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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속으로 젖어드는, 수봉산문화마을공동체

2016-05-09 2016년 5월호



꽃향기 속으로 젖어드는, 수봉산문화마을공동체
글 임종우(생생지락예술창작소 대표)



처음엔 꼬불꼬불 좁은 골목길을 따라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허름한 빈집을 작업실로 사용하고자 했을 땐, 가파른 언덕길에서 숨이 차올랐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도시의 빌딩 숲과 대조적인 마을의 전경을 보면서 도시 속의 찌든 삶의 일상과 교차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선이 점점 올라가면서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녹색의 숲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도화동 507번지에 변화의 물결이 스며들었다. 쑥골 배수지 공사로 수봉산 우회 진입로가 열리고 지난해 산동네 마을 사람들의 40년 염원 사업인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공사가 있었다. 아주 좁은 골목길과 사도를 통해 통행을 하던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주거난에도 임대조차 들지 않아 방치되던 낙후된 산동네 지역이었다. 포클레인의 기계음을 따라 상하수도, 도시가스공사가 먼저 이루어졌다. 도로공사로 철거된 마을 주변 폐·공가의 민낯도 드러나고, 방치되어 무너진 허술한 지붕, 담장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음지에 햇빛이 들 듯 마을의 망치소리가 산새의 지저귐과 어울려 낙후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역 예술가들과 환경 활동가들이 교류하고 있던 생생지락예술창작소를 기반으로 주민들이 모였다. 그동안 마을에 관심이 없던 주민들이 마을의 변화와 주변 환경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며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예술창작소의 마을 문화예술워크숍을 통해 마을 쓰레기 처리, 텃밭농사, 담장 도색, 지붕수리, 폐·공가 활용부터 수봉산 생태탐방로, 쑥골 배수지 야생화공원 관리에 이르기까지 마을 주민의 마음을 모으고 공유하는 마을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좁은 골목길을 청소하고 페인팅 작업을 통해 골목 갤러리를 조성하고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해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개최했다. 수년간 방치해온 공가를 마을의 대안문화공간으로 보수하여 마을 커뮤니티 공간과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의 생의 기록을 담는 마을방송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폐가를 치우고 텃밭과 야생화 꽃길을 조성해 이웃과 정을 나누는 정겨운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마을 주거 환경이 부끄러워, 외부 손님과 마을 밖에서만 만나던 주민들이 이제는 살고 싶은 마을, 찾아오는 마을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생활문화 체험과 공동작업을 통해 수봉산의 꽃향기를 듬뿍 담은 마을축제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수봉산문화마을 사람들의 작은 몸짓이 도시인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비타민이 되길 바란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주요한 긍정적 체험’
공동체 중심 예술가 작업의 주된 목적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위대한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주요한 긍정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잰 코언 크루즈(Jan Cohen-Cruz) 행동주의 현장 예술가
마을사람들과 공동 프로젝트 예술을 통해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주민들이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본다. 어렵게 생각하던 문화예술 분야나 공동창작도 작은 행동이나 체험을 통해 땅을 갈고 꽃씨를 뿌리듯 주저 없이 붓질을 한다. 못질이나 빗질 같은 작은 긍정적 체험이 마을을 만들고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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