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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짠 내, 그리고 사랑

2016-07-01 2016년 7월호


바다, 짠 내, 그리고 사랑
글 박성호(인천 녹색연합 ‘파랑’ 기자, 정석항공과학고 2)




인천 녹색연합의 청소년 섬 기자단 ‘파랑’이 6기에 이르렀다. 작년 5기 때부터 활동을 시작한 나는 지금 유일한 2학년 남자 멤버이다. 작년 초보기자였던 나는 밤늦게까지 하품을 다독이고 눈을 비벼가며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쓰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지치고 힘들어 파랑을 놓아버릴까 한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2년 동안 섬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하고 글을 쓰도록 붙잡아준 것은 ‘바다’였다.
원래 나에게 바다는 짠 내 나고 재미없는 곳일 뿐이었다. 육지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랬던 바다가 황홀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바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리는 쾌속선을 타고 들어간, 한적한 시골마을과 스쳐가는 섬 하나하나에서 나는, 무한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수평선까지 펼쳐진 논밭, 고작 5명의 섬 아이들과 작은 분교, 산꼭대기의 하얀 등대, 낯가리지 않고 재롱으로 반기는 동네 강아지·고양이들…. 새롭고 기묘한 세상이었다.
사마귀 알을 보고, 산딸기를 따 먹고, 처마 밑의 제비집을 보았다. 바다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제대로 된 세상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도시에서만 살다가 죽는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책, TV에서 본 사마귀 알과 산딸기, 제비집은 실제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가. 그 움직임, 그 숨결을 보고 느껴야만 진정으로 그들을 본 것이다.
자연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나를 발견했다. 파랑 활동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느낀 존재들은 하나하나가 추억이 되었다. 학교에서 얻는 지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릴 적, 아버지는 아들 손을 잡고 바다를 자주 찾으셨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2시간을 달리는 건 보통이고, 5시간이나 걸려 남해까지 데려가기도 하셨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아깝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비린내 펄펄 나는 바다로 가는 까닭을.
그러나 이젠 알 것 같다. 돈이나 최신 게임, 맛있는 음식, 예쁜 옷보다 더 넓고 깊은 즐거움을 바다가 선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다에 손을 담가 노를 젓고, 풀밭을 양탄자 삼아 뒹굴고, 동물들과 친구처럼 대화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행동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지를 말이다. 아버지가 휴일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짜증 가득한 아들의 손을 이끌어 그 먼 바다를 찾았던 이유를 말이다. 아버지처럼, 나도 언젠가 내 아이의 손을 잡고 바다를 찾을 것이다.
자연과 자주 마주해 보시라. 장담하건대, 자연은 결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함께 자연의 품에 안기면 새싹이 돋듯 사랑이 싹틀 것이다.
‘인천 청소년 파랑 섬 기자단’은 자연을 기사로 옮기며 자연사랑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 하나하나가 가족, 친구, 연인을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 안 있으면 나는 고3이 된다. 파랑을 떠나는 날, 자연이 준 그 짜릿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탁닛한 스님의 절에서는 일주일 중에 하루를 게으른 날(Lazy Day)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날의 인사는 “오늘 얼마나 게을렀습니까?”랍니다. 때로는 파란 하늘이나 시원한 바람 한 점 벗 삼아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위해 많이많이 게으른 하루를 선물하세요.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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