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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밥집

2017-04-04 2017년 4월호



오·래·된 밥집

흔히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엄마가 차려주신 갓 지은 뜨끈한 쌀밥과 여러 가지
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 밥상 하나면 마음속까지 따듯해진다. 늘 반겨주는 엄마처럼 언제 찾아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밥집은 그래서 참 든든하다. 그곳엔 익숙한 맛과 편안한 분위기가 있고, 오랜 세월 쌓여온 이야기와 사연이 흐른다.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인천 중구의 오래된 밥집을 찾았다.

글 /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 최준근 자유사진가





백반 하나로 60여 년 이어온 소박한 밥집
동방식당


“몇 명이에요?” 입구에 들어서자 나이 지긋한 주인장 할머니가 사람 수를 먼저 묻는다. 6·25 전쟁이 끝난 후 개업해 삼대 째 영업 중인 동방식당은 60년 넘게 오로지 백반 하나로 사랑받아온 식당이다. 단일 메뉴여서 따로 주문할 필요도 없다. 인원수만 말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잠시 후 쟁반에 국과 10여 가지의 반찬, 수북하게 담은 밥 한 그릇이 올려진 백반 한 상을 가져다준다. 반찬이 정갈하고 맛이 깔끔해 금세 뚝딱 그릇을 비우게 된다.
가게 한쪽에 준비된 상추, 풋고추 등 채소류와 반찬은 손님이 직접 떠다 먹는 ‘셀프’ 메뉴인데, 먹고 싶은 만큼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따끈한 누룽지와 스프 또는 감주도 손님들을 위한 이 집만의 정성. 집에서 차린 밥상을 받는 편안함 때문인지 하루 종일 손님들로 붐빈다.
“반찬도 깔끔하고 맛있어서 자주 찾아요. 15년째 단골인데, 6천원으로 이렇게 푸짐한 밥상 받아 본적 있어요?” 택시 기사 김영태(55) 씨는 식사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집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밥이나 먹고 가지, 뭘 자꾸 물어봐요? 우리 집 내세울 거 없어.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늘 고맙지. 내가 만족해야 손님도 만족하실 텐데, 난 항상 부족하게 대접하는 것 같아 맘에 걸리거든.”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하는 주인장 할머니의 잔잔한 미소에 엄마의 따스함이 겹쳐진다.



중구 제물량로241번길 28
762-2269
오전 5시 30분~오후 9시
백반 6천 원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 앞에 위치한 덕에 주차 공간도 넉넉한 편. 매번 식단이 바뀌는 점심, 저녁과 달리 아침식사는 매일 가마솥에서 끓여내는 갈비탕이 주 메뉴.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장어튀김 
신신옥



60~70년대 신포시장을 지나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봤음직한 우동집 ‘신신옥’. 1958년 문을 연 신신옥은 푸짐한 우동과 별미인 장어 튀김 맛에 신포시장 명소로 자리 잡았고, 옛 사람들의 기억에도 또렷이 남아있는 명물이었다.
“황해도 신천에서 단신으로 월남한 부모님이 인천에 정착하시면서 장어 튀김과 우동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셨어요. 가게 이름은 아버지 고향인 신천(信川)의 ‘신’자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대를 이어 가게를 지키고 있는 박진우(63) 씨가 말을 이어갔다. “1958년도에는 민물장어가 흔했대요. 지금은 민물장어가 귀해서 붕장어를 사용하지만, 당시엔 장어도 튀기고 우동도 만드는 집이 이 근처에 네 군데 정도 있었어요. 지금은 저희 집만 남았죠.”
가게 벽면 가득 붙어있는 영화 포스터에 눈길이 간다. “부모님이 가게 하실 당시 이 근처엔 애관, 미림, 오성, 동방, 인천, 자유극장 등 영화관이 10개 정도는 있었어요. 극장에서는 식당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면서 영화 할인권 대여섯 장을 줬는데, 어머님은 그걸 단골손님에게 나눠주시곤 했죠. 어느 순간 그게 떠오르더라고요.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옛 생각이 나서 옛날 포스터를 인사동까지 가서 구입해 왔죠.”
탱글탱글한 붕장어를 바삭하게 튀겨낸 장어 튀김, 부모님께 전수받은 시원한 멸치 국물과 매끈한 면발이 조화롭던 튀김우동은 든든하게 속을 채우면서 옛 추억에 잠기기 충분했다.



중구 우현로49번길 7
766-0303
오전 11시~오후 9시(매월 26일 휴무)
장어 튀김 1만2천 원(반접시 6천 원), 튀김우동 4천500원
속이 알찬 장어 튀김은 무즙이 가득 들어간 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 튀김 가득한 우동은 고춧가루나 후춧가루를 살짝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엄마가 해준 집밥이 그리우면 찾게 되는
춘천식당

