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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느껴보는 우현(又玄)의 숨결

2016-06-02 2016년 6월호

박물관에서 느껴보는

우현(又玄)의 숨결


문을 연 지 70년이 된 시립박물관에는 지금까지 약 3천 점에 달하는 유물이 기증됐다.
모두 소중한 유물이기 때문에 기증품을 전부 전시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전시실에 기증자 이름을 명패에 새겨 뜻을 기리고, 매년 기증자별로 1점 이상을
1년간 전시한다. 그런데 기증 전시실 진열장 3개 중 하나는 진열품이 바뀌지 않는다.
좀 특별한 기증품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 출신으로 우리나라 미술사학의 태두인 고유섭 선생의 유품이 그것이다.
글 이희인(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장)  사진 인천시립박물관



우현 고유섭 선생 영정

우현 고유섭(高裕燮)은 1905년 2월 인천 용동(지금의 동인천 길병원 자리)에서 태어났다. 인천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보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대 철학과에 진학해 미학 및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로 이사하기 전까지 경인열차로 통학했던 그는 대학 시절 그때까지 일본인에 의해 이루어진 한국 미술사(美術史)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경주, 금강산 등 다양한 유적지 답사를 통해 우리 미술의 체계적 연구의 필요성을 깨닫고, 한국 미술사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의 토대를 쌓기 시작했다. 개성부립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미술사 연구에 매진해 조선 석탑의 분류와 청자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학문적 기틀을 만들었다.
선생이 타계한 지 50여 년 뒤인 1992년 9월, 새얼문화재단이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박물관에 세웠다. 지금 박물관 광장 작은 언덕 위의 동상이 그것이다. 동상 제막에 즈음해 몇 해 전 차례로 고인이 된 선생의 둘째 딸 고병복 여사와 제자 황수영 박사가 선생의 손때가 묻어 있는 벼루와 필가(筆架), 인장(印章) 등의 유품과 그의 글을 모은 책 등을 시립박물관에 영구 기증했다. 우현은 인천을 떠난 지 수십 년 만에 그를 닮은 동상과 유품으로서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그 뒤 박물관은 지금까지 줄곧 선생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인천에서 나고, 인천에 박물관이 문을 열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준 인천 사람 우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6월 26일은 선생의 72주기다. 초여름 아카시아 꽃향기가 은은한 요즘, 박물관에서 우리 예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깨웠던 선생의 숨결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 탑파의 연구, 조선의 청자
우현 선생이 생전에 발표한 글을 모아 간행한 대표적인 책자(故 황수영 박사 기증)

 

75년 세월 너머 마주 선 우현(又玄)과 석남(石南)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가 아닐는지요.”
인천시립박물관 초대관장 석남 이경성이 일본 유학 시절이었던 1940년대 초, 개성부립박물관장 우현 고유섭에게 보낸 편지의 첫 문장이다. 한 장의 편지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우현의 졸거(卒去)로, 끝내 만남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러한 인연을 석남은 늘 아쉬워했고, 그에게 우현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우현 고유섭의 동상을 건립할 때 누구보다 앞장섰으며, 우현의 가족을 설득해 그의 유품을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하게 한 이도 석남이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지 7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현과 석남은 비로소 마주서게 됐다. 석남이 일구었던 인천시립박물관의 정원, 우현의 이름을 딴 우현마당을 사이에 두고 말이다. 우리나라 박물관과 미술계를 대표하는 인천 출신의 두 거목, 우현과 석남이 긴 세월을 넘어 마주서게 된 것은 새얼문화재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면을 빌려 우현과 석남의 동상을 제작해 인천 시민들에게 헌정한 새얼문화재단에 후학이자 후배로서, 나아가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글 배성수(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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