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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장사꾼’이 되살린 골목상권이 뜬다!

2018-02-01 2018년 2월호


'청년 장사꾼'이 되살린 골목상권이 뜬다!

인스타그램에서 트렌디한 공간으로 유명해진 곳, 바로 부평의 ‘평리단길’이다. ‘커튼 골목’이라고 하던 부평시장 뒷길이,
젊은 청년들이 모여 문을 연 카페와 음식점, 펍이 자리 잡으면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서울 ‘경리단길’에서 착안한 ‘평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지면서 썰렁했던 골목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글 김윤경 본지편집위원 │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청년 상인들이 만들어낸 ‘평리단길’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부평시장 방향으로 가는, 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의 작은 골목길.
상인들과 장을 보러나온 사람들 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했던 이곳에 2년 전부터 청년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골목 안에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젊은 상인들은 자신의 가게를 SNS를 통해 알렸고, ‘평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가게들이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권이 활성화되자 기존 상인과 지역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부평문화의거리 상인회 오석준 회장은 “지금 평리단길이라고 하는 지역은 미군부대가 있었던 1955년부터 상권이 형성된 곳이었다”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번영과 쇠퇴의 쌍곡선을 그려왔지만, 최근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부평상권
 
부평 상권 활성화의 일등공신은 미군부대와 수출공단이었다. 부평수출공단 근로자들이 주로 이용했던 부평시장은 1970년대 전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1960·70년대는 부평시장이 상권의 중심이었다. 1980년대는 부평 지역 곳곳에 시장이 새로 생기면서 부평시장에 집중되었던 상권이 조금씩 분산됐다. 덕분에 주변에는 수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뜨개질 골목, 커튼 도매 골목, 의류 골목 등이 터를 잡고 있다. 특히, 1979년에 개설된 부평로지하도상가에 이어 시장로터리지하도상가와 성일로지하도상가가 들어서면서 부평 지역에 지하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지하도상가 시대가 시작되면서 상당수의 소비자가 지하상권으로 흡수됐다. 이후 대형 슈퍼마켓과 백화점이 등장하면서 부평 지역의 상권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게 됐다.
 
 
젊은 청년들이 다시 바꿔놓은 상권
 
부평 지역의 볼거리로는 1997년 부평역 주변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주말이 되면 길거리 공연장엔 청소년에서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공연 문화를 즐기는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상권도 예전 같지 않았다.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이곳을 살려놓은 것은 청년 상인들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청년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썰렁하던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골목 안에 작은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를 차리고 SNS를 통해 홍보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발길이 급격히 늘어났다.
젊은 사장 대부분은 부평 출신. ‘평리단길’은 기존의 부평시장에서 품질 좋은 식재료를 마음껏 구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평리단길의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에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 달콤한 컵케이크 카페, 재즈 펍, 그윽한 커피 향 가득한 카페 등 인스타그램에서 이름을 날리는 스타 가게들이 숨어 있다.
 
 



1일 1메뉴 원칙의 일본 가정식

비스트로 땅콩

매일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 ‘비스트로 땅콩’은 평리단길의 대표 가게 중 하나. 일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10명이 앉을 수 있는 기다란 테이블이 먼저 눈에 띈다. 낯선 이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 어색할 법도 한데, 모두 익숙한 듯 테이블에 옹기종이 모여앉아 그날의 메뉴를 즐긴다. ‘원 메뉴’ ’원테이블’이 비스트로 땅콩의 특징이다. 불편할 듯도 한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정갈한 음식’과 ‘정성’이다. 깔끔한 테이블 매트 위에 차려지는 정성스러운 한 끼는 근사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들게 한다.
일본 음식 마니아라는 이유경(28) 씨와 김성훈(27) 씨는 연인이자 비스트로 땅콩의 젊은 사장이다. 음식 만들어 먹고 대접하는 걸 즐기다 보니 밥집을 차리게 됐다는 이들은 비스트로 땅콩이 편안하게 밥 한끼 먹을 수 있는 친구 집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란단다. “저희는 오픈 주방이에요. 친구네 집에서 친구가 밥하는 거 보면서 얘기하고 같이 만들어 먹는 느낌이었으면 하거든요.” 큰돈을 벌기보다는 감당할 만큼의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생각으로 단출한 메뉴로 짧은 시간 동안 가게를 운영하지만, 자주 찾아주는 손님들이 제법 늘었다고. “우리 가게엔 전화가 없어요. 단골들이 메뉴를 미리 알고 싶다고 해서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인데,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주시니 늘 감사하죠.”
 