“우리 집은 된장찌개랑 청국장이 맛있어요.” 뭘 시켜 먹을까 메뉴판을 보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주방 쪽에서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맛깔스럽게 무친 아삭아삭 콩나물과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양념이 듬뿍 밴 푹 익은 무와 함께 먹는 부드러운 고등어조림은 나른한 봄날 식욕을 깨운다. 반찬만 먹어도 금세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것 같은데, 숭덩숭덩 썰어놓은 두부가 담긴 청국장의 깊고 담백한 맛에 숟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우리 가게 50년 넘었죠. 내가 시집와서 시어머님이랑 식당일 한 것만 해도 42년 전 일이니까. 식당 이름요? 우리 시어머님 고향 춘천을 따서 지은거래요. 시어머님이 23살 때 혼자 되셨는데, 우리 남편을 키우면서 시어머니를 모셨대요. 그 공로로 효부상도 받으셨고.”
메뉴판 옆에 효부상 수상 당시의 사진이 걸려있다.
“원래 우리 식당이 아트플랫폼 자리에 있었거든요. 그때는 옥상에서 직접 장을 담갔어요. 장 담그면 주변 사람들이 다 와서 구경하곤 했는데, 중구청 옆으로 식당을 옮긴 이후론 돌아가신 시어머님 친척이 있는 춘천에서 담근 장으로 음식을 만들어요.”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가끔은 밥과 몇 가지 찬으로만 이루어진 소박한 한 끼가 그리워지곤 한다. 진정 ‘집 밥’다운 식사가 그립다면 춘천식당을 찾아보자. 넘치는 엄마 마음처럼 꾹꾹 눌러 담은 밥과 정갈한 반찬이 그리움을 해결해 줄 것이다.



중구 신포로27번길 47
772-0946
오전 11시~오후 3시(토, 일요일 휴무)
된장찌개백반 6천 원, 청국장 6천 원, 생선찌개백반 8천 원
손님들을 위해 일부러 밥을 눌러 누룽지를 만든다는 주인장은
손님이 몰리지 않고, 감당할 만큼만 있어야 제대로 대접할 수 있다며 점심 장사만 하고 가게 문을 닫는다.


 


개운한 칼국수, 호로록 넘어가는 만두 맛이 일품  
해안칼국수


중구청 근처 해안동의 ‘해안 칼국수’는 정말 집에서 엄마가 만든 칼국수 그대로다. 통통한 바지락이 들어간 멸치 국물은 어린 시절 추억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저온 숙성된 반죽을 칼로 썰어 조리하기 때문에 칼국수 한 그릇 받아보기까지 제법 시간이 소요되지만, 훌륭한 면발과 개운한 국물에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다. 칼국수만큼이나 유명한 건 바로 물만두. 칼국수 육수에 끓여내는 물만두는 보드라운 만두피 덕분에 호로록 한입에 넘어간다. 풍부한 돼지고기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시원하고 칼칼한 부추무침과 함께 곁들인 만두에 자꾸만 손이 간다.
“먹고살려고 칼국수 집을 시작했지. 바깥양반이 예전에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배우처럼 멋있게 생겼었는데, 생계에는 관심 없었어. 처음 가게 시작할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
김경애(70) 사장님은 가게 덕분에 애들 잘 키우고, 지금은 단골손님들과 옛날 얘기도 하면서 장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70~80년대 중구가 대단했지. 명동보다 동인천과 신포동이 더 붐볐을 거야.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중구도 다시 활력을 찾았으면 해. 인천의 소중한 자산이 중구에 많잖아.”
젊은 날의 추억과 그리움을 묻어 놓은 각별한 곳, 그곳에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마음 따듯한 엄마의 손맛이 있었다.



중구 신포로15번길 59
766-0706
오전 9시~오후 8시(일요일은 평일보다 문을 늦게 연다)
칼국수 4천500원, 만두 3천 원, 만두국 5천500원, 수제비 5천500원
신선한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게 이집 맛의 비결. 재료값은 올랐지만,
아들 또래의 남자 손님들이 밥값 때문에 망설이는 모습을 본적이 있어 음식 가격을 올리지 못하겠다고.




어깨너머로 배운 시어머니의 두부솜씨를 잇다
맛고을

뽀얀 콩비지를 쌀밥 위에 올려놓고 간장을 살짝 떨어뜨려 쓱쓱 비벼 한술 뜨면 입 안 가득 고소하고 건강한 맛이 퍼진다. 콩비지찌개는 평안도에서 많이 먹던 향토 음식이다. 콩을 되직하게 갈아 만들어 되비지탕이라고도 하는데, 이북식 시어머니 손맛을 이어받은 며느리가 매일 두부와 비지를 만들어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 “우리 시어머니가 1·4 후퇴 때 평양에서 인천으로 피란 오셨대요. 1961년도에 시아버지 성씨인 남양홍을 따서 ‘남양집’이라고 빈대떡과 돼지고기전을 파는 음식점을 하시다가 그 후엔 ‘중앙동 대포집’으로 상호를 바꿔서 장사하셨지요. ‘중앙동 대포집’하면 빈대떡으로 알아줄 만큼 꽤 유명했었어요. 두부도 직접 만들어 파셨는데, 투병 생활 하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시어머니의 두부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워 지금의 ‘맛고을’을 운영하게 됐다는 이옥순(62) 씨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그날 음식에 사용할 두부 만드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콩을 8시간 정도 불린 후, 곱게 갈아요. 돼지 등뼈를 2시간 고아서 간 콩과 묵은지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약간 해요.” 곱게 간 콩으로 만든 고소한 되비지찌개는 시어머니의 옛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갈하고 맛깔 나는 찬거리와 잘 지어진 쌀밥, 든든하고 속이 편안한 식사에는 대를 잇는 수고로움과 한결같은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하다.



중구 신포로23번길 33-2
763-9511
오전 10시~오후 9시(1,2,4째 주 일요일은 휴무)
되비지백반 7천 원, 순두부백반 7천 원,
생두부 1만 원, 두부김치 1만5천 원
점심에는 찌개 종류가, 저녁에는 두부김치와
두부조림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매일 음식에 사용할 두부를 만들지만, 따로 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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