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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 속 유물, 인천 역사를 열다

2016-05-09 2016년 5월호


수장고 속 유물, 인천 역사를 열다

글 신은영(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사진 조오다



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 70주년을 맞이했다. 요즈음 사람의 삶에서 70년이란 그리 희귀한 일도 아니지만, 한국 박물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 박물관 70년이라는 말은 그대로 고희, 즉, ‘고래로 희귀한 일’에 속한다. 우리는 지나온 박물관 70년을 되돌아보고 시대의 굽이마다 남겨진 흔적과 파편을 찾아 걸어온 자취를 기록해 역사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야만 70년의 세월이 우리에게 경륜으로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종다양한 유물, 수많은 전시와 행사의 더미에서 우리는 주춧돌이 되는 개념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향토(鄕土)’였다. 초대 관장 이경성 선생도 ‘인천박물관의 근본 사명의 하나는 인천향토사의 완성이다…’ 라며 명확히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박물관이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는 듯이 보였던 시절에도 ‘향토’는 그 자리에 원점으로 남아 있었다. 인천시립박물관 개관 70주년 특별전 「박물관 70년, 기억의 문을 열다」에서는 원점을 규준 삼아 시대를 나누고, 그 시대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유물들을 모아 박물관 70년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역사는 모든 사실을 남겨두지 않고, 더구나 남겨진 유물들이 기록된 사실마저 담고 있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박물관 70년, 기억의 문을 열다」에서는 향토를 원점으로 남겨진 사물의 배열을 통해 박물관 70년의 역사를 재현하고자 했지만, 빈틈과 공백으로 남겨진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푸딩의 맛은 먹어보아야 안다고 한다. 어둠으로 남아있는 빈틈과 공백이 시민 여러분의 다른 경험과 기억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1946~1950, 세창양행 사택 시절

석남 이경성 선생이 관장으로 있었고, 세창양행 사택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던 시기가 하나의 시대가 되었다. 이 당시에는 일제의 패망으로 남겨진 유물들을 향토라는 원점에서 재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석남 선생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맘모스 상아와 거대한 중국의 종들, 그리고 러일전쟁의 부산물이라는 잡다한 유물들을 향토라는 이름으로 묶어내는 것은 힘에 벅찬 일이었다. 1부에서는 원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의식하고 그것을 메꾸려고 했던 노력을 혼종된 유물들의 갈피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953~1989, 제물포구락부 시절

인천상륙작전 포격으로 박물관이 불에 타서 제물포구락부 건물로 옮긴 이후부터 1989년까지가 대략 한 시기를 이룬다. 외형상 이 시기도 세창양행 사택 시절과 그리 차이가 없었다. 건물은 여전히 좁고, 예산과 인원도 적었으며, 고적 조사를 위한 답사 또한 계속되었지만 박물관의 유물과 전시들은 계통이 서질 않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앙상한 현실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원점에 대한 기억도, 지역 박물관으로서 사명도 흐릿해졌다. 1965~1966년 경서동 녹청자 도요지 발굴로 잠시 서광이 비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박물관은 끝내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부에서는 그런 침체의 기운이 역력했던 박물관의 모습을 재현했다.



1990~현재, 옥련동 시대

1990년 1월, 길고 길었던 침체의 침묵을 깨고 박물관이 옥련동 새 청사로 이전했다. 바야흐로 지방자치라는 순풍이 불었고, ‘향토’가 시대의 대세가 되었다. 전시에서도 이 시기가 한 마디가 된다. 박물관은 향토성의 탐색에 매진했다. ‘문화재’에도, ‘민족생활 용구’에도, ‘근대사 자료’에도 향토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그렇게 모아서 전시된 사물들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었다. 2000년대 후반, 박물관은 사물이 아니라 지역적·역사적 맥락 속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서 지역성을 찾기 시작했다. 인천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에 얽힌 애환, 배다리라는 특수한 지역의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분분한 논의, 월미도의 지층 속에 겹겹이 쌓인 상처와 기억…. 이러한 지역사적 문제들을 되새기려는 박물관의 노력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박물관 설립 초기 ‘향토사의 완성’ 이라는 사명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박물관 70년, 기억의 문을 열다
기간  4월 1일(금)~6월 9일(목)
장소  인천시립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관람료  무료
문의  032-440-6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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