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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 행사
나무 한 그루,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이기까지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무수히 쌓인 시간의 층을 돌아보며 오늘을 마주하고 내일을 그려본다. 인천시 기록관에서 오랜 세월 소중히 그러모은 역사의 기록을 하나둘 꺼내 선보인다. 잠들어 있던 사진 한 장이 묵은 먼지를 털고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 역사는 생명력을 얻는다. 그 네 번째로 4월 식목일을 맞아, 나무 한 그루가 초록 숲을 이루기까지 긴긴 노력의 시간을 담았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자료제공 및 협조 인천시 기록관
어제 심은 나무 한 그루
첫 삽을 떴다. 삽으로 땅을 70센티미터 이상은 파야 나무를 온전히 심을 수 있다. 송골송골 맺히던 땀방울이 주르륵 흐르고 나서야,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적당한 크기의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나무를 심은 후에는 비료를 주고 물을 붓고 두 발로 꾹꾹 다지며 무럭무럭 자라라고 격려도 했다. ‘우리 아들딸들을 위해서 나무 한 그루는 꼭 심어야 하지 않겠나.’ 단 한 그루를 심더라도 온 정성을 다했다. 작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오늘 울창한 숲 이루다
우리나라의 땅 대부분은 산이다. 그 산의 숲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피와 땀으로 울창하게 만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는 황무지였다. 헤아릴 수 없는 폭탄 세례가 퍼부어졌다. 아름답던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나마 남은 나무는 땔감으로 사용해 오래 버티질 못했다. 오늘 하늘은 파랗고 대지는 녹색이다. 그 옛날 허허로운 땅이 이토록 푸르게 빛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직 봄, 햇살이 깊어지면 머지않아 온 세상에 짙푸른 녹음이 가득할 것이다.
1974
1970년대 대한민국 산야가 이렇게까지 황량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시 공무원들과 시민이 너도나도 삽을 들고 벌거숭이산을 찾았다. ‘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즈음, 허리 높이의 나무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리라.’ 쑥쑥 자라는 나무를 지켜보며 자식이 크는 것처럼 기뻐했다(왼쪽은 1974년, 오른쪽은 1979년 식목일 식수행사 때).
1988
인천시는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남동구 구월동에 올림픽공원을 조성했다. 4월 5일 식목일에는 나무를 심었다. 허리 높이의 어린 나무가 아닌 키 큰 나무를 공원 곳곳에 심었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여름이면 가지에 잎이 무성하게 달리리라 생각했다. 당시 앙상했던 키다리 나무들은 오늘 숲을 이뤄 시민의 삶에 초록빛 여유를 드리운다.
2000
2000년 4월 5일 새 천년 첫 식목일, 송도국제도시 매립지. 아직 번지수도 없는 텅 빈 땅에 나무 1천 그루가 뿌리를 내렸다. 바닷바람에도 끄떡없다는 해송이다. 당시 인천시 인구만큼인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으로 1천 그루를 보탰다. 지금 송도국제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울트라 그린시티’로 불린다. 전체 도시 면적에서 녹지가 무려 40%에 달한다. 송도의 허파 송도센트럴공원은 도시인들의 숨통을 터준다.
2016
2015년 4월 5일 식목일, 남동구 늘솔길공원에서 열린 나무 심기 행사. 이날 시 공무원들은 5천㎡의 땅에 나무 3천 그루를 심었다. 오늘의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나무 심기를 가르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심은 나무가 내일 세상을 더 푸르게 만들길. 땀방울 맺힌 얼굴이 기대와 희망으로 빛난다. 올해 식목 행사는 이달 2일 송도국제도시에서 나무 1만 그루를 심는다.
내일 더 푸르게 푸르게
인천은 녹색도시다. 초록별 지구를 살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바로 대한민국 인천에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바다를 메운 땅, 산 하나 없이도 도시 면적 가운데 녹지가 40%에 달한다. 회색빛 도심에도 싱그러운 초록빛 자연이 살아 숨 쉰다. 인천시는 이제 곧 인구 300만 도시에 진입한다. 시는 ‘인구 300만 시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는 2017년까지 인천 인구 꼭 그만큼인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10년 후에는 3천 만 그루까지 내다보고 있다. 시민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면 인천의 미래는 더 밝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미래 이 도시의 주역들을 위해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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