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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송월동 골목에서 길을 잃다

2017-05-02 2017년 5월호



백설공주, 송월동 골목에서 길을 잃다

드론 촬영 홍승훈 자유사진가 글 · 사진 유동현 본지 편집장



이제 ‘송월동’ 하면 ‘동화마을’이 먼저 생각난다. 그 덕에 주말이면 주변은 온통 교통 몸살을 앓는다. 마을이 알록달록 색칠되기 전 이곳은 응봉산(자유공원) 뒤편에서 인천 앞바다를 내려다보던 조용한 동네였다. 개항이후 송월동 산마루에는 독일인을 중심으로 한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적지 않게 거주했다. 그들은 산기슭 남쪽 개항장의 번잡함을 피해 이곳에서 여유롭게 생활했다. 그런 이유로 기상관측, 전기회사, 비누공장, 양조장 등 신문물이 들어와 이 동네에서 발아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물러 간 후 일본인들은 이곳의 요지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것이 산 끝자락 가파른 곳에 서 있던 독일 상인 파울 바우만의 주택(현 자유유치원)이다. 러일전쟁 직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우아한 서양식 2층 건축물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을 두 번이나 지낸 사이토 마고토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다. 총독이 눈독을 들일만큼 좋은 풍광이 펼쳐진다.





현재의 만석고가교(인도교) 아래 기찻길 옆에는 시장이 있었다. 1937년 2월 송월공설시장으로
개설되었는데 가축시장의 기능을 하고 있어 흔히 ‘돼지장터’라고 불렀다. 광복 후 송월시장은
만석동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이 이용해 한때는 꽤 번창했다. 철도 길이 담으로 막히
면서 만석동과 단절이 되면서 상권이 급속히 위축되었다. 동화마을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만들기 위해 현재 철거 중이다.







송월동 비탈길에는 동일방직과 이천전기 사택으로 사용되었던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졌다. 세월에 못 이겨 퇴락하던 이 골목이 2013년부터 대대적으로 화장(化粧)을 넘어 분장을 했다. 낡은 담장과 옹벽에 세계명작동화를 테마로 한 그림과 조형물이 설치되면서 아예 ‘송월동 동화마을’이라고 개명했다. 도로시길, 빨간모자길, 북극나라길, 백설공주길, 엘리스길 등 다양한 테마길을 따라 오즈의 마법사, 인어공주, 라푼젤 등 수많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낯선 대한민국의 인천 송월동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송월동에는 ‘동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송월초등학교 아래쪽에는 이제 인천에서는 보기 드문 기와집 골목이 있다. 1950년대 중반에 조성된 도시형 한옥촌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곳곳이 퇴락했지만 기와집의 우아한 자태와 기풍은 색칠 당하기 이전의 ‘비(非)동화마을’ 송월동을 힘겹게 보여 준다.





인천기상대가 문을 연지 110년이 넘었다. 1905년 북위 37.28˚ 동경 126.38˚ 응봉산 꼭대기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인천측우소는 국내 13개 도시에 있는 지방 측우소는 물론 만주지방의 관측소까지 통괄했다. 일본 기상대, 런던의 그리니 치천문대와 기상정보를 주고받을 만큼 보유 기술도 뛰어났다. 날씨 파악은 일제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업무였다. 인천기상대의 옛 주소는 전동이지만 정문이 송월동 쪽으로 나있어 심리적으로 이 동네에 속한다.
몇 년 전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유서 깊은 원통 모양의 건물이 사라졌다. 이후 새 청사가 들어섰다. 새로 지은 2층 건물이 놓인 기상대 봉우리의 실루엣이 영 어색하다.



자유공원을 품은 응봉산은 한 때 ‘오포산(午砲山)’으로 불렸다. 100년 전 관측소마당에서 쏜 대포 굉음이 매일 인천 시내에 울려 퍼졌다. 대포 소리가 난 시간은 정각 12시. 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였다. 당시만 해도 시계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관측소에서는 매일 정오에 공포를 쏘았다. 이후 오포는 사이렌으로 대체되었다. 점심때가 되면 긴 사이렌 소리가 정오를 알렸다. 광복 후, 사이렌 소리는 정오가 아닌 자정에 울렸다.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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