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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행복 찾다
어둠 속에서 행복 찾다
글 이석주(인천혜광학교 교감)
갑자기 공연장의 조명이 모두 꺼진다. 이윽고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조명이 안내인의 팔을 잡고 걸어오는 시각장애 트롬본 독주 연주자를 비춘다. 무대 한가운데 홀로 선 트롬본 주자가 악기를 입에 댄다. 입에 한가득 공기를 머금고 피스에 댄 입술에 서서히 공기를 주입하며 슬라이드를 매끄럽게 밀어낸다. 공연장에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숨죽인 관객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감미로운 트롬본 독주에 귀 기울인다. 독주가 끝날 무렵 한줄기 조명마저 꺼지고, 짙은 어둠 속에서 팀파니 주자의 강렬한 두드림을 신호로 함께 숨죽이고 있었던 시각장애 연주자들이 일제히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한다.
영혼으로 연주하는 시각장애 관현악단의 감동적인 멜로디는 관객들의 가슴에 밀려와 마음속 깊이 쌓여 있었던 삶의 찌꺼기를 모두 씻어냈다. 객석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과 흐느끼는 사람들이 보였다. 카타르시스의 눈물이다.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그곳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도 실명하여 삶의 희망을 놓았던 단원, 희귀병을 앓으면서도 의지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단원,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단원…. 인천혜광시각장애관현악단에 사연 없는 단원은 없다.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단원들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늘 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힘겨운 삶을 음악으로 이겨내고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2008년에 태동하여 2011년에 창단 연주회를 연 인천혜광시각장애관현악단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악을 통하여 삶의 보람을 안겨 주고 나아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단원들은 음악 재능을 통해 봉사활동도 펼친다. 병원, 호스피스병동, 소록도 등에 있는 환우들을 위해 안마와 함께 악기 연주 봉사, 요양원 봉사활동을 편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아름다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5년 인천혜광시각장애관현악단은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인천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인천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인천혜광시각장애관현악단의 목표는 단지 음악을 연주하는 데 있지 않다. 장애인들도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삶의 행복을 찾아주며, 나아가 연주를 듣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어둠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인천혜광시각장애관현악단이 이웃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미래는 먼 훗날이 아닌 바로 오늘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 가는 비결이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다.”
이 말은 늘 같은 일상으로 삶의 진지함을 놓치고 있다고 느낄 때 마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도록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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