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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 다섯째가 태어났어요~”

2017-05-02 2017년 5월호




“섬마을에 다섯째가 태어났어요~”

함께 살 부비고 서로의 마음을 물들이며 순간순간을 함께하는 가족. 가족은 위로이고 안식이며 희망이다. 그래서 작은 섬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은 가족에 대한 마음이 더욱 애틋하다. 소이작도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김석진·오수진 씨 부부에겐 특히 더 그렇다.
지금, 조용한 작은 섬마을이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장현선 자유사진가



자연과 가족이 친구인 다섯 아이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서남쪽으로 44㎞, 쾌속선으로 1시간 30분 거리인 작은 섬 소이작도. 선착장을 중심으로 해안을 따라 나란한 집들이 정감 있는 이 섬에, 몇 년 전부터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것 봐~ 벚꽃으로 이렇게 만든 꽃다발~ 예쁘지?” 머리에도 꽂아보고 손에도 한 다발,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함께 아이들 마음에 봄이 가득 내려앉는다.
12살 현서, 10살 현지, 7살 현솔, 5살 현아, 2살 현민이까지,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은 모두 한 가족이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보기 드문 다둥이 가족. 늘어난 식구 수만큼 행복하다는 김석진(42), 오수진(35) 부부는 따듯한 날씨를 핑계 삼아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약진해변으로 향한다.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해변은 산골짜기에 콕 박혀있다. 해변에 서면 앞으로는 바다가, 뒤로는 숲이 보이는 것의 전부다. 너무 호젓해서 일까. 바닷가를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학원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는 한적한 섬에서는 언니, 동생이 친구이자 가족이다. 신나게 바닷가를 내달리고, 바위에 붙은 굴도 따먹고. 끊임없이 놀거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에게 섬은 자연이 준 놀이터다.





함께여서 더 행복한 가족

“자상하고, 부지런해요.” 오수진 씨는 남편의 성실한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가족계획을 한건 아니었어요. 아이들은 하늘이 준 축복이라 생각하고 낳았던 거죠. 다섯째를 낳고서는 출산지원금 1천 만 원도 받았어요. 아이들이 복덩이인 셈이죠.” 현재 옹진군은 출산 가정의 자녀수에 따라 5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출산장려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살을 부대끼며 가족과 함께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김석진 씨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교육 때문에 아내 혼자 연수동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저는 소이작도에서 생활하면서 한동안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은 모여 살아야 한다. 그래서 모두 섬으로 들어왔죠.”
날이 좀 더 풀려 따뜻해지면 스킨스쿠버도 시작할 참이다. 도시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곳엔 학교가 없어서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어차피 섬을 떠나야 해요. 큰애(현서)가 5학년인데, 현서의 섬 생활은 이제 2년 남은 거죠. 뭍으로 가기 전에 카누랑 스킨스쿠버를 가르치면서 남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려구요.” 섬에 사는 부모들의 고민은 단연 아이들 교육이다. 섬에서 태어난 김석진 씨 역시 뭍에 나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섬 안팎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이가 마치
모녀같이 정겹다.




아이들에게는 집 뒤의 나지막한
언덕이 사계절 썰매장이다.



고향 소이작도에서 시작한 새로운 꿈

“저희 어머니와 저도 소이작도에서 태어났어요.” 소이작도 토박이 김석진 씨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제물포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혼자 뭍으로 나와야 했다. 하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생활의 무게가 너무 벅차서일까.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검정고시로 대헌전문대학(현 재능대학교)에 진학한 뒤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이후 스쿠버 숍을 운영하는 군대 선배를 따라 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말레이시아 이민을 꿈꿨다. 하지만 2004년 말레이시아에 덮친 쓰나미로 꿈이 좌절됐다.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그 혼란스럽던 시기를 함께하던 지인을 통해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고향 소이작도에서의 새로운 꿈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현재 마을 이장이기도 한 그는 소이작도를 휴양과 수상 레포츠의 명소로 가꿀 생각이다. 막연하지만은 않다. 이미 소이작도는 스쿠버 다이버들 사이에선 소문난 다이빙 명소이기 때문이다. 물 밑에는 싱싱한 전복과 해삼이 가득하다. 해녀와 양식장이 없기 때문에 해산물 채취에 별다른 제약도 없다. 낚시꾼들도 줄을 잇는다. 새우는 해저 사구의 모래밭에 알을 낳는데, 새우를 먹고 사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모래밭 주변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깊은 수심과 다양한 어종은 덤이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
하기에는 사륜오토바이가 제격이다.


스쿠버 강사이기도 김석진 씨는 고향인
소이작도를 휴양과 레포츠의 명소로
발전시키고 싶다.



‘섬 프로젝트’로 섬이 젊어졌으면

아침마다 아이들은 등교하기 위해 300m 떨어진 대이작도 가는 배에 오른다. 소이작도에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대이작도 초등생 2명이 내년에 중학교로 진학하면 초등학생은 소이작도 애들뿐이에요. 그나마 소이작도에는 젊은 사람들이 있어서 근처 섬들에 비해 아이들이 있는 편입니다. 예전엔 생업이 어업이었지만, 지금은 섬의 특징을 살린 사업들이 다양해서 귀농처럼 섬에 들어오는 젊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소이작도의 관광 활성화를 꿈꾸는 김석진 씨. 그는 현재 인천에서 추진 중인 ‘섬 프로젝트’ 덕에 소이작도에도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그저 환경에 기대어 살았는데, 지금은 섬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책이 추진되니 주민들 스스로 섬에 대한 발전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기대한다. 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발하는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면, 섬의 인구가 늘어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섬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을 거라고. “그때 되면 아이들이 통학선을 타거나 부모와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일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요?”
바다를 닮은 순수한 섬마을 아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환하게 웃는 엄마 아빠, 그들을 빼닮아 한결같이 밝은 다섯 아이들을 보며 행복한 미래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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