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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바른 언덕 위, 왜색풍 집들

2017-03-03 2017년 3월호

양지 바른 언덕 위 왜색풍 집들

글 / 유동현 본지 편집장
드론 촬영 / 홍승훈 자유사진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현재 중구청이 있는 중앙동(본정)에 부청, 은행 등을 설치했고 신흥동(화정)에는 주로 학교와 사찰 그리고 주택 등을 배치했다. 바다 쪽에는 수탈의 현장인 정미소가 줄지어 있었다. 신흥동(新興洞)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있는 동네다.
글자 그대로 ‘광복을 맞아 새롭게 발전하고 부흥하자’는 뜻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과거의 일본인 동네 이미지를 벗어 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아 작명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적산(敵産)가옥 등 왜색풍 건물이 줄지어 있는 골목이 있다. 언덕에는 정원을 갖춘 저택들이 있고 아래 길가 쪽에는 몇 가구로 쪼개져 있던 나가야(長屋)식 일본집이 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많이 사라졌지만 신흥동 골목을 걷다보면 여전히 일제 압제의 흔적이 곳곳에서 배어난다. 이들 집들은 해방되면서 적산가옥으로 등재되었다. 말 그대로 ‘적의 재산으로 일본인들이 남겨 놓고 간 집’들이다. 살던 집까지 짊어지고 갈 수 없어 남겨진 주인 없는 집이었다. 광복 후 서로 차지하겠다고 쟁탈전을 벌이자 국가에서 민간에게 팔아 버렸다.







일제강점기에 기세등등했던 부윤(현 인천시장)의 관사가 신흥동에 있었다. 그만큼 일본인들이
선호했던 동네다. 이 관사는 광복 후 1966년까지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됐다.
이후 송학동에 시장 관사(현 인천시역사자료관)가 새롭게 마련되면서 현재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지금은 외관이 다소 변형되었지만 여전히 전형적인 일본풍 자태를 풍긴다.





신흥동을 품고 있는 조그마한 산꼭대기에 율목도서관(옛 시립도서관)이 있다. 이 자리에는 원래 일본인 정미업자 리끼다께의 저택이 있었다. 현재도 일본식 정원의 흔적과 여러개의 석등이 세워져 있다. 60~70년대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은 누구나 언덕에 놓인 이 도서관에 대한 추억 하나 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싸리재를 거쳐 성산교회 앞 언덕을 숨 가쁘게 올라갔던 일.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삐걱거리던 목조 계단.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벤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소설책들.
수인역 인근에는 가등(加藤)정미소, 역무(力武)정미소 등 크고 작은 정미소(작은 사진)가 있었다. 1930년대 일제는 경기도 이천, 여주 등 곡창지대의 쌀을 이곳에서 정미한 후 일본으로 반출했다. 정미소에서 나온 누런 왕겨가 영종도 앞 바다까지 둥둥 떠다녔다고 한다. 산처럼 쌓
여있던 쌀가마니가 무너지면서 작업을 하던 여자 선미공(選米工)들이 깔려 죽는 참사가 발생할 정도로 노동 환경이 열악했다.



해광사는 1910년에 일본인이 지은 절, 화엄사였다. 그 흔적이 절 입구 돌기둥에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1994년에 왜색풍의 절을 헐고 대웅전을 다시 지었다. 6·25 전쟁 중 전사한 경기도 출신 60여 영령 유해를 축현역(동인천역)으로 들여와 이 절의 명부전에 봉영했다. 6·25전쟁 때 인천을 점령한 인민군은 해광사에 정치보위부를 설치하고 민족진영계열 인사, 군경 등 우익계 인물을 닥치는 대로 체포했다. 인민군이 퇴각한 후에는 잠시 미군이 이곳에 진을 치고 대포를 설치하기도 했다. 해광사는 당시 인천의 육해공을 한눈에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였다. 사찰로 올라가는 계단의 상부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고 하부는 그 자리에 건물이 있던 것을 철거하고 새로 설치한 것이다.





해광사 부근 동인당 자리에는 1905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다 공장이 있었다. 일본인이 창업한 인천탄산수제조소는 광복 후 (주)경인합동음료로 회사명을 바꾸고 ‘스타사이다’라는 이름의 제품을 생산했다. 이는 훗날 ‘칠성사이다’로 이어진다. 당시 주변 마을 사람들은 사이다병 뚜껑 만드는 부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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