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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소금 땅 비집고 피다

2017-11-02 2017년 11월호



생명, 소금 땅 비집고 피다

소래습지에는 8천 년 시간이 흠씬 배어 있다. 하지만 땅을 메우고 갯골 폭이 좁아지면서, 이제 한 달에 두세 번 겨우 물이 들어온다. 언젠가 더 이상 바닷물이 밀려오지 않고 땅이 메마르면, 그 안에 생명도 사라질 것이다. 척박한 소금 땅을 비집고 피어난 귀한 생명을 찾아, 자연해설사 ‘새 생명’ 선생과 함께 습지를 걸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감수 국립생물자원관



퉁퉁마디
꽃말 : 순화, 영감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지금도 강화도와 신안에서 대량으로 기를 정도로 귀한 몸이다. 하지만 그 옛날 염전 사람들에게는 그늘을 드리워 소금 만드는 걸 방해하는 천덕꾸러기일 뿐이었다.



소래습지는 장수천과 만수천이 만나고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심과 가장 가까운 해안 습지로, 땅과 바다의 생태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그 안엔 염생식물과 습지식물이 어우러져 건강한 숨결을 내뱉고 있다. “이들 식물은 게들의 좋은 서식처로 습지를 찾는 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해요. 또 오염물질로 더렵혀진 습지를 정화한답니다. 생태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학생들에게 생물을 가르치던 자연해설사 ‘새 생명’ 선생의 설명이다.

회색빛 땅에 붉은빛이 스며 든다. 바람이 소슬해지면 칠면초, 해홍나물,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이 습지를 붉게 물들인다. ‘칠면초’는 싹을 틔어 꽃을 피울 때까지 일곱 빛깔로 변하는데, 가을에 빛이 가장 곱다. ‘퉁퉁마디’는 식물의 마디마디가 제 이름처럼 퉁퉁하니 귀엽다. 바다의 자양분을 한껏 빨아들여 ‘짠맛 나는 풀’ 함초라고도 불린다. 잎을 떼다 베어 무니 짭조름한 바다 향이 입안 가득 번진다. “예전엔 가을이면 염생식물이 붉은 융단처럼 깔렸는데, 지금은 사람이 하도 드나들어 풀이 나지 않아요.” 이들 염생식물은 천연 미네랄이 가득한 ‘바다의 약초’로,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습지가 육지화되면서 언젠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던 길을 멈추고, 빨갛게 피어난 풀잎을 들여다본다.

가는 길에는 노란 꽃이 가을 햇살을 업고 피었다. “무슨 꽃인지 아세요?” 사데풀이다. 민들레같이 생겨서 그리 알고 지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노란 꽃망울과 하얀 솜털이 보송하게 달린 씨앗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식물은 키가 100센티미터까지 훌쩍 크고 봄이 아닌 가을 한가운데 꽃을 피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다. 세상 그 어느 것이든 제 이름을 불러야 그 본질이 더 아름답게 빛난다. 꽃의 이름을,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가만히 되뇌어 본다.
갈대밭 틈바구니에는 해당화가 수줍게 피었다. 신선한 바람과 깨끗한 이슬로 빚은 걸까, 곱고 예쁘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당화는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용케도 찬바람 맞으며 여태껏 살아남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기 몫을 다해 피고 지는 꽃이 기특하다.

소래습지에는 8천 년 시간이 흠씬 배어 있다. 하지만 땅을 메우고 갯골 폭이 좁아지면서, 이제 한 달에 두세 번 겨우 물이 들어온다. 언젠가 더 이상 바닷물이 밀려오지 않고 땅이 메마르면, 그 안에 뿌리내린 생명도 사라질 것이다. 함초의 퉁퉁한 가지 사이에 숨어 있던 농게가 인기척에 놀라 커다란 집게발을 내밀며 도망간다. “자연은 아름다운 거예요.” 함께 습지를 걷던 ‘새 생명’ 선생의 말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칠면초
꽃말 : 단심(丹心) ‘속에서 우러나는 정성스러운 마음’
가을이면 습지에 붉은 주단을 펴는 염생식물. 천연 미네랄을 가득 품은 ‘바다의 약초’이기도 하다. 일찍이 영종도에서는 칠면초 씨를 받아 콩나물처럼 싹을 틔워 먹었다.



사데풀

꽃말 : 친절, 세력, 활력
“민들레 아닌가.” 꽃을 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자세를 낮춘다. 솜털이 보송하게 달린 씨앗은, 갯바람에 흩어져 공중 위를 떠돌다 다음 해 노란 꽃을 피울 것이다.



해당화
꽃말 : 이끄는 대로, 미인의 잠결, 온화
바닷바람과 안개의 심술에 시달리고 목이 말라도 물을 흠뻑 들일 수 없으리라.
들꽃은 사람에 의해 가치가 정해지는 온실 속 화초와 달리, 강인한 아름다움이 있다.
해당화는 꽃잎에서 장미향이 나고, 열매도 붉은색으로 예쁘다.



갯질경이
꽃말 : 청초한 사랑
바닷가가 좋아서 뿌리내린 것은 아니다. 같은 서식지에 사는 같은 종이어도 염도가 낮은 데 사는 개체가 더 잘 자라고 번식률도 높다.
갯질경이는 습한 곳에서 주로 살지만, 건조하거나 바닷물이 잠기는 곳에서도 자란다.


산조풀

산조풀·갈대
갈대 꽃말 : 친절, 순정, 지혜, 신의 은총, 끈기, 애정, 신의
산조풀과 갈대는 메마른 갯벌과 습지에서 자라는 볏과 여러해살이풀이다. 보통 억새와 갈대를 헷갈려 하는데, 해설사 분에 의하면 구분법이 간단하다. “물가에 사는 건 갈대, 산에 있는 건 억새. 또 잎맥에 하얀 줄이 있는 건 억새, 없는 건 갈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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