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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함께 봄을 마신다
향기와 함께 봄을 마신다
3월, 봄이라고는 하지만 쌀쌀한 바람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을
놓지 못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에
예쁜 꽃망울이 터지기를 기다리기가 지루해, 직접 꽃을 찾아 나섰다. 커피나 간단한 브런치를 즐기며 꽃을 만날 수 있는
플라워카페가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봄보다 먼저 봄 향기를 내뿜는 공간을 찾아 봄을 미리 전한다.
글 김윤경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자유사진가
아담하지만, 여유 넘치는 ‘MOIM’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주소: 서구 푸른로8번안길 2(청라 5단지)
문의: 070-8822-2527
아담한 공간의 문을 열면 기분 좋은 꽃향기에 마음이 먼저 부드러워진다. 꽃향기에 취한 마음은 입구의 올망졸망한 초록 화분들에 시선마저 빼앗긴다.
꽃집인지 카페인지 문을 열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곳은, 서구 경서동 청라 5단지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MOIM’이다.
플라워 카페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 속 힐링 공간이라는 점. 천장과 탁자 위 등 가게 곳곳에 꽃과 화분이 놓여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 대신 식물들이 인테리어를 대신한다. 커다란 통마다 가득 꽂혀있는 장미와 알록달록한 꽃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싱그러워진다.
우울하고 답답할 때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마음이 풀리지만, 도심 한가운데서 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플로리스트 김선영 씨가 운영하는 ‘MOIM’이 그런 갈증을 풀어준다.
“꽃 관련 일을 17년 동안 했어요. 사실, 꽃 일이 엄청 노가다예요. 나이가 들면서 여유 있게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꽃을 팔면서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싶고…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사람들이 함께 여유를 갖고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4년 전 플라워 카페 ‘MOIM(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플라워 카페를 생소하게 여겼지만, 화초나 꽃들이 뿜어내는 청량한 공기와 커피 냄새가 섞여서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점차 늘고 있다.
“플라워 카페를 시작할 때는 여자 분들이 많이 이용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40~50대 남자 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근처에 회사들이 있어서 그런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들르시는 단골 직장인들이 많아요. 남자 분들이 더 감성적인 것 같더라고요”
한편 ‘MOIM’에서는 꽃 판매 외에도 전문가반, 취미반, 기능사반 등 세분된 플로리스트 교육도 진행한다.
주인장 한마디
“봄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꽃으로 카랑코에 또는 칼란디바를 추천합니다. 오래 볼 수 있고 키우기도 쉽지만, 꽃이 진 다음에 조금만 잘라주면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꽃이거든요.
구석구석 볼거리 가득한 ‘플로리카노’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30분
주소: 서구 완정로 65번안길 19
문의: 564-2235
널찍한 주차장에 단독주택이 온통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문을 열자 양쪽 벽면과 정면에 초록 화분과 화사한 꽃들이 한가득이다. 시선이 닿는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바로 화보가 되는 곳, ‘플로리카노’다.
서구 검단 롯데마트 바로 옆에 위치한 플라워 카페 ‘플로리카노’는 플라워와 아메리카노를 더한 이름이다. ‘꽃 있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꽃차부터 커피, 꽃을 이용한 케이크 등을 만들어 준다.
기존 주택을 개조해 분위기를 낸 ‘플로리카노’는 친구 사이인 플로리스트 이정희 씨와 제과제빵 기술자 홍선애 씨가 지난해 1월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
“꽃과 향긋한 차를 편안하게 즐기면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오랜 꿈이었어요. 손님들도 비슷비슷한 커피숍과 디저트 카페보다는 식용 꽃을 사용한 음료와 꽃이 가득한 새로운 개념의 공간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넓은 카페 공간은 여러 룸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임을 하기에 적합하다.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품 하나하나 주인장의 섬세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캔들을 비롯한 소품들과 직접 만든 드라이플라워 엽서도 눈길을 끈다.
9년간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는 이정희 씨는 최근 양주의 농장을 오가며 꽃차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뜨거운 물과 만나는 순간, 꽃이 피어나는 향긋한 차의 모습은 언제 봐도 설렌다.
“예전에는 꽃 관련 강의도 많이 나갔는데, 지금은 제가 꽃차에 관심이 많아서 농장을 오가느라 좀 바빠요. 천일홍, 달맞이꽃, 국화 등의 꽃을 직접 가꾸고 덖어서 차를 만들거든요. 꽃차도 만들고, 꽃시장도 다니고, 꽃 주문도 처리하다보면 정말 정신없지만, 제가 바쁜 만큼 손님들은 예쁜 공간에서 여유를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요?”
