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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되살린 고려의 아름다운 선

2016-11-08 2016년 11월호


과학으로 되살린 고려의 아름다운 선

사람들에게 유물을 선보일 때 가급적이면 처음 만들었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박물관에 처음 입고되는 유물은 대부분 긁히거나 갈라지거나 심지어는 분리되는 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박물관 수장고로 향한다. 이럴 땐 유물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하는데,
그 과정을 담당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보존과학’이다.

글 허윤현 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 학예연구사
사진 인천시립박물관


보존과학 처리 전의 청동은입사향로


보존과학 처리 후의 청동은입사향로

보존과학은 과학적 방법을 적용해 유물을 보존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보존가라고 부른다. 전시장에서 보는 유물의 화려함과 깨끗함 뒤에는 보존가의 노력이 숨어있다. 보존과학이 단순히 전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병을 치료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의학이라고 한다면, 보존과학은 유물들의 물리적 수명을 최대한 연장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금속유물의 녹을 제거하고, 벌레나 세균의 공격으로부터 유물을 보호하는 예방작업도 실시한다. 그럼에도 박물관을 움직이는 여러 분야 중, 보존과학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다. 혹은 이런 분야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인천시립박물관은 보존과학을 통해 유물이 어떻게 되살아났는지 보여주고, 그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보존과학’을 주제로 한 작은 전시를 계획해 왔다. 현재 시립박물관은 2016년도 하반기 작은 전시실 기획전으로 박물관의 보존과학 이야기 ‘과학으로 되살린 고려의 아름다운 선’을 2층 작은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보존처리 사업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으로, 송암미술관 소장 ‘청동은입사향로’가 그 주인공이다. ‘청동은입사향로’는 청동 몸체에 문양을 선으로 음각한 뒤 여기에 은을 삽입하는 방식, 은입사(銀入絲)로 장식한 향로이다. 청동과 은이라는 서로 다른 성질과 색상을 갖는 금속을 대비해 문양의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은입사를 표출하고 있는 작업 과정

보존처리 전, ‘청동은입사향로’ 표면에는 오랜 세월이 쌓아놓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식’이다. 보존과학실에 입고되었을 당시, ‘청동은입사향로’는 부식으로 생겨난 이물질이 표면을 덮어 은이 갖는 고유의 색깔과 질감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향로 몸체를 이루고 있는 청동과 대비되어 두드러져야 할 문양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보존처리를 실시했다. 부식이 진행되면서 표면을 덮고 있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은입사된 문양을 원래의 느낌으로 되돌려 놓는 작업을 진행했다.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면서 은이 갖는 색깔과 질감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향로 몸체를 감싸고 있던 문양이 모두 살아나면서 바탕이 되는 청동의 느낌도 이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부식을 억제하는 약품을 바르고, 부식을 촉진하는 외부 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표면을 코팅 처리했다. 전시 부제를 ‘고려의 아름다운 선’이라고 한 것은 은입사를 보존과학 방법으로 재표출해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음을 의미한다.
‘과학으로 되살린 고려의 아름다운 선’ 전시를 통해 보존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과학을 통해 어떠한 유물들이 되살아났는지, 앞으로 계속될 보존과학 전시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청동은입사향로 송암미술관(인천광역시립박물관 분관) 소장

유물 해설 안성희 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 학예연구사

이 유물은 향을 피우는 도구로, 향을 담는 주발 모양의 완부와 향로를 세우는 나팔 모양의 대부로 구성되어 있다. 청동으로 만든 향로에 은입사기법을 사용하여 꽃과 넝쿨무늬를 섬세하게 장식해 넣었다. 청동을 착색하여 만든 어두운 바탕면과 맑은 은선이 색 대비를 이루어 무늬가 더욱 명확하고 광채가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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