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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품에 안고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딛다
신을 품에 안고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딛다
입양인 김금숙 씨의 고무 꽃신
글 이현아 한국이민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입양인 김금숙 씨가 1956년 미국
입양 시 지니고 있었던 고무 꽃신
해외 입양 아동과 입양 부모에게 가장 기억 남는 순간, 그것은 아동이 입양 부모와 대면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은 입양인에게는 두려움과 낯설음으로, 입양 부모에게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기억되는 교차점일 것이다. 1956년 미국으로 입양된 김금숙 씨가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소지품은 고무 꽃신이 담긴 상자였다. 그는 고무 꽃신을 누가 주었는지, 왜 그 신발을 그리 소중하게 품고 있었는 지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 누군가가 그 신발을 버리려고 할 때 “내 신발을 버리지 말라”며 끝까지 꼭 안고 있었다고 한다.
입양인 김금숙(Jenifer Jacobus) 씨는 1951년생으로 여섯살 때 여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 당시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한국의 고아를 돕자는 내용의 홍보 잡지가 발간됐다. ‘KOREAN ORPHAN for You’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야윈 몸의 한국 어린이 사진이 실린 표지는 미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클라크(Clark) 부부는 한국의 굶주린 고아와 관련된 기사와 영상을 보고 이미 4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아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입양 대상자는 바로 김금숙 자매였다.
고무 꽃신을 안고 낯선 땅에 도착한 여섯 살 소녀는 미국인으로 살아온 지 60년이 되었다.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코가 날렵히 솟아 있었던 꽃신은 납작하게 변형되었고, 고무 재질은 삭아서 작은 접촉에도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뎠던 고무 꽃신은 ‘또 다른 이민, 해외 입양’ 특별전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동포들에게 한국 해외 입양 6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줄 것이다.
1956년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클라크 부부에게
입양된 김금숙 씨의 여권
1950년 미국 월드비전에서
발행한 한국 고아 후원 홍보지
‘KOREAN ORPHAN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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