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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 노을보다 아름다운 가정
을왕리 노을보다 아름다운 가정
글 박원형(한국가정법률상담소인천지부 가족치료전문상담사)
우리 상담소를 처음 찾아오는 분(내담자)들은 문을 여는 순간의 모습부터 다르다. 옷을 예쁘게 입기보다는 늘 집에서 입던 편한 모습, 화장으로 자신을 감출 여유도 없이 푸석한 얼굴로 들어선다. 문을 활짝 열면서 힘차게 들어오기보다는 문밖에서 서성이다가 살짝 문을 열고 얼굴을 반쯤 들여놓고는 “저….” 라는 말밖에는 하지 못한다. 사실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혼을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해야 해요.” “이제는 남편의 폭력을 견딜 수 없어요….” 이런 말을 할 것이 틀림없다.
이혼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마치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 날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바닷가의 새 한 마리 같은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진정한 도움이 필요하다.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치료하고, 먹을 것을 주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때까지 누군가 보호하고 돌보아 주어야 한다.
몇 차례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의 주변을 살펴보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오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았을 때 내담자와 상담자는 거의 동시에 ‘아하’라는 말을 한다. 기쁨의 감탄사다. 심지어는 함께 눈물도 흘린다.
눈물은 영혼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흘리는 마음의 배설물이다. 마음이 치유될 때 눈물을 흘리게 되기 때문이다.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면 상담자도 같이 울게 된다. 그 현장에 함께 있는 것이다. 그 눈물이 내담자를 치유하는 시간이기에 슬픔과 안타까움 그리고 감사와 기쁨이 공존한다.
상담은 마음을 치유하는 작업이고 상담사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보다는 아프고 상처받은 사람을 더 많이 만난다. 그래도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서 기뻐하며 “이제는 상담을 그만와도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할 때 무엇보다 기쁘다. 그들을 배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도 문제는 있겠지만 이번에 풀어본 것처럼 계속해서 잘 풀어가며 삶의 행복을 누리세요.”
많은 사람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 동해로 향한다. 하지만 인천에 살다 보면 을왕리의 석양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시간과 돈도 절약된다. 이 계절에는 오후 4시경 서쪽 하늘을 보면서 을왕리로 향하면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2016년 올 한 해를 마무리 할 때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석양뿐이 아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가정이다. 이혼하지 않고, 주먹질하는 사람이 없고, 슬픈 일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 가정들을 보고 싶다. 그런 2016년 연말을 기대하며 또 한 해를 출발해 본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 잡아줄게.”
- GOD ‘촛불하나’ 가사 중에서
때론 유행가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려면 외로운 이 곁에 있으면서 마음을 읽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새해에는 우리 서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이 가사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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