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박물관 70년 ‘인천 찾기’의 긴 여정
2016-04-05 2016년 4월호
박물관 70년 '인천 찾기’의 긴 여정
전시는 그 박물관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박물관의 역사를 보려면 전시의 변화상을 먼저 살펴야 한다.
지난 70년 동안 인천시립박물관의 전시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글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1946년 맘모스어금니 화석
고답적인 박물관, 차별화되지 못한 전시품
1946년 4월 1일 인천시립박물관 개관 당시 전시된 유물은 364점이었다. 이 유물들은 박물관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수집된 것이 아니라, 빠듯한 개관일정을 맞추기 위해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고미술품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조금 특이한 것이 섞여 있었으니 한때 박물관의 상징이기도 했던 ‘맘모스 상아 화석’이다. 이 유물은 일제강점기 북만주 지역에서 일본인들이 발굴한 것이다. 원래는 인천항을 통해 일본 본토로 운송하려 했던 것인데 광복을 맞이하여 북성동에 있는 중국인 소유의 창고에 숨겨두었다가 이 건물이 불에 타면서 발견되어 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지금은 보존상태가 악화되어 수장고에서 쉬고 있지만, 개관 초기부터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박물관을 대표했던 유물이었다.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포격으로 건물을 잃어버린 박물관은 1953년 4월 1일 제물포구락부 건물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전쟁복구가 시급한 상황에서 유물의 구입이나 수집은 물론, 유물 관리에 필요한 예산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 예산의 부족으로 자체 기획전시가 불가능해지자, 박물관의 품격을 해치는 외부전시를 유치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일례로 1963년에는 꽃꽂이 전시를 박물관에서 개최했는데 꽃을 꽂아두는 소품으로 박물관의 소장유물을 사용하는 등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른바 송학동 시대라는 1946년~1989년에 박물관의 전시는 여전히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고답적인 박물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63년 1960년대 꽃꽂이 전시회


2009년 베쓰볼 인천-인천야구 100년사’ 특별전 포스터 2010 ‘인천짠물에 대한 해명’ 특별전 포스터 ‘
지역성의 회복을 위하여...
1990년 5월 4일 청량산 자락의 신축 건물에서 인천시립박물관 이전개관 기념식이 거행되면서 옥련동 시대의 막이 올랐다. 건물규모는 8배 이상, 전시면적도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하드웨어의 확장이 이루어졌지만, 더 의미 있는 것은 이를 기점으로 인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물이 전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계기가 되었던 것이 ‘인천전환국 발행 동전’의 구입과 전시였다. 전환국은 개항기에 화폐를 찍어내던 국가기관으로 1883년 서울에 처음 설치됐지만, 1892년부터 1900년까지 인천에 있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이전 개관 후 첫 유물 구입에서 1893년 인천전환국이 발행했던 동전 17점을 구입했고, 별도의 진열장을 준비하여 전시에 들어갔다. 이는 지역에 기반을 둔 박물관으로서 ‘지역성’을 회복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후 박물관은 인천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유물을 위주로 수집의 폭을 좁혔고, 수집된 유물들은 즉시 전시에 반영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점차 회복되기 시작한 ‘지역성’은 개관 60주년을 맞아 진행된 ‘전시실 개보수 공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인천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들로 구성된 두 상설전시실을 전면에 배치했고, 시민들의 기증품을 해마다 교체해가며 전시하는 기증전시실이 마련되었다. 야외전시장에는 이름 모를 문인석 보다는 인천과 관련 있는 석물들이 세워졌다. 한편 개관 60주년기념 기획특별전으로 『도시기행-인천, 상하이, 요코하마』전을 개최하면서 기획전시의 방향도 인천의 이야기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베쓰볼 인천-인천야구 100년사』 『세 가지 시선, 러일전쟁』 『인천짠물에 대한 해명』 『월미도, 기억너머의 기억』전 등 2006년 이후 개최된 기획전시의 면면을 보면 인천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기획자의 의도를 분명히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풀어내지 못한 인천의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통해 박물관 70년을 회고하자면, 그것은 ‘인천 찾기’의 긴 여정이었다.


2010년 ‘세 가지 시선, 러일전쟁’ 특별전 포스터 2014 ‘월미도, 기억너머의 기억’ 특별전 포스터

인천광역시립박물관 70주년 기념 특별전
박물관 70년,
기억의 문을 열다
기간 2016년 4월 1일(금)~6월 9일(일)
장소 인천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
- 첨부파일
-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