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해야 해서 하는 것 이다” 청년, 대장 김창수가 되기까지

2017-12-04 2017년 12월호

 
“해야 해서 하는 것 이다”
 
청년, 대장 김창수가 되기까지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인천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하는 동안, 인천 개항장을 통해 유입된 신문물을 익히며 항일운동가로서의 사상을 정립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평범한 청년이 민족 지사(志士) 백범 김구가 되기까지, 인천감리서 안에서 펼쳐진 625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키위컴퍼니
 

·
사형집행 3일 전,

목숨 살린 전화 한 통
 
“나는 그날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스물한 살 청년 김창수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인 쓰지타(土田)를 죽이고 체포된다. 그는 재판장에서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소리치지만, 해주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다 인천감리서로 옮겨져 사형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사형집행 3일 전, 고종황제가 전화로 사형을 중지하는 어명을 내려 목숨을 구한다. 하늘이 도왔다. 경성부에서 인천까지 전화가 가설된 지 3일 만의 일이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도 사형집행 날 살아났고, 노벨 평화상과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도 사형을 앞두고 새 삶을 얻었다. 다시 태어난 그날 이후 김창수는 죽는 날까지 ‘내 인생은 홍모(鴻毛)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목숨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겼기에, 그 어떤 위험이 닥쳐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연태 감독은 김창수가 자신의 삶을 버리고 나라를 택한 순간, 그 숭고한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
가장 낮은 곳에서,

민족의 대장으로
 
영화 ‘대장 김창수’는 평범한 청년이 민족의 지도자가 되기까지, 625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은 백범 김구의 일대기 중 널리 알려진 상하이 임시 정부 시절이 아닌, 인천에서의 감옥살이 시절에 주목했다. 충무로 이야기꾼으로 소문난 그는 소설가 김탁환과 함께 개항장 배경의 장편소설 ‘아편전쟁’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가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시대에 대한 공부였다. 옛 지도를 들고 인천감리서가 있던 자리와 개항장 거리를 직접 걸었다. 김창수가 감옥으로 끌려간 거리를 확인하고, 그가 느꼈을 심정을 헤아려봤다.
“결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건져 올린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는 백범 김구가 있기 전, 청년 김창수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을 이끌며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감동 있게 그린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소리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던 사람.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는 없는 것이 지금 이 나라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던 그의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고 이 시대를 관통한다.
 



·
‘백범 김구’ 만든

감옥에서의 625일
 
영화 ‘대장 김창수’에는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스크린을 꽉 채우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주연을 맡은 배우 조진웅은 당당한 풍채와 강인한 눈빛까지 김창수를 쏙 빼어 닮았다. 그는 고집 세고 혈기만 넘치던 청년이 민족의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민족의 위인을 연기한다는 부담감에, 역사 자료를 찾아보며 본인의 의식과 의지부터 굳건히 다져나갔다. 천만 분의 일도 감당할 수 없겠지만, 가슴 아픈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홀린 것처럼 진짜 그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의 오열하는 연기엔 모두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단지 연기일 뿐인데도 무섭고 겁이 났다. 그런데 김창수는 이 모든 일을 실제로 겪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라며 뜨거운 감정을 전했다. 그는 컷 소리가 난 후에도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배우 송승헌은 데뷔 21년 만에 첫 악역에 도전했다. 그는 나라를 버리고 일본 편에 선 인천감리서 서장 강형식 역을 맡아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간 본 적 없는 송승헌의 날카롭고 서늘한 눈빛이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1896년 조선시대 말, 인천감리서는 모든 것이 극명하게 부딪히는 혼돈의 장이었다. 일본 편에 선 감리서장 강혁식은 말한다. “감옥이 아닌, 지옥이 될 거다.” 하지만 김창수에게 그곳은 지옥이 아니었다. 그는 개항장을 통해 들어온 신문물을 익히고 글을 가르치며, 항일운동가로서의 사상을 바로 세웠다. 못 배우고 못 가졌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조선인들을 보며, 현실에 눈 뜨고 변화를 꿈꾸었다. 그리고 훗날 청년은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 백범 김구로 다시 태어난다.


 
대장 김창수 (MAN OF WILL, 2017)
2017. 10. 19 개봉
감독 이원태
배우 조진웅(김창수), 송승헌(강형식)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계정선택
인천시 로그인
0/250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