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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남포동, 그리고 신포동?

2016-08-01 2016년 8월호




개포동, 남포동, 그리고 신포동?

글 오진동 문화상점 재미난상회 대표(개항장문화지구발전협의회 회장)


80년대를 인천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한때 개가 포기한 동네 개포동, 남자가 포기한 동네 남포동, 신도 포기한 동네 신포동이라는, 인천만의 ‘은어’를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이 말은 개포동이나 남포동을 비하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른 소위 잘나가(?)는 동네와 비교해서 인천 신포동의 위상을 표현한 말이다.
그 시절 신포동은 시쳇말로 잘나갔다. 없는 게 없었다. 길을 걸으면 수많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음악소리로 거리는 활기찼고, 어깨가 부딪혀 걷기조차 불편한 골목길은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아래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로 가득 찼다. 멈춰 선 자동차와 빵빵거리는 클랙슨 소리는 어수선하지만 온 동네를 살아 숨 쉬게 했다. 그때의 나는 동인천에서 화실을 하며 1호선 전철을 타고 홍대까지 통학할 때다. 당시 신촌이나 홍대는 우리 동네 신포동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새 발의 피였다. 학교를 다녀온 나는 해 질 무렵부터 동틀 아침까지 온 동네를 싸돌아다녔다. 그게 주된 일과였다.
그때의 나처럼 신포동 거리를 헤매던 군상이 지금은 우리나라 각계계층에 어엿한 문화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방증일 것이다. 그 시절 신포동은 우리에게 문화를 향유하는 장소요 커뮤니티 공간이자 우리의 20대를 키워준 자양분이었다. 그런 신포동이 많은 이유와 세월의 흐름 속에 침체기를 겪으며 숨죽이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전성기 시절의 옛 모습에 비할 수 없지만 새로이 바뀌어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신포동에 살고 있는 나에겐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인천시가 인천 중구 내항 개발을 통해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양관광도시로 탈바꿈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총 6천억 원 규모의 20여 사업을 이 일대에서 추가로 진행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나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왜일까? 나 같은 소시민에겐 6천억 원이란 금액이 얼마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개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동네엔 동네의 발전을 꿈꾸며 버티다 떠나간 그들의 노고를 칭송하고 새로운 인재를 키우고 맞이할 터전을 다지는 게 우선이다. 또 개발에 떼밀려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떠는 원주민들을 위로하고, 늙고 쇠퇴해 버린 기둥을 다시 세우고 보듬어 주는 일이 우선시돼야 한다. 무릇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때가 있는 법이다. 도시라는 장밋빛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살아 숨 쉴 사람을 기준으로 순서를 정하고 때를 기다려야 옳은 일이다.
혹시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어서는 아니되기에 모두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신도 포기했다는 소리가 전국적으로 들리기를 기대해본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사람의 생명은 기가 모인 것이다. 모이면 생명이 되고 흩어지면 죽게 된다.”장자 - 知北游

도시란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그 사람이 모여 생명이 되면 그야말로 도시가 생명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도시란 그 속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가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인천의 새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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