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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인천 섬
2017-03-03 2017년 3월호
위대한 유산, 인천 섬
글 / 오인선 주식회사 숨비 대표이사

나는 인천 출신이다. 지인에게 고향을 이야기하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말이 있다 “촌놈 출세했네!” 그도 그럴 것이 내 고향은 옹진군 대청도다. 공부를 잘해서 였을까. 아니, 아버지는 아들 뱃놈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나를 뭍으로 ‘유학’ 보내셨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풍부한 어족 자원을 통한 지원으로 부유한 유학 생활을 했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었다. 사실은 새 장가를 가신 아버지의 행복한 신혼 생활을 위한 가슴 아픈 유학길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뭍으로 나온 나에게 세상은 다르기만 했다.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처음 맛본 것도, 고등어를 사람이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모두 섬을 벗어난 이후였다. 대청도에서는 집집마다 마당에 집채만 한 냉장고가 있었고, 그 안에는 수십에서 수백 상자씩 고등어가 가득했다. 놀래미와 우럭을 잡는 미끼였지 사람이 먹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육지 삶에 서서히 적응했고, 진달래꽃 필 무렵 홍어를 맘껏 먹던 일, 하교길에 잠수질로 전복과 해삼을 잡던 일, 가을 해변을 발갛게 물들였던 해당화는 기억 속에서 조금씩 지워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스무 살이 훌쩍 넘었을 무렵, 나는 더 이상 섬 출신도 대청도 촌놈도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군 제대 후 기술을 배우며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를 전전하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양평에 정착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강원도 산골 출신 친구 하나를 사귀게 됐다.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늘 등장했던 안주거리는 산골에 서의 배고프고 고달팠던 삶이었다. 대청도가 떠올랐다. 우럭, 광어, 홍어, 꽃게, 해삼, 전복 등 적어도 배를 곯았던 적은 없었기에 친구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답을 찾게 됐다. 신이 인간에게 제공한 자연환경은 공평하다는 것. 섬은 먹을 것이 풍족했지만, 때때로 형제와 친구, 이웃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렇듯 세상의 이치를 이해할만한 나이가 되고 삶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나의 시선은 다시 섬으로 향했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며 프로 다이버가 되었고, 인명 구조와 심폐소생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다시 바다 곁에 머물 수 있어 좋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는 늘 어릴 적 대청도 바다가 삼킨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게 하고 싶었다. 이런 간절함이 좋은 아이디어가 되어 연구진을 모아 인명 구조 드론을 만들어 냈다. 국내 특허 등록과 세계 PCT ,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도 국내 출원까지 마쳤다. 지난해에는 인천 왕산해수욕장과 십리포해수욕장,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지금 나는 기술로 생명을 구한다는 창업 이념 아래, 산업용 드론과 해양 전문 드론을 만드는 인천 대표 기업으로서 세계 초일류기업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원동력은 단연코 나의 고향 대청도가 준 최고의 유산임을.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검이 짧으면, 일보 전진하라
- 육군사관학교 49대 교장 박종선 중장 -
20대에도, 30대에도, 늘 가슴에 새기고 사는 말이 있었다. 박종선 장군의 검이 짧으면, 일보 전진하라는 말에는, “검이 짧다고 생각되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더 노력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나는 여기에 하나의 의미를 더해, “안 되면 노력을 배가하고, 될 때까지 노력하면 실패는 없다”는 생각을 가슴에 새기고 기업을 경영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숨비’라는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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