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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문화재 지정 신청
숨겨진 문화재의 새로운 발견
이희인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장
원대 철제범종
송대 철제범종
명대 철제범종
인천시립박물관은 송암미술관 등 산하 분관을 포함해 3만 점이 넘는 귀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오랫동안 탈 없이 보존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수장고에 보관하고, 일부는 전시실에서 빛을 보고 있다. 유물의 종류는 수만년 전에 만들어진 돌도끼부터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낯익은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유물은 겉모습은 물론, 지나온 시간의 깊이와 담겨 있는 사연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도 그렇듯 많은 유물 중에서 가치를 좀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 있다.
지난해부터 시립박물관은 소장 유물 가운데 인천의 역사와 예술,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유물을 발굴해 문화재로 지정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첫 결실로 2015년 9월 인천시 문화재위원회는 시립박물관이 지정 신청한 유물 가운데 중국 철제범종과 평양성도, 노송영지도 등 5점을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하고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바랴크함의 깃발 등 4점을 시 유형문화재로 새롭게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시립박물관 소장 유물을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한 것은 박물관이 개관한 지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한 유물 가운데 송·원·명대 철제범종은 모두 중국 허난성(河南省)에서 만들어 사용했던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중국에서 일본이 강제로 공출해 부평 조병창으로 옮겨진 뒤 용광로에 녹여지기 전에 극적으로 살아남아 시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왔다. 이 범종들은 130여 년 전 개항 이후 인천, 더 나아가 한반도가 겪었던 굴곡진 노정을 잘 보여 주는 유물로 단순히 외국에서 만들어진 종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을 흠뻑 머금고 있는 인천의 유물이다. 또 범종은 예술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각 시대의 종은 조각 수법이 우수하고 무엇보다 명문이 남아있어 제작 시기와 주조 지역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중국 대륙 내에도 이와 같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종은 수십 점에 불과해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평양성도와 노송영지도는 시립박물관 분관인 송암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으로 2005년 OCI가 인천시에 기증한 유물 가운데 하나다.
평양성도
<평양성도(平壤城圖)>는 조선 후기 평양을 담은 지도로서, 8폭 비단 병풍으로 꾸며져 있다. 평양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한양에 버금가는 도시로 성장하면서 지도와 실경산수화로 자주 그려졌다. <평양성도>를 누가 그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섬세한 묘사와 채색, 단정한 필치와 글씨, 구도의 합리적인 배치로 미루어 궁중화원에 버금가는 기량의 소유자가 그린 것으로 보인다. 산과 대동강, 북성, 내성, 중성, 토성으로 큰 구도를 잡고, 주요 건물을 그려 넣었는데, 자연물과 건물마다 이름을 적어 당시 평양성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부벽루(浮碧樓) 앞의 부도, 기자묘(箕子墓) 앞 석수(石獸), 대동문(大同門) 지붕의 잡상(雜像) 표현은 현재까지 전하는 평양성도 중에서 세부 묘사가 가장 뛰어나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18세기 말 평양에서는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때 애련당(愛蓮堂)과 장대(將臺)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다른 평양성도에는 이 두 건물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이나, 송암미술관 소장본에는 애련당과 장대가 그려져 있다. 이로 미루어 <평양성도>는 18세기 말 이전으로 그 제작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현존하는 평양성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노송영지도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는 조선 후기의 거장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이 늙은 소나무와 영지버섯을 그린 것으로, 세로 147cm, 가로 103cm의 대작이다. 화면에는 늙은 소나무가 ‘수(壽)’자 형태를 이루며 꿈틀대고, 그 아래에는 불로장생의 상징 영지버섯이 그려져 있다. 그림 우측에는 ‘을해추겸재팔십세작(乙亥秋謙齋八十歲作)’이라는 낙관이 적혀있고, ‘완백(完伯)’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는데, 을해년은 1755년으로 정선이 80세가 되던 해다. <노송영지도>는 노년의 작품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소나무가 기운차게 그려져 있으며, 해를 거듭해 온 그의 노련한 필력이 소나무의 동세를 더하고 있다. 소나무를 화면에 꽉 채워 그리다 못해 가지 끝을 그리지 않은 구도는 소나무의 기운이 화면 밖으로 뻗어나가는 듯하여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영지는 소나무의 기운을 받은 듯 소나무와 같은 방향으로 그려져 감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이 그림은 송암미술관을 인천시로 기증하기 4년 전인 2001년에 경매 금액 최고가를 갱신한 일화를 갖고 있기도 하다.
유물 설명 윤현진(송암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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