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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새조차 제 보금자리를 사랑합니다
한 마리 새조차 제 보금자리를 사랑합니다
글 이영미 소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인천지부 부설 가정폭력상담소)
최근 이혼한 전 아내를 흉기로 폭행한 사건이 신문 기사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너무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라 며칠 동안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가정폭력상담소에서 내담자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마음이 왜곡된 가장의 희생양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가장 또한 폭력 가정에 노출되어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습니다. 또다른 희생자인 셈입니다. 이들 또한 심리 상담이나 가족 상담을 통해 응어리진 분노와 한을 풀어낸다면 가장 소중한 가족을 괴롭히면서 군림하는 악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2014년 22만 7천608건, 2015년 22만 7천727건으로 하루 평균 600건이 넘습니다. 이 수치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제로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총 피해의 10% 미만으로 집계되며, 신고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본 상담소를 힘겹게 찾아오는 내담자나 경찰서와 연계된 상담일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화해를 했다며 상담을 거부하거나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산다며 아예 상담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보거나 상당 기간 직접 폭력에 노출된 경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산다는 말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강력 범죄의 가해자나 가정폭력의 행위자들은 폭력 가정에서 자라나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가슴에 품고 성인으로 자라,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 분노와 증오를 풀어버립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힘들고 위로받고 싶을 때 내 곁에 가족이 있어야, 사회라는 다른 울타리로 넘어가도 사람들과 올바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새도 제 보금자리를 사랑한다’는 속담과 같이 우리도 우리 가족을 보듬고 안아 주어야 합니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 -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
영국의 소설가 H.G. 웰스의 명언이다. 웰스는 처칠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며 타임머신, 마술가게, 우주 전쟁 등 수많은 소설을 남겼다. 웰스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뛰어난 소설가이면서도 인권을 중시한 사상가다. 그는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정에서도 인권이 지켜지고, 가정이 가장 소중한 보금자리임을 깨닫게 하고자 이 같은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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