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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요? 그야 인천이 최고죠~
새우젓요? 그야 인천이 최고죠~
인천의 포구들이 들썩인다. 김장철, 감칠맛 나는 새우젓을 구입하기 위해 인천을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배 위에서 바로 소금에 절여 독에 담그는 가을 새우는 숙성을 거쳐 추(秋)젓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새우 생산량의 70%가 강화 해안에서 나오는 만큼 인천의 새우젓은 유명하다.
글 김윤경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 ‘간’이 아니라, ‘맛’으로 먹는 짭조름한 별미
푹 삶은 부드러운 돼지고기 한 점을 새우젓에 찍어먹는 감칠맛. 만약 새우젓이 없다면 수육의 맛이 그토록 풍부할 수 있었을까. 새우를 소금에 절여 만든 새우젓은 우리나라에서 식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사용된다. 특히, 새우젓은 김치 특유의 맛과 풍미를 잘 살려주기 때문에 김장김치를 담글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다.
새우젓은 새우 어획시기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오젓, 육젓, 추젓이 대표적이다. 음력 5월엔 잡힌 새우로 만든 오젓은 살이 단단하지 않고 붉은빛이 돌아 반찬용이나 수육 먹을 때 곁들인다. 또 음력 6월에 잡힌 새우로 담근 육젓은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이 가득할 때라 통통하고 맛이 좋아 새우젓 중에 제일로 꼽는다. 씹는 식감도 좋고 단맛이 물씬 풍겨 밥 위에 올려 먹기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말복이 지난 뒤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이 ‘추(秋)젓’인데, 가을에 잡히는 새우젓에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크기가 작은 특징이 있다. 새우젓은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미각을 돋운다. 그 오묘한 맛에 참기름과 양념을 더한 새우젓 무침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한다.
#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새우젓 경매
쌀쌀한 아침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지난 10월 중순 아침, 새우젓 경매가 한창인 강화도 경인북부수협 앞마당이 짭조름한 냄새로 가득 찼다. 새우젓을 가득담은 250kg 드럼통이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고, 수협 직원들은 감별을 위해 밀봉되어 있는 포장을 하나하나 개봉한다. 기다란 집게로 새우젓을 헤집어 놓으면 비로소 감별사의 감별이 시작된다. 감별사의 날카로운 시선이 지나가면 새우젓은 금세 상, 중, 하로 등급이 매겨진다. “(상)5개, (중)6개, (하)2개~!” 경매인의 외침과 동시에 경매서를 작성하는 상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바쁘게 쪽지가 오가더니, 곧이어 낙찰자의 이름이 호명된다.
낙찰된 새우젓은 낙찰자가 판매를 위해 가져가거나 경인북부수협에 지하에 마련된 국내 최대 새우젓 숙성·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저장시설은 새우젓 드럼통 4천~5천개 정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특히, 영하의 온도로 보관되므로 염도를 높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저염식 추세에 맞는 새우젓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거죠.” 김용순 경인북부수협 판매사업소장은 저장시설의 체계적인 보관시스템을 자랑한다. “강화새우젓 경매 때는 전국 각 지역에서 상인들이 옵니다. 그만큼 강화 새우젓 품질이 뛰어나다는 뜻이죠.”
# 우리나라 추젓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강화
'강화도가 아니면 제대로 된 새우젓을 만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강화도 새우는 유명하다. 강화 새우젓이 유명한 이유는 강화의 연안환경과 큰 연관성이 있다. 강화도 인근 지역은 임진강·예성강·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빠르며 펄이 발달했다. 이에 따라 장봉도어장·선수어장·새터어장·만도리어장 등 다양한 새우어장이 형성될 수 있었다. 실제로 강경, 신안, 목포, 광천 등에서 판매하는 유명하다는 새우젓도 모두 강화 앞바다에서 잡은 새우로 만든 것이다.
“올해는 새우가 많이 안 잡혀서 가격이 3배 이상 올랐어요. 여름내 가물어서 새우잡이가 예년 같지 않았는데, 10월 초 강화에 180㎜ 비가 내린 뒤로는 새우 잡기가 더 힘들어졌거든요. 다른 지역 배들이 강화도 앞바다에서 새우잡이 어업을 하는 것도 새우가 다시 줄어드는 원인일 수 있고요.” 최근 몇 년 동안 옛날만큼 새우젓이 많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어민들의 이야기다. “그래도 인천 강화 앞바다에서 잡힌 새우젓이 유명하니까 여전히 ‘새우젓’ 하면 모두 인천으로 오는 거 아니겠어요?”
