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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주민의 삶을 오롯이 담다
2016-12-07 2016년 12월호
박물관, 주민의 삶을 오롯이 담다
한때 마을은 살아있는 교육장이고, 동네 어르신들이 선생님이던 시절이 있었다. 뒷동산 사당에 얽힌 이야기며, 고개와 관련된 전설 등 어르신이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에서 우리는 마을의 역사를 배웠고 마을을 알아갔다.
글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2016년 현재 인구 300만 도시 인천에는 30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다. 수치로 따지자면 10만 명 당 1개의 박물관이 있는 셈인데, 타 도시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인천의 박물관들은 상당한 수준의 컬렉션과 전시물을 자랑하고 있다. 고고, 미술, 역사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전통적인 박물관에서 과학, 종교, 생활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박물관이 시민과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인천을 ‘박물관의 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립박물관은 지난해부터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기존 박물관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주민의 손으로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마을박물관’이 그것이다. 마을박물관은 말 그대로 동네 이야기를 담은 박물관이다.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인문도시지원사업’을 인천대학교 일본문화연구소, 스페이스빔, 남구청과 함께 추진해 온 시립박물관은 지난해 남구 용현 2동과 5동에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을 개관했고, 올해는 도화2?3동에 ‘쑥골 마을박물관’을 열었다.

마을박물관을 운영하는 이는 시립박물관 소속 학예사가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다. 동네 이야기를 담는 박물관에 역사나 고고학, 미술사를 전공한 학예사가 필요치는 않다. 오히려 그 마을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주민이 전문 학예사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판단에서 마을박물관을 개관하기 전, 박물관을 기획하고 운영할 마을큐레이터를 모집했고, 그들을 대상으로 마을의 역사, 전시기획 실습 등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을 마친 마을큐레이터가 직접 박물관 개관작업과 특별전시에 투입됐고, 지금껏 박물관을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토지금고와 쑥골 마을박물관에는 각각 11명과 14명의 주민이 마을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마을박물관은 커다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그마한 공간만으로도 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은 컨테이너 2동에 조성됐으며, 쑥골 마을박물관은 비어있는 주택을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전시를 비롯해 마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체험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체험교육 역시 마을큐레이터 손에서 이루어진다. 마을의 어른이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통시대의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인천시 10개 구?군 중 7개 지자체에서 구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건립하고 있다. 지난 9월 구립박물관이 없는 남구청과 시립박물관 사이에 마을박물관 건립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앞으로 동 단위의 마을박물관을 함께 만들어 갈 예정이다. 지금은 두 곳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남구 곳곳에 마을박물관이 들어선다면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구립박물관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시립박물관에서는 인천의 가치 중 하나인 도서 지역에도 마을박물관의 개념을 도입해 ‘섬 박물관’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주민이 직접 기획 운영하는 마을박물관, 섬 박물관이야말로 마을의 이야기와 주민의 삶을 담고 있는 진정한 생활사 박물관이 아닐까?

쑥골 마을박물관
지난 10월 25일 제2호 마을박물관 ‘쑥골 마을박물관’이 석정로 212번길 11-46(도화동)에 문을 열었다. 마을박물관이 들어선 곳은 7년 동안 비어있던 집으로, 개보수 과정을 거쳐 마을이야기를 담은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벼가 많은 동네라는 의미를 갖던 ‘슉골’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쑥골로 불리게 된 도화2?3동은 북망산, 선인재단, 염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는 공간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한데 모아 마을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쑥골이야기’가 상설로 전시될 예정이고, 마을 학생들이 자기 동네를 직접 그린 작품들로 꾸며진 특별전 ‘우리 눈에 비친 쑥골’전은 내년 6월 30일까지 전시된다.
운영시간 오후 1~5시(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다음날 휴관)
문의 440-6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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