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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서 걷고, 쉬고, 놀다
2016-07-01 2016년 7월호
그 섬에서 걷고, 쉬고, 놀다
“마음도 거리도 가까운 인천의 섬으로 오세요.” 수도권에서 한 시간 거리에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가 있으리라고, 그 안에 168개의 보물섬이 있으리라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나요? 육지에서 뱃길로 그리 멀지 않은 섬. 그 안의 모래사장은 금빛으로 반짝이고 바다는 맑고 깊습니다. 굳이 동쪽까지 먼 걸음 할 이유가 있나요. 가까운 서쪽 바다에서 놀고 쉬고 때론 걸으며, 느리게, 조금은 게으르게 여름휴가를 보내세요.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테마 1. 걷고 싶은 섬
소무의도
바람도 갈 길을 멈추는 섬
바다 위로 다리가 놓이면서 섬과 섬 사이의 간극이 메워졌다. 사람들이 서로의 터전을 자유롭게 오가기 시작했다. 5년 전, 무의도 큰 섬과 작은 섬 사이에 400여 미터에 이르는 다리가 놓였다. 그 다리를 건너면 대무의도와 소무의도가 마치 한 섬처럼 여겨진다. 섬은 세상에 품을 열었지만, 오직 두 발과 두 바퀴에만 발길을 허락해 아직 자연 그대로 순수하다. 다리 위에 올랐다. 여기부터 무의바다누리길이 시작된다. 시간이 멈춘 듯 온 세상이 고요한 이 섬에선, 바람마저 천천히 흐른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차분하게 길을 밟는다. 중간중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도 내려다보고, 가만히 서서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의 감촉도 느껴본다. 바람 끝에 짠 내가 진하게 묻어난다.

산과 바다 이야기가 있는 길
섬은 조촐하여 두어 시간 걷기로도 충분하다. 1.22제곱킬로미터 면적에 해안선의 길이가 고작 2.5킬로미터인 작고 순박한 섬. 어디에 서 있든 몇 분 만에 바다에 다다를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마주 보는 길’이 나온다. 대무의도와 소무의도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어 숲으로 향하는 ‘떼무리 길’로 들어선다. 파란 바닷가에 펼쳐진 초록 숲이 싱그럽다. 숨겨진 이야기를 알면 걷는 즐거움이 더한다. 이 구간 당산길에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다. 하루하루를 살면서 매일 샘솟는 샘처럼 맑은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처깨미 길’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소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다시 한 번 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길 끝에는 섬마을 사람들이 풍어제를 지내던 절벽이 있다. 그 옛날 파도가 파랗게 달려드는 바다로 지아비와 임을 떠나보내야 했던 여인들의 눈물이 여기 서려있다. 오늘,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 온 이들이 바라보는 바다는 평화롭고 고요하다.

내 마음속 길을 걷다
길을 내려가면 동쪽 마을이 나온다. 초승달 모양의 해안을 따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이 정겹다. ‘몽여 해변 길’이다. 하얀 모래와 몽돌이 빼곡한 해변은 물이 차도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물빛이 맑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면 ‘몽녀’라는 이름의 갯바위까지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길은 ‘명사의 해변 길’로 이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이 해변에서 피서를 즐겼다고 한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모래사
장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면, 과연 명사가 반해 찾았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변 한편에는 ‘山主 정명구의 매점’이라고 쓴 가게가 있다. 이곳은 섬 주인이자 무의바다누리길을 만든 정명구(44) 씨가 운영하고 있다. 18년 전, 한없이 크고 넓은 인천 바다에 젊음을 걸었던 청년은 이제 세상을 다 알아버린 나이가 됐다. 긴 시간 섬을 일구면서 혹독한 시련도 겪었지만, 그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윽고 ‘해녀섬길’을 지나
여정의 끝자락인 ‘키 작은 소나무 길’에 다다랐다. 소무의도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안산 전망대에 올랐다. 푸른 물결 위에 보석처럼 점점이 박힌 섬들이 시야에 가득히 들어온다. 산 위에서 바라본 섬은 더욱 아름답다. 가슴을 한껏 열어야 하는 순간이다.

소무의도 바다를 따라, 봉긋봉긋하게 솟은 산줄기를 따라, 섬을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일부러 천천히, 내 마음속 길도 함께 걸었다. 한여름이지만 숲이 모시이불처럼 선선하게 마음을 덮어 주어 걷기 좋았다. 작은 일에도 쉬 끓어오르던 마음의 온도도 딱 알맞아졌다.
소무의도 즐길거리 3

섬 이야기 박물관
몽여 해변 앞 무의초등학교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섬 박물관. 바다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전시한 공간과 영상체험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소무의도를 중심으로 바다 모형이 전시돼 있고 포토 존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만하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바다누리길 조망대
‘부처깨미 길’에 있는 바다누리길 조망대에 가면 바다와 섬의 풍광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날씨 좋은 날에는 바다 건너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 팔미도까지 시야에 닿는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풍어제를 지냈다.

카페 ‘티파니에서 커피를’
몽여 해변 앞에서 음악소리와 커피 향에 이끌려 찾아간 곳. 주인장 박민숙 씨는 소무의도에서 태어났다. 5년 전 노후를 고향에서 보낼 생각으로 폐가를 구입했다,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어서 카페로 꾸몄다. 카페 이름에도 고향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우리 동네 동쪽마을에선 어디서나 아침에 해를 맞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본떠 카페 이름을 지었어요.” 에스프레소가 3천500원, 팥빙수가 6천 원 선이다.
INFORMATION
먼저 공항철도를 타고 용유역까지 간다. 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잠진도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타고 대무의도로 간다. 배는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이어 대무의도에서는 마을버스를 타고 광명항까지 간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 소무의도로 들어간다. 문의 무의도 760-6880, 무의도해운 www.
muuido.co.kr, 751-3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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