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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아름다운, 월미도의 기억

2016-03-04 2016년 3월호


슬프고도 아름다운, 월미도의 기억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무수히 쌓인 시간의 층을 돌아보며 오늘을 마주하고 내일을 그려본다. 인천시 기록관에서
오랜 세월 소중히 그러모은 역사의 기록을 하나둘 꺼내 선보인다. 잠들어 있던 사진 한 장이 묵은 먼지를 털고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
역사는 생명력을 얻는다. 그 세 번째 이야기는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생에 가장 빛나던 시절 추억 속에서 반짝이는 월미도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자료제공 및 협조 인천시 기록관


1920년대 월미도 풀장.
1920년대 월미도 풀장.







위로부터 용궁각과 조탕. ‘해상 낙원의 극치’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그 역할을 작은 놀이동산이 대신한다.

1920년대, 아픈 환락의 ‘달 꼬리 섬’
월미도는 태생이 섬이었다. 육지와 한 몸이 되면서 우리 곁으로 가까이 파고든 섬. 그 안에는 민족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04년 일제는 월미도를 군용지로 삼고, 인천역과 월미도 사이에 철도를 놓아 군수 물자를 실어 날랐다. 1918년에는 월미도 중턱에 순환도로를 뚫어 벚나무를 심고 1920년 경인선 ‘화열차(花列車)’를 운행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탕(潮湯)과 대형 수영장 등 위락 시설이 들어서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들었다. 월미도 앞바다에 세운 일본식 요정 용궁각(龍宮閣)은 밀물 때면 신기루처럼 바다 한가운데 홀연히 솟아올랐다. 신문지상에서 ‘오아시스’ ‘해상 낙원의 극치’라고 떠들어댔다. 사람들은 나라 잃은 슬픔도 잊은 채 환락에 젖어들었다.



오늘, 우리의 바닷가 작은 놀이터
소박한 바닷가에 조그마한 놀이동산이 딸려 있는 월미도. 한때 소풍을 갔다 하면 월미도, 놀이기구를 탔다 하면 ‘디스코팡팡’이던 시절이 있었다. 월미테마파크는 1992년 마이랜드로 문을 열었다. 화려하고 세련되진 않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간다. 창공에 걸린 대관람차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전설의 디스코 놀이기구는 현란한 빛을 뿌리며 뱅글뱅글 잘도 돌아간다. 이제는 청년에서 아저씨가 된 DJ의 입담이 여전히 걸쭉하다. 교복 입은 소녀부터 추억을 찾아 온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까지. 연신 엉덩방아를 찧고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 이 평화로운 바다 위로, 한때 탐욕을 실은 열강의 군함이 드나들었다.


1971년 3월 18일 올림포스호텔 쪽 월미도 바다 전경



월미 문화의 거리에 있는 인천상륙작전
그린비치 기념비



1950년 9월, 잊을 수 없는 그날
광복 후에 월미도는 다시 열강의 차지가 된다. 미군정 시대 월미도 앞바다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군사기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는 1950년 9월 10일.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였던 월미도에 미 해군 폭격기가 헤아릴 수 없이 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울창했던 숲과 푸른 바닷가, 아름답던 그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후 월미도에는 반세기 동안 국제연합군이 주둔하였다. 군사통제 구역으로 꽁꽁 묶여 있던 월미산이 제 품을 연 건 2001년이 되어서다. 그 기나긴 굴곡의 역사를 월미도 바다는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저 멀리, 푸른 물결이 욕심도 이념도 부질없다는 듯 햇살 아래 넘실거린다.


1989년 10월 15일, 제25회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개장했다





1990년 12월 19일 ‘월미도 회주 도로’ 준공식 때와
2016년 현재 모습. 월미 문화의 거리에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월미산과의 사이를 뚫어 길을 냈다.





내일도, 함께할 그 이름 월.미.도.

월미도, 참 정겹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인천 하면 이 이름을 먼저 떠올린다. 월미도는 누구나 한 번쯤 추억에 잠기는 장소이지만, 지나간 시간에만 머물러 있진 않는다. 한때 놀 줄 아는 청춘들이 모여들었던 이곳엔 여전히 젊음이 물결친다. 지금도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놀이기구가 돌아가고, 유람선이 낭만을 싣고 푸른 물결 위를 달린다. 월미 문화의 거리를 따라 이어진 바닷가 벤치는 언제나 만석이다.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머리가 하얗게 샌 노부부는 말없이 함께 바다를 바라본다. 오는 8월이면 인천역에서 월미도를 순환하는 월미모노레일이 하늘 한가운데를 달린다.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생에 가장 빛나던 시절 추억 속에서 반짝이는 월미도. 그 내일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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