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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에서 보낸 맛있는 하루
덕적도에서 보낸 맛있는 하루
뱃길로 한 시간, 이렇듯 가까운 거리에 아름다운 자연과 넉넉한 인심, 로컬 식문화까지 오롯이 담은 섬이 있다. 물이 깊어 ‘큰물’이라 불리는 덕적도. 우리 시와 ‘I(Island) Food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상정 명장을 비롯한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교수들과 섬 주민이 함께 맛있는 하루를 보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이 섬의 팔 할은 숲이다. 섬 전체를 둘러싼 숲은 금방이라도 온 세상에 푸른 물을 퍼트릴 것만 같다. 물빛도 서쪽 바다가 맞나 싶을 만큼 맑다. 물이 깊어 ‘큰물’이라 불리는 섬, 덕적도를 찾았다. 이번 여행은 우리 시가 섬 대표 음식을 개발해 음식관광을 활성화하는 ‘그 섬에 가면, 그 맛이 있다 : I(Island) Foo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산과 바다 품은, 섬의 맛
뱃머리가 섬에 닿자, 김금미 씨 부부가 활짝 웃으며 반긴다. 부부는 선착장 앞에서 아담한 카페와 음식점이 딸린 펜션 ‘예그리나’를 오붓이 꾸리고 있다. 덕적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어야 관광객이 모이고 섬이 활기를 찾는다. “흔히 섬 음식 하면 해산물을 생각해요. 하지만 덕적도는 산과 바다를 품은 섬이에요. 덕적 바다에서 잡은 생선에 땅에서 나는 식재료를 더한 특별한 음식으로 관광객의 미각을 사로잡고 싶어요.”
육지에서 뚝 떨어져 바다 한가운데 사는 섬사람들은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다. 음식에도 섬의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스미기 마련이다. 지장가리, 원추리, 벙구나물, 돼지감자…. 덕적도는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도 다른 섬이나 육지에서 보기 힘든 산나물이 난다. 또 어느 곳은 농사를 짓고 어디는 배를 타고, 동네마다 먹고사는 방식이 다르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그래서 음식도 천편일률적인 도시와는 다른 ‘그 섬’의 ‘그 맛’이 있다.
셰프들로 꽉 찬, 동네 주방
고른 한낮, 섬사람들이 덕적면 주민자치센터로 하나둘 모여든다. 우리 시와 ‘I(Island) Food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교수들이 지난해 선정된 섬 대표 음식을 주민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메뉴는 강화 볼음도의 ‘상합죽’과 옹진 장봉도의 ‘소라비빔밥’, 신도·시도·모도의 ‘해산물찜밥’. 이들 섬 대표 메뉴가 각 지역 음식점 식탁에 오르자 관광객이 늘고 가게 매출도 20%가량 증가했다.
“어디, 솜씨 좀 내볼까.”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의 이상정 교수는 ‘대한민국 조리명장 3호’라는 타이틀에 빛나는 거장이다. 이 명장을 주축으로 같은 학교 김윤태·송기옥·이경춘 교수가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식재료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알맞게 익히고 요리로 완성하기까지, 셰프들의 눈길과 손길이 분주하다. 함께 거드는 주민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송송하게 맺힌다.
“이 재료는 무엇인가요? 요리와 궁합이 잘 맞네요.” “소스가 참 고소해요.” 나름의 손맛을 고집스럽게 지켜 온 섬사람들이지만 마음을 열고 육지에서 온 전문가의 솜씨에 집중한다. 셰프들도 섬 주민의 이야기를 허투루 흘리지 않는다. “관광객이 원하고 이 섬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현지 주민이 알려 주어야 해요. 그래야 좋은 메뉴를 개발할 수 있어요.”
좋은 음식과 사람들, 그 섬의 기억
완성된 요리는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북쪽 해변에서 즐기기로 했다. 차창 밖, 해안을 따라 이어진 바다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풍경이 평화롭고 서정적이다. 저 멀리 덕적도에서 가장 높은 국수봉이 의젓한 자태로 섬을 아우른다.
“옆에 뽕나무숲 보이죠. 사람이 심은 게 아니에요. 산새들이 오디를 먹고 날아간 자리에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룬 거지요.” “저기, 음나무 가지에 돋은 개두릅은 쌉싸래한 게 참 맛있어요. 원래 산 중턱에 자라던 건데, 동네 노인네들이 캐기 힘드니까 자연산을 가져다 집 앞에 심어놓았어요.” 지천에 널린 자연의 선물, 이 모든 것 하나하나에 섬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섬의 북쪽 끝에 다다랐다. 해변은 크고 작은 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능동자갈마당이라 불린다. 차르륵 차르륵~ 자갈 위를 구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섬에 오는 사람 대부분이 먹거리가 없다고 해요. 먹을 수 있는 게, 회 아니면 매운탕이니까.” “우리는 옛날 방식 그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음식을 만드는데, 전문가들이 오셔서 한수 가르쳐 주니 고마워요.” “하려면 확실히 해야죠.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섬 메뉴를 만들어 대박 내 봅시다!”
육지에서 섬으로 온 셰프들. 그들이 만난 섬사람과 음식 그리고 함께 나눈 추억은 그네들의 손끝에 또 다른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소소한 행복, 그 바닷가 한편엔 섬의 꽃 해당화가 붉은 낭만을 풍기며 익어가고 있다.
Info
덕적도 가는 길 :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정도 바다를 건너면 덕적도로 간다. 인천항 여객터미널 ☎ 1599-5985
덕적도 맛집 : 예그리나 www.yeglina.net / ☎ 831-8550, 올레식당 ☎ 764-8888, 멍구치킨 ☎ 010-7311-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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