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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달콤한 간식 열전
'인천' 원조와 '전국' 원조가 모두 다 모였다
쌀쌀한 날, 실내에 머물다 보면 달콤하고 입맛 당기는 먹거리를 자주 찾게 된다.
요즘같은 추운 날 집에서 따뜻하게 보일러 틀어놓고 TV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간식은 없을까?
입을 즐겁게 해주는, 추운 겨울을 달콤하게 지켜 줄 전국 대표 간식들을 모아봤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자유사진가
한 끼 식사로 든든한 영양만점의 맛
인천 '통계란 영양빵'
2000년대 초 전국적으로 계란빵이 유행한 적이 있다.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빵 속에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계란 하나가 통째로 들어있는 빵은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전국적인 열풍이 불면서 계란빵의 시작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진짜 계란빵의 원조는 인천의 ‘원조 통계란 영양빵’이다. 1984년 인하대학교 후문에서 처음 소개된 계란빵은 달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계란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노란 반죽을 빵틀에 넣고 계란을 한 알 깨뜨려 넣은 후, 그 위에 다시 반죽을 올리고 기계를 돌려 굽는다. 완성된 계란빵을 잘라 보면 계란 한 개가 부서지지 않고 고스란히 익어 있다. 계란의 비릿함이 사라진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빵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건, 주인 할아버지의 10여 년간에 걸친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빚은 결과다. 전화번호 하나 없이 장사하지만, 사람들은 용케 원조집을 알고 찾아온다고.
가격 통계란 영양빵 1개 600원
문의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후문 먹자골목 초입
어릴 적 추억 떠올리는 소박한 맛
통영 '오미사 꿀빵'
달콤한 팥 앙금을 가득 넣고 튀겨낸 아이 주먹만 한 동그란 빵에 물엿을 입힌 후 깨를 뿌린 통영의 명물, 오미사 꿀빵. 겉은 기름기가 적어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하고 맛탕처럼 달콤하며, 속은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가득하다. 팥 앙금의 단 뒷맛 덕분에 향긋한 원두커피나 담백한 우유, 깔끔한 녹차랑 함께 먹으면 훌륭한 디저트나 간식이 된다.
꿀빵은 제빵 기술자인 정원석 씨가 1963년부터 간판도 없이 집 앞 가판에서 배급받은 밀가루로 도넛과 꿀빵 등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 자리가 오미사 세탁소 옆이라 ‘오미사 꿀빵’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최근에는 팥 앙금 외에도 호박 앙금과 자색 고구마 앙금이 든 꿀빵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따듯한 통영 날씨에도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서 뱃사람들의 간식거리로도 그만이었다. 넉넉히 주문해서 냉동보관 해뒀다가 먹을 만큼만 꺼내 전자레인지에 20~30초간 살짝 데워 먹으면 갓 만들어낸 꿀빵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격 꿀빵 1팩(10개) 8천 원
문의 통영시 도담로 110 TEL : 055-646-3230, www.omisa.co.kr
부드럽고 투명한 얇은 반죽, 그 매력적인 맛
경주 '황남빵'
투명하게 얇은 껍질 속에 터질 듯이 꽉 찬 말랑한 팥소가 먹음직스러워 성급하게 손이 먼저 간다. 고소한 빵 안을 달콤한 팥소로 가득 채운 맛이 그만인 황남빵. 일제강점기인 1939년 경주 토박이인 최영화 씨가 처음 개발했다. 당시 빵가게를 처음 열었던 곳이 황남동이었다고 해서 황남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과 가루의 비율을 엄격히 지켜 빚은 반죽에 팥소를 넣어 둥글납작하게 모양을 만든 뒤, 빗살무늬 도장을 꾹 눌러 찍어낸다. 그리고 이를 구워내면 팥 고유의 향이 살아 있으면서 끈적이지 않는 황남빵이 완성된다. 국화빵과 흡사한 외형이지만, 일단 손에 쥐어보면 촉촉한 느낌부터가 다르다. 따뜻한 차 또는 차가운 우유와 먹으면 환상적이다.
세월이 지나도 팥 70%, 반죽 30%의 비율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황남빵은 팥 고유의 단맛이 있지만, 인공 감미료가 들어있지 않아 지나치게 달지 않다고.
가격 황남빵 1팩(20개) 1만 6천 원
문의 경주시 태종로 783 TEL: 054-749-7000, www.hwangnam.co.kr
접시에 담아, 찍어 먹고 말아 먹는 재미
군산 '중동호떡'
얼핏 보기에 중국식 호떡을 연상시키는 중동호떡. 1943년 시작해 3대째 내려오는 중동호떡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화덕에 구운 빵처럼 쫄깃해서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바삭하고 담백한 피가 특징인 중동호떡의 소는 계핏가루처럼 강한 향이 아닌, 흑설탕만을 넣어 만든 달콤한 시럽이다. 특히, 군산 특화 농산물인 흰찰쌀보리와 블랙푸드 선식을 가미해 더욱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예전 방식과 전통만을 고집하는 중동호떡의 시럽은 지나치게 달지 않아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자주 찾는다고.
주문하면 접시에 받쳐 내오는 중동호떡은 주인이 알려주는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호떡을 손으로 덥석 집어서 먹으면 뜨거운 시럽이 주르륵 흘러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먼저 집게로 호떡 윗부분의 피를 살짝 떼어 안에 든 시럽에 찍어 먹고, 아랫부분은 돌돌 말아서 먹는다. 그러면 깔끔하게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중동호떡은 먹을수록 입맛이 당기는 고유의 소박한 맛이 자랑이다. 그래서 군산의 중동호떡 가게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할 만큼 항상 손님들로 북적인다.
