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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시없을, 석. 모. 도.뱃길 여행

2017-02-07 2017년 2월호

 

어쩌면 다시없을, 석. 모. 도. 뱃길 여행

이제 다리가 놓이면, 섬은 언제든 오갈 수 있는 ‘육지’가 된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석모도 뱃길 여행을 떠났다.
10분이면 닿는 가까운 섬이지만, 그 안에는 전국에서 찾는 관음도량이 있고 온천이 뜨겁게 샘솟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 내린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배 타고 ‘섬 속의 섬’으로

강화도에서 불과 1.2㎞, 뱃길로 가도 10여 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석모도는 비밀스레 숨어 있는 ‘섬 속의 섬’이었다. 하지만 오는 6월 삼산연륙교가 놓이면, 서쪽 바다 한편에 머물러 있던 섬은 언제든 오갈 수 있는 ‘육지’가 된다.
이른 아침, 강화 섬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외포리 선착장에 이르렀다. 평일인데도 선착장에는 석모도로 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윽고 여객선이 하얀 물꽃을 일으키며 바다를 가로지른다. 머리 위에선 갈매기들이 빙빙 돌며 환영 인사를 한다. 뱃길로 가는 석모도 여행,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배 안에서 석모도 보문사로 기도를 드리러 가는 김미영(58) 씨를 만났다. 보문사까지 여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삼십 대 젊은 나이에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던 그는 보문사 마애석불 앞에서 108배를 올리며 마음에 평안을 얻었다. “쓰러지지 않게 붙잡아달라고 기도했어요. 마음속에 휘몰아치던 태풍이 잠잠해졌지요. 바다를 바라보며, ‘부처님의 은혜로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기도하는 천년 고찰

석모도의 천년 고찰 보문사(普門寺)는 경상남도 남해의 보리암,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불자든 불자가 아니든 간절한 소망을 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머물다 가고 싶어 하는 사찰이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라고 했다. 보문사 중턱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까지 가는 길에는 425 계단이 가파르게 나 있다. 기도처로 향하는 길이 이렇듯 험한 것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라는 뜻일 테다. 숨을 깊게 내쉬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늘과 가까워질수록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대대손손 석모도에서 살아온 배치원(53) 씨가 그 길을 함께했다. 1928년 그의 친할아버지가 보문사 주지 스님과 함께 눈썹바위 위에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보문사 근처에 터를 잡게 됐어요. 아버지 어머니도 아직 살아 계세요. 이보다 더 좋은 기운이 어디 있을까요.” 그는 사찰 앞에서 ‘물레방아식당’이라는 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는 그 가까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린다. 온 가족이 고향땅에서 오붓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으랴.




노을빛 물든 바다 보며 온천욕

마애석불에 이르자 신자들의 소원을 읊조리는 스님의 음성과 목탁 소리가 맑고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가족이 건강하길 바랍니다’ ‘우리 딸 대학에 합격하게 해 주세요’…. 저마다 마음속에 고이 담아둔 소망을 꺼내 정성스레 기도를 올린다. 색색의 연등에 담긴 소망이 바람결 따라 잔잔히 흔들린다. 곁에서 마음 깊이 품고 있던 소원 하나를 꺼내 살며시 풀어놓는다.
꼭 기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수려한 자연 풍광만으로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낙가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주문도, 아차도, 말도…. 햇살이 이드르르한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반짝인다. 마음을 비운 자리에 하늘과 햇살의 빛을 채우고 섬과 바다를 담는다.
산에서 내려와 섬에서 하나뿐인 해수욕장인 민머루 해변으로 차를 돌렸다. 겨울 바다 앞에 섰다. 짙푸른 바다 빛이 눈에 닿기만 해도 시리다. 하지만 이 바닷가엔 차디찬 도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포근함이 공기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겨울 여행의 끝을 온천에서 마무리한다면 더없이 좋으리라. 석모도 땅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스민 온천이 뜨겁게 솟구친다. 지난 1월 20일 강화군에서 운영하는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문을 열었다. 온천은 보문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닷가 바로 곁에 있다. 노을빛 발그레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꽁꽁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영하로 곤두박질한 기온과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하나도 원망스럽지 않다. 한겨울 뜨거운 낭만 속에, 그렇게 아쉬움을 지나 그리움으로 남을 섬의 시간이 저물어갔다.




석모도 가는 길
외포리 선착장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30분마다 석모도행 여객선이 오간다. 뱃길로 10분 정도면 석모도에 다다른다. 오는 6월 삼산연륙교가 놓이면,
배가 아닌 차를 타고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석모도 932-3001
외포리 선착장 삼보해운 932-6007

www.kangwha-sam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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