직비디오, 영화 타이틀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감각적인 영상을 연출해 온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스토리텔러다. 그런 그가 감독 데뷔작 <뷰티 인사이드>의 메인 촬영지로 선택한 곳은, 바로 인천에 있는 ‘카페발로(Cafe Valor)’다.
부평구 십정동 공장 지대에 자리 잡은 카페발로는 철강공장에서 카페, 가구점, 스튜디오로 탈바꿈한 도시 재생 복합문화공간이다.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으로 소개하기도 한 이곳은 건물 자체가 살아 있는 예술작품이다. 여주인공이 일하는 가구점이자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끄는 장소로 영화 속 영상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감각적인 크리에이터인 백감독은 거친 공장지대에 자신만의 감성을 녹여 독특하고 아름다운 공간 비주얼을 완성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메인 촬영지, 카페발로
 

문 닫은 철강공장의 가치를 보다
카페발로는 제조업 공장들이 모여 있는 부평구 십정동 후미진 골목 안에 있다. 원래는 가동을 멈추고 먼지 자욱이 쌓여가던 철강공장이었다. 40여 년간 쉬지 않고 움직이며 이 일대 주민을 먹여 살리다, 제 기능을 잃고 몇 년째 버려진 공간. 건설자재 및 가구 수입업체인 SG산업의 김연표(38) 대표가 이곳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아름다운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낡고 오래된 프레임을 찾아 인천에 있는 공장 수십 곳을 찾아다녔다. “이 일대에서 가장 낡고 오래되어서 선택했습니다. 모든 것이 옛날 그대로여서 놀랐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려 새로운 공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카페발로를 지역 젊은 작가들을 위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실제로 카페 안에는 인천의 젊은 디자인 집단이 월 5만원의 임대료 아닌 임대료를 내고 입주해 있다. 지역 작가들이 힘을 모아 막강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빈티지 테마파크’가 그가 멀리 내다보는 미래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지역의 발전을 이끕니다. 이 모든 것은 방치된 수력 발전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킨 영국의 와핑 프로젝트(The Wapping Project)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인천에서 한국판 와핑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낡고 오래될수록, 아름다운
그는 낡고 오래된 것을 최대한 살려 폐허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공장 내 대부분의 구조물은 공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40여 년 전부터 사용하던 그대로다. 3.5톤급 철강 재료를 옮기는 호이스트크레인은 아직 건재하다. 그 육중한 몸체가 금방이라도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움직일 것만 같다.
카페 안은 톤 다운된 컬러와 노출 콘크리트 마감으로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 안에 감도는 기운은 놀랍도록 따스하고 친밀하다. 기나긴 시간이 빚어낸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아름다우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백감독 역시 이곳을 “얼핏 보면 가구들이 마구 흩어져 있는 것 같지만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공간으로 영화에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는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이수와 우진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가구는 실제로 2004년 인도네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에 휩쓸려 온 배로 만든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매만지던 나무의 감촉을 느끼기 위해, 심지어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도 발걸음을 한다. 이것이 바로 시간을 품은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카페발로는 부평구 십정동 공장지대 내 '놀라운 반전'이다.


이용 포인트 카페 발로는 모델, 연예인 등도 촬영을 위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다. 스튜디오는 모두 여덟 테마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한 공간의 대여로는 1시간당 5만 원. 3천여 가지에 이르는 소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카페 안, 이수가 걷던 ‘이수거리’에 가면 나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위치 부평구 백범로 578번 길 52(십정동)
가는 길 주차 공간이 좁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동암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나온다.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5시(일요일, 공휴일 휴무)
문의 577-3214,
www.valorbysg.com



중구 개항장에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도 <뷰티 인사이드>를 촬영했다. 이곳 역시 110여 년 전 지어진 창고와 공장을 탈바꿈시킨 복합문화공간으로, 영화 속에서 이수가 일하는 가구점의 외관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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