가격 중동호떡 1개 900원
문의 군산시 서래로 52 TEL: 063-445-0849, kunsan.phps.kr/jungdonghotteok
저온에서 숙성시킨 팥 앙금의 깊은 맛
천안 '호두과자'
고소하고 은은한 호두의 향과 맛이 두드러지는 호두과자는 과거 철도 이용객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애용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국민 간식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래서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호두과자를 먹고 싶다면 천안에 꼭 들러보자.
천안 호두과자는 할머니 호두과자라고도 하는 원조 학화 호두과자에서 시작됐다. 1933년 당시 주위 사람들한테서 제과 기술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던 조귀금 씨와 그의 아내 심복순 씨가 처음 만들었다.
학화 호두과자는 밀가루에 계란과 물, 우유, 설탕으로 만든 시럽을 섞어 반죽한다. 앙금에 쓰이는 팥은 붉은 팥과 흰 팥을 가려 쓰고 여러 번 거피해 곱게 갈아 사용한다. 통째로 들어간 큼직한 호두알과 달콤한 앙금이 어우러져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자아낸다. 인공 감미료나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지만, 순도가 높아 열흘이 지나도 쉬거나 상하지 않는다. 물론 실온에 그냥 놔두면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럴 땐 우유에 담가 불려 먹으면 또 다른 맛이다.
가격 호두과자 1상자(20개) 5천 원
문의 천안시 동남구 천안대로 590 TEL: 041-567-3370, www.hodo1934.com
천안시 서북구 공단로 80 TEL: 041-583-3372, www.hodoo.co.kr
호호 불어가며 먹어야 제맛
안흥 찐빵
찬바람이 쌩쌩 일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찐빵.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새하얗고 동그란 찐빵 안에 가득 찬 까만 단팥 소. 겨울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간식거리를 순위로 매긴다면 단연 1순위가 찐빵이다.
찐빵 하나로 안흥을 전국에 알린 '안흥진빵'은 1968년 심순녀 씨가 '자식들 배는 곯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만들기 시작한 찐빵에서 시작됐다. 38~42℃ 내외의 숙성 온도에서 두 번에 걸쳐 발효 숙성시키는 반죽 방법을 50년간 고수하고 있는 덕택에 안흥찐빵의 맛은 차지고 쫄깃하다. 찐빵을 찌고 나면 속의 질감과 달리 껍질이 반질반질해져서 껍질을 홀랑 벗겨 먹는 재미는 모두 정성스러운 숙성 덕분이다. 찐빵 안의 팥소는 충분히 불리고 삶은 것이라 팥 껍질이 주는 이물감도 없고, 팥 알갱이가 있어도 혀로만 누르면 스르르 뭉개지며 부드러운 맛을 남긴다. 인공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질리지 않는 단맛의 팥소와 쫄깃한 빵이 조화를 이루는 안흥찐빵은 다른 어느 찐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전통의 빵 맛을 자랑한다.
가격 안흥찐빵 1상자 (20개) 1만 2천 원
문의 횡성군 안흥면 서동로 1029 TEL: 033-342-4460, www.anhungjjbb.com
고소함과 먹는 재미가 가득
부산 '씨앗호떡'
1996년 국제영화제가 열리면서 남포동 극장가에 비프(BIFF)광장이 생겼다. 유명한 영화감독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트를 볼 수 있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 극장이 아니라, '씨앗호떡'이다.
부산의 명물 찹쌀 호떡인 '씨앗호떡'은 남포동 거리에서 처음 시작되어 유명해졌고, 현재는 부산을 대표하는 토속음식이 되었다. 컵에 담아 건네준 두툼한 호떡 안에 견과류가 잔뜩 들어있다.
뜨거운 호떡을 호호 불어가며 크게 한입 베어 물면 바삭바삭한 빵의 질감과 함께 달콤한 설탕과 단단하고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오도독 씹어 먹는 재미에 금세 한입 더 베어 물게 된다. 호떡의 크기는 지름이 약 9~10cm. 견과류 내용물이 알차 간식으로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가린에 두툼한 호떡을 튀기듯 구운 후, 호떡의 반을 잘라 그 안에 설탕과 견과류를 꽉 채워준다. 사용되는 견과류는 건포도, 해바라기씨, 아몬드, 호박씨, 땅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 씨앗호떡 1개 1,000원
문의 부산 중구 비프광장로 30-1
강화 인삼과 달짝지근한 고구마 맛이 일품
인천 브랜드 빵 '해노랑'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의 질감과 함께 달짝지근한 앙금, 인삼의 향긋한 뒷맛이 기분 좋게 입 안을 맴돈다. 통통한 만주 형태의 빵 안에 속노랑 고구마가 앙금 형태로 가득 들어있지만, 인삼 특유의 향이 단맛을 적절하게 잡아줘 깔끔한 맛을 만들어내는 ‘해노랑’.
'해노랑'은 인천시가 지난 2008년 브랜드 식품으로 출시한 빵으로, 태양과 바다를 동시에 뜻하는 '해'와 주재료인 속노랑 고구마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박찬회 화과자'를 운영하는 대한민국 제과 명장 1호 박찬회 씨가 강화도 특산품인 '속노랑 고구마'와 4~6년근 인삼으로 속을 만들었다.
'해노랑'은 인삼 먹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간식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또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모든 재료를 강화에서 나는 질 좋은 특산품으로 만들어 명절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가격 해노랑 1개 1,500원
문의 인천 서구 장고개로 278 TEL: 032-578-8905, www.hwakwaj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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