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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갤러리

2016-02-02 2016년 2월호



인천 이야기 담긴 동네 대문

문(門)은 공간의 첫 지점이자 마지막 지점이다. 문은 우리의 공간과 타인의 공간을 가르는 경계다. 문은 시간을 품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문도 변한다. 인천의 원도심 동네 대문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대문은 그 동네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글·사진 유동현 본지 편집장







개조심과 종교 표찰

문(門)은 개성이고 취향이다. 크기는 천차만별이고 모양은 각양이며 색깔은 각색이다. 집주인은 지붕을 씌우거나 예술품 같은 철 장식물을 올려놓거나 전통 문양 쇠장식을 붙여 놓는다.
대문에는 집주인이 알리고자 하는 각종 정보가 나붙는다. 경사(慶事)와 애사(哀事)의 표시를 대문에 해놓았다. 자식이 태어나면 금줄을 걸었다. 아들을 낳으면 고추와 숯을 매달았고, 딸을 낳으면 흰 종이를 걸어 놨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상중(喪中)’을 써 붙여 알렸다. 간혹 ‘신문사절’이란 종이가 붙어 신문배달 고학생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고 ‘사글세방 있음’ 쪽지를 붙여놔 가난한 신혼부부의 복비를 절약하게 했다. 옛날의 ‘세콤’은 ‘개조심’이다. 개를 기르던 그렇지 않던 이 집 저 집 모두 대문에 ‘개조심’을 붙였다. 요즘은 동네 피자집과 치킨집의 전단지가 대문을 장식한다. 
대문에는 행정기관에서 붙인 각종 부착물들이 붙어 있다. 가옥 번호, 수도 번호 심지어 변소 용량까지 적힌 패찰이 붙어 있다. 한때 ‘신고하는 집’이란 표찰도 붙어 있던 시절이 있다. ○○교회, ◇◇성당, 불자의 집….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 없이 우리나라 대문에만 붙는 것이 종교 표찰이다. 최근에는 ‘유공자의 집’이란 표찰이 자주 눈에 띈다. 동구 송림동의 어느 집 대문에는 커다란 유공자 상패까지 붙여 놓았다.





집과 함께 늙어버린 사자머리

예전 대문의 필수 장치는 초인종이었다. 동네 꼬마들의 장난 때문에 헛걸음질할 때도 있었지만 초인종이 울리면 반가운 손님을 맞기 위해 혹은 애타게 기다리던 편지를 받기 위해 한달음에 대문으로 달려갔다.
요즘은 대문에 번호키가 달려 있지만 예전에는 잠금장치를 열 수 있는 끈이나 손잡이를 설치했다. 옆집에서 놀러 온 친구나 화장품 파는 아줌마는 이 고리만 당기면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 있었다. 어둠이 찾아오면 마지막 식구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아버지가 대문을 걸어 잠근다. 잠금장치는 빗장이 전부였다.
옛날 기성품 철 대문에는 ‘LETTER’라고 쓴 편지함이 뚫려 있다. 왜 굳이 영어로 썼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기도 했지만 비어 있는 것보다 뭔가 들어 있는 편지함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편지함이 없는 문에는 나무로 만든 투박한 편지통이 달려 있었다.   
슬라브식 양옥집이 유행한 적이 있다. 대부분 ‘집 장사’들이 대량으로 건축한 이 집의 대문에는 사자 머리가 부착돼 있다. 유럽 어느 귀족의 저택 대문을 흉내낸 것으로 보이는 사자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집과 함께 늙었다. 이제는 이빨 빠진 사자처럼 고리가 성한 게 별로 없다. 견고한 철 고리 대신 늘어진 노끈을 물고 있거나 아예 없는 것이 많아 애처롭게 보인다.        
‘문턱이 닳다.’ 정말 맞는 말이다. 어느 집 대문을 보면 실제로 문턱이 닳아 깊게 패인 집이 있다.
오대양을 휘감은 밀물과 썰물이 ‘인천’ 문을 드나든다. 육대주를 넘어온 이 바람 저 바람도 그 문턱을 넘나든다. 2016년 인천의 문턱이 관광객과 투자자의 발걸음으로 닳고 달아 깊게 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전 ‘밀門썰門’
일시 2016년 2월 6~21일
(설 연휴 개관)
장소 한중문화관 1층 갤러리
(중구 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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