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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의 가능성
2016-04-05 2016년 4월호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의 가능성
글 정상희(아도크리에이션 공동대표, 스페이스아도 디렉터)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 있고 도로가 있는 물질적 공간이 아니다. 그 내부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인간이 삶을 이끌어가는 입체적인 과정과 결과와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오랜 삶에 지쳐 고갈된 채 남아 있는 도시와 이제 막 생명을 얻어 파릇한 도시가 공존하며, 당연히 획일화된 방법으로 모든 도시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올해 4월로 문을 연 지 2년이 되는 스페이스아도(spaceADO)는 건축과 미술을 기반으로 도시를 연구하는 연구소이자 예술 공간이다. 2010년도 인천아트플랫폼에 평론가·기획자로 입주하면서 인천 중구와 인연이 시작됐다. 2013년도에 그간 기획해왔던 도시 연구 프로젝트들을 기반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기치 아래 이홍규 공동대표와 함께 아도크리에이션(ADOcreation)을 설립했다. 이듬해 인천 중구청 앞에 아도크리에이션의 첫 번째 공간인 스페이스아도를 열었다.
스페이스아도가 위치한 인천 중구는 인천의 가장 오래된 중심의 하나로, 번화가였던 과거와 달리 많은 부분이 세월에 끌려가며 서서히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활성화의 방식은 오래된 지역일수록 관광에 초점을 맞추기 이전 그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기반으로 천천히 한발씩 내디디며 잠재해 있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역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데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여전히 수많은 변화 안에서 지역을 세심히 바라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들이나 단체들이 옳든 그르든 이미 그러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우리는 계속해서 지역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지역의 오랜 역사와 함께 형성된 다양한 모습을 익숙한 시선이 아닌 낯선 시선들을 끌어들여 객관적인 데이터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예술가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도시를 관광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오랜 생명을 유지해온 유기체적 예술작품 자체로 바라보며 감상하고 해석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인천을 잘 아는 이들뿐 아니라 잘 모르는 국내외 건축가를 포함한 문화예술가들이 도시를 예술의 과정과 결과를 형성하는 주요 콘텐츠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스스로도 그와 같은 시선으로 천천히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을 찾아가며 말이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건축은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여겨야 하며, 생명 있는 것으로서 복잡성과 유기성을 갖추어야 한다.”
빅토르 오르타(1861-1947)
아르누보 건축의 거장 빅토르 오르타의 명언이다. 19세기 말 고전주의에서 탈피해 미술과 건축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켰던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 건축가다. 그 당시와는 시간과 장소와 의미에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날 건축 역시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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