# 새우젓으로 생계 잇고, 옹기를 굽던 인천사람들
새우젓으로 유명세를 치른 탓인지 인천에는 새우젓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다. 예전에 인천의 섬이나 연안은 그야말로 새우잡이 배로 북적였다. 가을철이면 항마다 배를 댈 곳이 없을 정도였다. 범선이 아침에 나가 오후에 새우를 가득 싣고 들어오면 즉시 소금에 절여 탱크(새우를 저장하던 창고)에 보관하거나, 쪄서 말리기도 했다. 넘쳐나는 새우젓을 담을 독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항아리 만드는 곳이 형성되었다. 과거 경서동에 수많은 옹기공장이 있었던 것도 새우젓 때문이었다. 새우 잡이가 성행했던 1970년대 당시 문갑도에도 새우젓 독 수천 개를 한꺼번에 구울 수 있는 가마터가 세 군데나 있었다.
특히, 새우젓은 가톨릭 신자들과도 인연이 깊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의 종교 중 하나로 인정되기 전까지 기오, 병인·병오, 신유박해 등의 사건을 겪었는데, 당시 가톨릭 신자들이 박해와 고난을 피하기 위해 낮에는 옹기와 새우젓 장사로 생계를 잇고, 밤에는 기도와 교리 공부로 신앙공동체를 유지했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인천에서 맛있는 젓갈 구입하세요~
소래포구 젓갈시장
소래포구 하면 역시 새우젓이다. 이곳에서는 강화도와 덕적도 인근해역에서 잡아 올려 토굴에서 자연 숙성시킨 소래산 추젓이 ‘신토불이’의 대명사로 최고 인기다. 어민들이 직접 잡은 새우젓이기에 싱싱하고 품질은 최고다. 육젓 1kg 4만 원, 오젓 1만 5천 원~2만 원, 추젓 1kg당 1만 5천 원, 생새우는 4kg 5만 원 선 문의 : 소래포구 어촌계 ☎442-6887
강화 새우젓시장
강화도에 간다면 외포리 젓갈시장에 한번 들러보자. 시장으로 들어서면 감칠맛 나는 젓갈류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잘 익은 젓갈을 용기에 꾹꾹 눌러 담아주는 인심은 덤이다. 갓 잡은 생새우에 소금을 뿌려 즉석에서 새우젓으로 담가주기도 한다. 육젓 1kg 4만 원, 오젓 1kg 2만 5천 원, 추젓 1kg당 1만 5천 원 문의 : 강화도 내가어촌계 ☎932-9337
연안부두
인천의 대명사 같은 곳이 연안부두다.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인천종합어시장엔 서해안의 각종 젓갈류가 한데 모인다. 현지 어민들로부터 직접 공수해온 것이라 신선하고 믿을 수 있다. 육젓 1kg 4만 원, 오젓 1만 원~1만 5천 원, 추젓 1kg당 1만 원~1만 5천 원
문의 : 인천종합어시장 ☎888-4241
토굴 새우젓도 역시 인천! _ 부평 토굴새우젓
부평 산곡동 호봉산 밑에는 일곱 개의 토굴이 있다. 새우젓이 이 토굴에서 익어간다. 오랜 시간 새우를 숙성시켜 오던 곳이어서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새우젓 굴’이라고 부른다. 토굴 안의 온도는 일 년 내내 7~8℃를 유지하고 있어 맛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 온도에서는 새우젓이 잘 숙성될 뿐 아니라 여름에 상하는 일도 없다.
‘새우젓 굴’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조배홍(74?학익동)씨. 토굴은 원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군수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파 놓은 창고였지만, 현재는 개인 소유로 조 씨가 이곳을 임차해 쓰고 있다. “인천에서 새우젓을 파는 상회 사람들은 모두 이 굴을 임대해서 사용했어요. 새우젓 토굴로 이용한 건 40년이 넘었죠. 새우잡이 배들이 싣고 온 새우는 대부분 이곳으로 가져왔어요. 토굴에서 자연 숙성된 새우젓은 김장철이 되면 전국으로 팔려 나갔고요.” 보통 강화도나 목포, 신안에서 실어온 새우젓이 대부분인데 숙성이 끝나면 영등포나 청량리, 금천 등 각지로 실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달고 구수한 토굴 새우젓은 올해까지만 맛 볼 수 있을 듯하다. 내부 문제로 내년부터는 토굴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래포구 어촌계는 현재 토굴 중 하나를 임차해 250kg 드럼통 수백 개의 새우젓을 숙성, 보관 중이다. 자연숙성 토굴 젓갈을 맛보고 싶다면 소래포구로 가보자.
좋은 새우젓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면 새우젓을 드럼으로 구입하는 공동구매를 해보자. 새우젓 경매 시 입찰가가 나와 응찰하면 입찰딱지가 붙는데, 거기에 약간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드럼째 새우젓을 구매할 수 있다. 상, 중, 하로 나뉘는 새우젓의 등급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매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훨씬 이득이다. 실제로 주부들이 동네 지인들과 나눈다며 새우젓을 드럼째 구입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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