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열우물에서 미술하는 사람으로 살기

2016-03-04 2016년 3월호

열우물에서 미술하는 사람으로 살기
글 이진우 화가(거리의미술 대표)




나는 부평구 십정 1동 열우물마을에서 ‘마을에서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오고 있다. 20여 년 전, 전철역이 가깝고 방값이 싸다는 이유로 어찌하여 십정동에 와서 살게 됐다. 집이야 부근의 아파트로 이사 갔지만, 그림 그리는 작업실은 여전히 여기 두고 이 동네 사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곳 열우물마을은 25년 넘게 재개발을 추진만 하다가 최근 국토부와 인천시, 부평구가 뉴스테이 사업방식, 즉 기업형 임대주택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체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순간 동네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곧 개발할 텐데 무엇을 고치겠는가. 수도가 터지거나 지붕에서 물이 새는 게 아니라면 자꾸 미루게 된다. 화가로서 동네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다가 1997년에 첫 벽화를 그렸다. 그리고 2002년이 되어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열우물 길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을 사진을 찍는 사진가도 참여하고, 동네 어르신들을 인터뷰할 미디어 작가도 참여하고, 마을을 스케치하고 그 그림을 전시하는 모임도 생겨났다. 지난해에는 제11차 열우물 길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어느덧 열우물은 벽화마을로 알려지게 됐다.
이 동네에는 젊은이들은 거의 떠나고 이제 나이 드신 어르신들만 남아 있다. 골목길, 계단길, 비탈길은 어르신들의 움직임을 집주변으로 한정짓게 한다. 어르신들은 집과 집 앞 골목, 그리고 ‘소나기’라는 이름의 사랑방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게 전부다. 이제 재개발을 한다니까 나가라면 나가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정을 주고받은 이웃들이 있어서 살 때까지는 살고 싶다고들 하신다.
지난해부터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미술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들의 소중한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미술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미술 매체를 손에 익히고 일상의 사물을 함께 그려보았다. 어르신들은 처음엔 그림을 못 그리겠다고 하시다 어느새 집에 있는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을 척척 그려내셨다. 마을 사진을 찍거나 동네를 스케치하고 마을 축제에서도 전시를 했다. 이렇게 미술을 당신들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 안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올해는 좀 더 많은 어르신의 삶과 이야기를 미술로 담아내고 싶다.
나는 동네가 왜 좋은지는 모르겠다. 동네를 위한 무슨 거창하고 위대한 담론이나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동네 화가로서 그림으로 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게 좋다. 내게 동네는 거대한 미술의 벗이다. 나와 내 이웃이 살고 있기에 내 마음이 가는 풍경이고 여기서 동네를 그리든, 사람들과 함께 그리든, 어르신들과 함께 그리든 다 좋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웃으면 복이 와요(笑門萬福來)’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무리지어 웃을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기도 하다.
영국의 철학자인 버드런드 러셀은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다. 웃다 보면 삶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 집 가훈은 ‘즐겁게 살자!’다. 뭘 하든 즐겁게 하다 보면 어느 곳에서든 행복이 넘치지 않을까 싶다.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계정선택
인천시 로그인
0/250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