 
모양만큼 사랑스러운 달콤함
베란다 컵케이크

골목 안 낡은 느낌의 민트색 출입문이 시선을 먼저 잡아챈다. 건물 2층에 자리해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계속 들르게 되는 곳, 디저트 카페 ‘베란다 컵케이크’다. 매장에 들어서면 거리를 향해 난 시원하고 널찍한 베란다 창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액자 프레임인 듯 골목길의 풍경이 창 안에 오롯이 담긴다.
친정엄마의 어깨너머로 배운 컵케이크 솜씨가 지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가게를 차리게 됐다는 최민화(35) 씨. 자신의 아이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컵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100% 우유 버터와 직접 만든 과일 퓨레 등 최상급 재료만 사용하고 있단다.
“외국 컵케이크는 엄청 달지만, 저희 것은 많이 달지 않으면서 촉촉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베란다 컵케이크’는 빵의 품질 유지를 위해 매일 정해진 수량의 빵을 만들어 내는 홈 메이드 방식의 컵케이크 전문점이다. 이 때문에 매장은 다양한 컵케이크를 만드는 작업실이자 카페인 셈. 분위기가 밝고 아늑하다. 최 씨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낡은 LP판과 독특한 전구, 아기자기하고 빈티지한 소품 등을 이용해 매장을 직접 꾸몄다.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는 방의 벽을 모두 철거하지 않고 일부분 남겨두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덕분에 달콤한 냄새로 가득한 편안한 공간이 생겼다.
 



 
재즈 선율과 맥주가 어우러진 밤
창고 재즈펍

푸른빛 간판이 돋보이는 재즈펍 ‘창고’. 세련된 음식에 가벼운 맥주, 칵테일 한두 잔을 더하며 분위기 있는 밤을 꾸미기 좋은 곳이다.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창고의 대표 메뉴인 감바스와 창고파스타는 술에 곁들이는 음식이 아닌 ‘요리’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창고’를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재즈 펍’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창고’에서는 주말마다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김현석(26) 씨와 작곡을 하는 정병민(28) 씨는 아티스트들과 대중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창고’는 실험적인 공간이에요. 대형 기획사를 낀 아티스트들은 세상 사람들과 교감할 통로가 많지만,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일반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없어요. 창고 재즈펍은 대중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아티스트들에게 쓰임새가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아티스트와 대중이 좀 더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매개체로 음악과 문화를 전파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가게를 열었다. 물론 지금은 음식 맛이 너무 좋아 ‘맛’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음악’이 좋아서 찾았는데 음식도 맛있네, 라는 평가를 받고 싶단다. ‘창고’를 단순히 ‘펍’으로만 부르기엔 아쉬운 이유다.
 
 

나만 알고 싶은 곳
오늘여기우리

커피를 마시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는 곳. 비오는 날은 비오는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기분 좋은 3층. 창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햇살에 반해, 사람들이 드나들기 좋은 1층이 아닌 3층에 덜컥 자리 잡게 됐다는 카페, ‘여기오늘우리’. 층계 입구에 수줍게 걸려있는 조그만 간판은 그냥 지나치기 쉬울법한데, 사람들은 소문만으로 잘도 찾아온다. 찾아오기 힘들었다는 말에 주인장은 “주변 간판은 모두 크고 화려하잖아요. 저희까지 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라고 답한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의 주인장 김태영(29) 씨처럼 카페 안은 함께 온 사람과의 얘기에도, 혼자만의 시간에도 집중할 수 있는 소박하고 따듯한 분위기다.
카페 이름이 독특하다고 하자, 예쁜 카드 한 장을 내민다. ‘내일을 위해 사느라 잊었던 오늘, 언젠가의 꿈을 꾸느라 잊었던 여기, 땅만 보며 걷느라 잊었던 우리’. 태영 씨의 여자 친구 김단비(29) 씨가 만들었다는 카드에서는 촉촉한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오랫동안 커피 관련 공부를 해왔던 태영 씨는 그윽한 향의 커피를 만들고, 단비 씨는 플로리스트 솜씨를 발휘해 카페를 편안한 공간으로 바꿔 놨다. “저희는 공간도 작고 메뉴도 간단해요. 그냥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오셔서 책도 읽고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것으로만 가득 채우고픈
Boful(보풀) Cafe
건물 앞에 잔잔하게 깔려있는 초록색 인공잔디가 성급한 봄소식을 기대하게 만든다. 초록색에 이끌려 총총히 계단을 올라가면 잔잔하게 퍼지는 커피향과 함께 널찍한 카페가 한눈에 들어온다. 편안함과 따스함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카페. 곳곳에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는 옷과 소품들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커피 관련 일을 해온 이서인(33) 씨와 회사에서 패턴사로 일하고 있는 김지희(33) 씨가 함께 만든 공간이라, 카페와 옷 매장이 공존하는 숍인숍 형태를 갖추게 됐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 씨는 커피의 매력에 빠져 커피 관련 일을 오랫동안 했다. 2012년부터 작전동에서 Boful 카페를 운영하다 지난해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장 안에 직접 로스팅하는 공간과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이 씨의 커피에 대한 사랑은 뜨겁다. “유행을 좇는 메뉴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메뉴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 씨는 좋은 재료는 물론이고 커피를 만들 때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신념이 옛날 작전동 카페 시절의 단골들이 이곳을 찾게 만드는 이유다. 두 명 이상 모이면 개별 스케줄에 맞춰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을 진행하고, 매달 원데이 클래스(무료 교육)도 실시한다는 그녀의 얼굴엔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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