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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햇살 같은 웃음소리 하늘까지 닿던 곳

2016-05-03 2016년 5월호


5월 햇살 같은 웃음소리 하늘까지 닿던 곳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무수히 쌓인 시간의 층을 돌아보며 오늘을 마주하고 내일을 그려본다.
인천시 기록관에서 오랜 세월 소중히 그러모은 역사의 기록을 하나둘 꺼내 선보인다. 잠들어 있던 사진 한 장이 묵은
먼지를 털고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 역사는 생명력을 얻는다. 그 다섯 번째로 대관람차 돌아가던 추억의 놀이공원에서
도심의 문화예술 쉼터로 자리 잡은 수봉공원을 찾았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자료제공 및 협조 인천시 기록관


수봉 놀이동산 준공식 때(1979년 6월 14일)

1979
1979년 수봉산 하늘에 걸린 대관람차

산의 원래 이름은 수봉산(水峯山)이었다. 그 옛날 이곳은 주안에서 이어진 산줄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횅댕그렁한 땅이었고, 지금의 주안역 뒤편으로 바다와 접해 있었다. 주안동, 용현동 일대까지 갯골을 따라 바닷물이 밀려들어 올 때면, 산은 섬처럼 바다 위를 부유하는 듯했다. 지금 갯벌이 메워진 자리에 시가지가 들어서고 산에는 공원이 조성됐다. 1979년 7월에는 6천14㎡에 이르는 놀이동산이 둥지를 틀었다. 당시만 해도 인천에서 단 하나뿐인 놀이시설이었다. 다람쥐 놀이, 회전목마, 허니문카…. 놀이기구는 작고 옛날식이라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선 단돈 200원만 내면 줄을 서지 않고 꼬마기차를 탈 수 있었다. 그 소박한 행복에 이곳에선 어른도 아이도 모두 신이 나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수봉 놀이동산 준공식 때(1979년 6월 14일), 당시 이곳은 인천에서 단 하나뿐인 놀이시설이었다.



2016년 현재, 수봉 놀이동산이 있던 자리에 터를 잡은 어린이 놀이터. 오는 7월, 물놀이 시설을 갖춘 놀이터로재 개장한다.

2016
오늘도 여전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족과 함께하는 수봉 놀이동산’이라고 적힌 무지갯빛 아치형 입구를 지금도 기억한다. 요즘 같은 5월이면 소풍 온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2008년 7월 6일, 거북선도 회전목마도 꼬마기차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시설이 너무 낡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주민 9천500명이 놀이동산을 지키기 위해 서명운동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30여 년 추억을 함께 해 온 수봉 놀이동산은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지금 놀이동산을 허문 자리에 들어선 작은 놀이터엔 여전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산으로 오르는 산책로에는 예나 지금이나 때가 되면 새하얀 벚꽃구름이 인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시절의 기억이 5월의 봄빛 따라 쏟아진다.





 
2016년 현재 수봉공원 현충탑과 현충탑을 세우던 해 (1976년 8월 30일) 수봉공원 광장 전경

황해 마르도록 가슴에 흐를 정신
수봉산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오르면 현충탑이 우뚝 솟아있다. ‘장하고 매운 정신 황해 마르도록 시민의 가슴에 흐르리라’.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영령들을 여기 모신다. 이 탑은 지난 1972년 8월 15일, 자유공원에 있던 충혼탑을 옮겨 세운 것이다. 이후 매년 현충일이면 이 앞에서 추모식을 올리면서 수봉산은 호국의 영산이 됐다. 이와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해 세운 ‘인천지구 전적비’, 실향민의 그리움을 달래는 ‘망배단’, ‘재일학도 의용군 참전 기념탑’, ‘무공 수훈자 공적비적비’ 등의 기념비가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를 이 시대에 전한다.





1970년대
1979년 6월 수봉공원에 세운 팔각정. 그 위에 서면 도화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숭의동 영제 한의원의 전신인 영제 한약방 우강 노학영이 공사비를 기탁해, 그의 호를 딴 우강정(佑江亭)으로 이름 지었다.





1980년대
인천 사람이라면 수봉공원 위 비둘기 집이 있던 풍경을 기억할 것이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유해 동물로 지정되면서, 1980년대 비둘기집이 있던 자리엔 2012년 인천 시내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세워졌다.




수봉공원은 벚꽃이 피는 4월이 가장 아름답다.
1991년 4월 18일과 2016년 현재의 수봉산 산책로.





내일도 삶을 향기롭게 할 쉼터

수봉산은 해발 104미터의 아담한 산이지만,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열심히 다람쥐 바퀴를 돌리고 대관람차 위에서 인천 시내를 품어 안던 때를, 우리는 아직 기억한다. 호국 정신을 기리는 기념비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우뚝 서 있다. 1982년 9월 인천문화회관이, 그다음 해에 은율탈춤 전수관이 문을 열면서는 문화예술의 향기가 더해졌다. 삶에 여유를 드리우는 초록빛 쉼터의 역할도 한다. 남구는 2010년부터 웰 그린(Well-Green) 사업을 통해 숲이 우거진 산책로와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폭포 등 쾌적한 자연환경을 조성했다. 볕 좋은 날, 문득 풀 향기 나무 향기가 맡고 싶을 때 언제든 오를 수 있는 낮은 산. 수봉산이 곁에 있어서 참 고맙다.


수봉공원 내 도서관 앞에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공폭포가 있다. 주상절리 형상으로 금강산 일부를 재현했다. 이는 남구가 진행하는 원도심 개방 사업의 표본으로 AID 아파트를철거한 부지에 조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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