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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 주의보’ 내린 해변으로 가다
‘심쿵 주의보’ 내린 해변으로 가다
북도면에 사이좋게 떠 있는 삼 형제 섬 신도, 시도, 모도. 세 섬은 하나로 이어도 아담하지만 그 안엔 다채로운 즐거움이 넘친다. 카약을 타고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고, 춤과 음악이 흐르는 바닷가에서 한여름을 더 뜨겁게 달굴 수도 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휴가철이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는 북도면으로 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선다. 긴 기다림이 이어지지만, 핸들을 잡고 배 위로 미끄러지는 순간 조급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여객선이 하얀 물꽃을 일으키며 바다를 가로지른다. 파란 하늘 위에선 갈매기들이 빙빙 돌며 환영 인사를 한다.
육지에서 바다 건너 섬에 이르는 시간은 단 십 분 남짓. 신도, 시도, 모도는 모두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만, 사실 하나와 다름없다. 먼 옛날 물 차면 나룻배를 타고, 물 빠지면 갯벌 위로 건너던 섬은 다리가 놓이면서 한 몸이 되었다. 세 섬은 하나로 이어도 아담하지만,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해로는 짧다.
카약 타고 바다로 바다로
신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시도에 이른다. 섬은 한때 드라마 촬영지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수기 해수욕장에 있던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은 태풍에 무너지고, 언덕 위 ‘슬픈연가’ 세트장은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해 빛바래 가고 있다. 하지만 해변에는 그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즐거움이 가득하다. 고운 모래사장이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뻗은 수기 해변은 솔숲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아늑하다. 그 바닷가 한편에 자리 잡은 펜션 ‘풀 사이드(Poolside)’는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다. 펜션에서 카약과 패들보트를 빌려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건, 이 해변에서 누릴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아무리 잔잔한 서해라지만 바다에서 패들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파도라도 세차게 느껴지고, 사방에 펼쳐진 푸른 세상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인다. 하지만 그만큼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또 수기 앞바다는 수심이 낮고 파도가 잔잔해 걱정을 덜어도 좋다. 해가 져도 즐거움은 계속된다. 옥상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고, 펜션 앞 캠핑장에서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베개 삼아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화장실과 샤워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어 편안하게 한여름 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태양보다 뜨거운 타이거 비치
막내 섬 모도에도 즐거움이 넘친다. 삼 형제 섬 중에서 가장 아담하지만 특별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 남쪽 바닷가에 있는 배미꾸미 조각공원이 대표적인 즐겨찾기 명소다. ‘초현실주의’를 지향하는 이일호 조각가는, 특유의 감성으로 해변을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빚어냈다. 휴머니즘과 에로티시즘을 넘나드는 조각 작품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각공원 앞에는 여름에만 개장하는 타이거 비치가 있다. 스페인의 이비사(Ibiza) 섬과 태국 코팡안(Ko Pha Ngan) 섬처럼 춤과 음악이 흐르는 해변다. 이 해변은 수영장과 야영장, 공연장 등을 갖추고 2년 전 개장했다. 지난 여름에는 벨리댄스와 폴 댄스 세계 대회가 열려 한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세계 각국의 미녀들이 한자리에 모인 ‘월드 뷰티 퀸’과 ‘미스 비키니 유니버스’ 선발 대회도 화려하게 열렸다. 365일 가운데 허락된 긴 외출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뱃길로 단 십 분. 섬은 언제라도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뜨거웠던 여름날의 추억은 기나긴 그리움으로 남아 흐른다.
시도·모도 즐길거리 3
카약과 패들보트
풀사이드 펜션은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고 공항 또한 지척이라 외국 손님도 많이 찾는다. 펜션에서 해양레저인 카약과 패들보드를 대여해 즐길 수 있다. 카약은 2인 기준 50분, 패들보드는 1인 기준 50분 탈 수 있다. 안전 교육이 함께 이뤄져 초보자도 안심이다. 문의 펜션 풀사이드 poolside.co.kr, 752-2580
배미꾸미 조각공원
모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다. 휴머니즘과 에로티시즘을 넘나드는 이일호 작가의 작품이 해변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원 안에는 작업실을 개조한 카페가 있다. 향기로운 꽃차가 있고, 해초 비빔밥이 별미다. 문의 배미꾸미 조각공원 752-7215
타이거 비치
조각공원 옆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휴양 섬. 스페인의 이비사(Ibiza)처럼 춤과 음악이 있는 해변으로 조성됐다. 수영장, 야영장, 공연장 등을 갖추고 여름에만 개장한다.문의 타이거비치 02-511-9151
INFORMATION
영종도 삼목 선착장에서 신도로 가는 배를 탄다. 인천공항철도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시내버스를 운행한다. 시도와 모도는 다리를 건너 이동한다. 신도 선착장으로 여객선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다닌다. 문의 북도면 주민자치센터 899-3410, 세종해운 884-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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