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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년 인천 바다 지켜본 플라타너스
2016-06-02 2016년 6월호
그리워하여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
나무에 마음이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130여 년, 인천 바다 지켜본 플라타너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자유사진가
인천 자유공원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거스르면 인천 개항기와 맞닿는다. 130여 년 동안이나 한자리에 뿌리내리고 있었는데, 이제야 ‘발견’하다니…. 나무는 세상의 시선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듯 담담하게 서 있었다. 이 나무는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난 1987년 태풍 ‘셀마’가 불어 닥쳤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훗날 바다 경관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오래된 나무 대부분이 잘려나갈 때도 끝까지 살아남았다. 갖은 풍파를 겪어온 육중한 몸뚱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쓰다듬어본다. 아래에서 위로 고개를 움직이며 살아온 시간을 가늠해 본다. 몇 번을 올려다 보았는지 모른다. 긴긴 세월을 비밀스레 안고 있는 오래된 나무에도 새잎은 돋아나고 있었다. 햇빛의 농도가 쌓여가면서 싱그러운 잎사귀가 하늘을 덮었다. 유월 한가운데, 나이 든 플라타너스가 눈부시도록 짙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나무가 바라본 세상, 긴 세월 한 곳을
바라보며 나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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