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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도 특별한, 굴. 포. 천.
한겨울도 특별한, 굴. 포. 천.
한겨울, 뼛속까지 스미는 찬바람에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굴포천에 닿는 순간, 잔뜩 웅크렸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다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은 물길, 그 길 따라 찬 공기에 노랗게 익은 갈대밭이 한들거린다. 봄도 여름도 좋겠지만, 한겨울의 굴포천엔 특별한 낭만이 있다.
글 /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 류창현 포토디렉터
겨울 한가운데, 굴포천을 찾았다. 이곳이 도심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고즈넉한 길이 이어진다. 상쾌한 겨울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는다.
첫 발자국은 부평역사박물관 뒤편에서 시작한다. 박물관 공원에는 옛 가옥의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시간을 거스른 풍경을 눈에 담으며 슬슬 강가 거닐 준비를 한다. 박물관에서 다리를 건너면 시냇물 공원에 이른다. 굴포천 변에는 아기자기한 공원들이 자리 잡고 있어 걷기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 공원에는 체력 단련장이 있어 일상에 지친 몸에 잠시나마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원을 지나 여울교를 건너면 정자 삼산정(三山亭)이 나온다. 그 위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굴포천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비경까지 한아름 품에 안을 수 있다.
굴포천에 닿는 순간, 잔뜩 웅크렸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다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은 물길, 그 길 따라 찬 공기에 노랗게 익은 갈대밭이 한들거린다. 봄도 여름도 좋겠지만, 한겨울의 굴포천엔 특별한 낭만이 있다.
이어 고요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거닌다. 서부 1교와 2교까지는 생태 습지 하천으로 이뤄져 있다. 억새가 지천에 휘날리는 꽁꽁 언 강가엔 저마다 생명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서부 3교를 지나 부평구청 앞 습지에 이르면 새소리, 물소리가 더 가깝게 귓가에 들려온다. 굴포 2교를 건너면 벚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이 펼쳐진다. 죽 늘어선 겨울나무의 앙상한 가지 위로 다사로운 겨울 햇살이 어린다. 굴포 3교를 지나면 기후변화체험관이 나온다. 체험관 앞 작은 연못이 품고 있는 맹꽁이 서식지와 습지원이 반갑다. 여기서 삼산 2교를 건너면 첫발을 내디뎠던 부평역사박물관에 다시 이른다.
한겨울의 강가 산책은 생각보다 즐겁다. 내친 김에 길가에 난 기찻길에서 시작해 삼산 4교까지 굴포천을 다시 한 바퀴 휘 돈다. 뺨을 두드리는 바람 사이를 가로질러 걷다 보니 눈앞에 거대한 갈대밭이 펼쳐진다. 기대하지 못했다. 삶의 소소한 행복은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가 보다. 봄도 여름도 좋겠지만, 한겨울의 굴포천엔 지금 이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낭만이 있었다.
information
굴포천 걷기 코스
부평역사박물관 → 여울교 → 서부 2교 → 서부 3교 →
생태습지원 → 굴포 1교 → 굴포 3교 → 삼산 2교 → 부평역사박물관 → 삼산 4교
문의
부평구청 509-6114
굴포천사람들 주민추진협의회 511-3155
굴포천 따라 만나는 명.소.
한겨울 햇살과 바람 따라 굴포천을 걸었다면,
이제 숨 한 번 깊이 들이쉬고 강가 주변 명소를 찬찬히 둘러볼 차례다.
도농(都農)의 흔적을 찾아
부평역사박물관
부평역사박물관은 부평 문화권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며, 산업화에 밀려 자취를 감춘 농경 문화의 흔적을 복원한 공간이다. 박물관에는 부평역사실과 농경문화실, 회랑, 기획전시실, 야외 전시장 등이 있다. 이달 19일까지는 특별 기획전 ‘삼릉, 멈춰버린 시간’이 열린다. ‘삼릉(三菱)’은 일제가 전쟁에 필요한 군수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 국민을 강제 징용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도시 재생인 ‘새뜰마을’사업이 진행 중이다.
문의 515-6471, www.bphm.or.kr
지구 사랑하는 마음 키우는
부평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기후변화체험관은 배수펌프장을 증축해 만든 친환경 체험 공간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를 체험하는 곳인 만큼, 기존의 시설을 활용하고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 친화적으로 지었다. 체험관은 주제영상관, 기후온난화관, 기후변화체험실, 굴포누리교실 등으로 꾸며졌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체험 시설은 책에선 배울 수 없는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흡수시킨다.
문의 509-3901, bpgncce.icbp.go.kr
‘위기 탈출 넘버원’
부평안전체험관
부평안전체험관은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을 체험하면서 재난 시 대처 능력을 키우고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소중한 배움터다. 부평구 민방위 교육장 내에 자리 잡은 센터에는 교통안전, 해상 풍수해, 지하 공간, 지진 심폐소생술 체험관 등이 있다. 마치 실제 상황인 듯 아찔한 재난 체험을 할 수 있어,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꼭 가봐야 할 안전 교육 시설이다.
문의 509-3940, safe.icb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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