주인장 한마디
“저희 카페는 저녁에 운치 있어요. 조명을 받으면 더 예뻐지거든요. 날이 풀리면 매장 앞 데크까지 온통 화초와 꽃으로 장식하니, 봄맞이 하러 꼭 한번 다시 들려 주세요.”
동네 사랑방 ‘꽃이 있는 풍경’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주소: 계양구 길마로 60 뉴서울상가 105호
문의: 544-7236
노란색 창의 예쁜 카페가 한눈에 들어온다. 테라스와 실내가 모두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 화려하다. 카페 문을 열자 아기자기한 프로방스 분위기 속에 봄이 가득 느껴진다.
앙증맞은 다육이 화분은 물론, 알록달록 화사한 꽃과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올망졸망한 화분들이 카페 안의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고 편안하게 한다.
효성동 아파트 단지 근처에 위치한 꽃집 ‘꽃이 있는 풍경’이 플라워 카페로 거듭난 건 지난해 5월.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이름난 ‘꽃이 있는 풍경’은 주인장 김미자 씨의 유쾌하고 넉넉한 웃음만큼이나 편안하고 따듯하다.
“이 자리에서 13년 동안 꽃집을 했어요. 제가 사람들을 좋아해서 카페까지 함께 운영하면 손님들과 우아하게 차를 마시면서 담소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면서 시작했는데, 꽃집만 할 때보다 두 배로 바빠졌어요. 그래도 손님들이 카페가 예쁘다고 사진 찍고 즐거워하는 걸 보면 플라워 카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장은 차와 꽃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플라워 카페를 통해 꽃이 일상 속 힐링 아이템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 그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취재 내내 ‘꽃이 있는 풍경’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꽃을 보고 화내는 사람은 없잖아요.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고, 공주처럼 대접받는 느낌을 가지면 좋겠어요.”
‘꽃이 있는 풍경’에서는 메뉴마저 예쁜 비주얼을 자랑한다. 특히 자몽의 과육이 입안 가득 통째로 씹히는 자몽에이드와 직접 담근 레몬청으로 만든 레몬에이드가 일품이다.
주인장 한마디
“산뜻한 노란색의 수선화 꽃을 보면 마음이 봄처럼 따스해질 것 같아요. 기분전환용으로 집에 수선화를 한번 놓아보세요. 집이 화사해질걸요.”
개성 가득한 ‘도담도담’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30분
주소: 중구 연종대로 124번길(한스빌딩 1층)
문의: 752-1603
중구 운서역 앞에 위치한 ‘도담도담’은 널찍한 테라스가 특징이다. 다른 플라워카페가 화원이라면 이 카페는 따듯한 식물원 느낌이다. 난방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온기도 아직 쌀쌀한 날씨에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선물이다.
출입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서자 꽃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밖은 꽃샘추위로 옷깃을 여미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이곳엔 이미 봄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2013년 2월에 오픈한 ‘도담도담’은 특이하게도 꽃과 퀼트가 조화를 이루며 화려하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다양한 개성을 드러낸다. 의자 하나, 소품 하나, 평범하거나 예사롭지 않다. 곽숙경 씨와 남편이 직접 탁자도 만들고, 전등도 달아 만든 공간이다.
덕분에 ‘도담도담’은 이미 영종도의 명소가 되었다. 마니아들도 생겼다. “멀리 서울이나 송도에서 다리 건너 오시는 손님들도 계시고요, 인천 시내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미술을 전공했다는 주인장은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 꽃의 위치와 인테리어를 자주 바꾼다. 생각한 테마로 장식하기 위해 양재, 과천, 일산 등의 시장을 뒤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2월부터 봄을 준비했습니다. 이제 곧 데크도 예쁜 봄꽃으로 더 풍성하게 꾸밀 예정입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향긋함이 사라지지 않는 ‘도담도담’은 친정어머니가 담갔다는 오미자, 한라봉 차 외에도 농장에서 직접 따서 만들었다는 복분자, 오디, 블루베리 프라페를 맛볼 수 있다.
주인장 한마디
“저희 카페는 꽃으로 장식한 프라페가 인기 많아요. 재료를 아끼지 않는 덕분에 걸쭉한 느낌의 음료가 만들어졌는데, 한번 드신 분은 꼭 다시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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