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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정’으로, 삼치 굽는 사람들

2017-01-05 2017년 1월호


뜨거운 ‘정’으로,    삼치 굽는 사람들

입이 기억하는 추억은 더 질 긴 법이다.인천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삼치구이 한 점에 막걸리
한잔 얼큰하게 얽힌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옛 추억을 찾아가는 길, 오늘도 좁다란 골목에 올망졸망 붙어 있는
삼치구이 집에선 밤늦도록 생선 굽는 냄새가 퍼져 나간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원조’ 맛 이어가는_양산박 삼치

‘인하의 집’ 부부에게서 전수 받은 비법 그대로 20여 년째 ‘몽둥이 삼치’를 굽고 있다. 현재 동인천 삼치거리에서 ‘몽둥이 삼치’를 쓰는 가게는 이 집을 포함해 단 네 곳뿐이다.
주인장 김남수(60) 씨는 인하의 집 어르신으로부터 물려받은 ‘원조의 맛’을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찾기 힘든 뉴질랜드산 삼치를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하고, 생선을 조리할 때도 굽지 않고 기름에 파삭하게 튀겨낸다. “몽둥이 삼치는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어서 아이들도 좋아해요. 하지만 잘 다뤄야 해요. 닭 가슴살처럼 퍽퍽해서 기름에 잘 튀겨야 제맛이 나지요.”
아무리 전통 방식을 고수해도 ‘원조의 깊은 맛’은 못 따라간다는 게, 그의 겸손한 생각이다. “불의 세기, 기름의 양에 따라 맛이 매번 달라요. 지금도 옛날 맛이 나는지 혼자 삼치구이를 먹어보곤 합니다. 다행히 100%는 아니어도 97% 정도는 맛이 나요.” 가게 한편에 새겨진 ‘삼치거리 최고의 맛을 이어가는 집’ 문구에서 강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시간 오후 2시~밤 12시
메뉴 삼치구이 8천 원, 순두부 6천 원,
 모둠구이(삼치, 고등어, 박대, 갈치) 2만 원
문의    양산박 삼치 772-8579





깊고 진한 할머니 손맛_도란도란 삼치

‘도란도란 참치’를 운영하는 김예숙(64)·문명식(70) 부부는 동인천 삼치거리의 터줏대감이다. 이 일대 1세대 삼치구이 집인 ‘서민촌’에서 시작해 30여 년간 삼치를 구웠다. “우리 남편이 술 배달을 했는데, 이 골목 삼치구이 집들이 장사가 엄청 잘된다는 거야. 마침 가게 자리가 났다고 해서 이리로 왔지.” 당시 살림만 하던 새댁 김예숙 씨는 처음엔 음식 맛을 낼 줄 몰라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인하의 집’ 어르신이 가르쳐주고 손님들이 일러준 대로 맛을 더하고 덜며 손맛을 익혀갔다. 결국 가게는 점점 입소문을 탔고, 한창 때는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지금은 예전만 못해도 자식들 아파트 사주고 유학까지 보냈으니 여한이 없다. “이제 다른 사람한테 전해주고 손 놓아야지. 그래야 그 사람도 부자 돼서 나가지.” 할머니는 지금도 구하기 힘든 ‘몽둥이 삼치’로 맛을 낸다. 또 봄에는 열무김치, 가을에는 깍두기 등 사시사철 손수 빚은 김치를 내놓는다. 조금 힘들고 번거로워도 옛 방식을 따르는 것, 긴 세월 이 집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다.

시간  오후 2시~새벽 2시
메뉴    삼치구이 8천 원, 삼치 세트(동그랑땡, 두부김치, 순두부, 삼치) 2만 2천 원
문의    도란도란 삼치 772-9306






삼치구이의 역사가 시작된 곳_인하의 집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추억하는 ‘인하의 집’. 1968년 문을 연 이 집으로부터 동인천 삼치거리의 역사가 시작됐다. 대화양조장에 기대어 작은 밥집을 운영하던 홍재남·이초자 부부는 삼치를 구워 주며 배고픈 사람들의 시름을 달랬다. 그 넉넉한 인심과 손맛은 오늘날 김년훈(51) 씨가 이어가고 있다. “처음 가게를 인수했을 때는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 없었어요. ‘주인이 바뀌면서 옛 맛을 잃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했으니까요.” 원조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땀 흘려야 했다. 그 덕에 주인장이 바뀐 후에도 단골들은 여전히 이 집의 문을 두드린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 입맛이 바뀌면서 달라진 것도 있다. 지금 인하의 집에선 국내산 삼치를 튀김 기계로 구워낸다. 하지만 긴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요리 비법과 음식에 쏟는 정성은 예전 그대로다.

시간   오후 2시~밤 12시(금·토요일은 오후 2시~새벽 2시)
메뉴   인하의 집 코스(반반 삼치, 계란말이, 순두부, 오뎅탕) 1만 8천 원
문의   인하의 집 773-8384






배고픈 청춘을 위로하던_전동 삼치

한때 동인천 일대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제물포고, 인천여고, 인일여고, 대건고 등 학교가 몰려 있어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도 많았다. ‘전동 삼치’의 박연화(62) 씨는 처음 분식집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이 일대 학교가 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삼치구이 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가게 문을 연 1998년은 IMF 외환 위기로 온 국민이 힘들어하던 때다. 너도나도 값싸고 푸짐한 삼치구이를 찾아 이 골목으로 몰려들었다. 집에서 먹는 그대로 맛을 냈을 뿐인데도 가게 안은 늘 손님으로 꽉 찼다. 그만큼 손맛이 좋았으리라. “장사가 엄청 잘됐어요. 그때 번 돈으로 지금 이 건물도 샀지요.” 현재 삼치거리번영회 총무를 맡고 있는 그의 바람은 ‘삼치거리 사람들 모두 잘되는 것’이다. 남이 잘돼야 내가 잘되고 이 골목이 번성해야 동인천 일대도 다시 활기를 찾을 거라고, 그는 굳게 믿는다.

시간   오전 11시~새벽 3, 4시
메뉴  삼치 정식 점심특선이 2인 기준 1만 2천 원
 삼치 조림, 갈치구이 점심특선은 각각 1만 원
문의   전동 삼치 765-7792







트렌디하지만 원칙이 있는_인천집

‘인천집’은 동인천 삼치거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주인장 김범년(58) 씨는 국내산 삼치를 가장 먼저 식탁에 올리고 젊은 층을 겨냥한 신메뉴를 선보였다. “국산 삼치는 구우면 더 고소한 맛이 나는데, 이걸 막걸리에 담가 숙성시키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지지요.” 왕 삼치, 카레 삼치, 치즈 삼치, 삼치 탕수육…. 다양한 삼치 요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삼치구이 한쪽 면에 고추장 양념을 올린 ‘반반 삼치’다.
음식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깊숙이에는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오는 ‘내 먹는 건 팔고, 먹지 않는 건 팔지 않는다.’는 맛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그 정신을 큰딸 김유미(30) 씨와 사위 장진혁(27) 씨가 다시 이어가고 있다. “저 어릴 때만 해도 이 일대가 북적북적했어요. 동인천을 살리면서 우리 집도 함께 커가고 싶어요.” 스스로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젊은 그에게서 동인천의 희망을 본다.

시간   오후 2시~새벽 2시
메뉴  인천집 A코스(반반 삼치, 계란, 파전),
 인천집 B코스(반반 삼치, 계란, 순두부), 1만 9천 원
문의   인천집 764-6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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