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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이 된 옛 창고 농익은 시간의 마력

2018-02-01 2018년 2월호



스크린이 된 옛 창고

농익은 시간의 마력
 
때론 오래된 것이 더 새롭고 아름답다. 인천은 과거와 미래가 조화로운 도시, 최초와 최고가 공존하는 도시다. 시간의 흔적을 온전히 보듬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을 찾아간다. 그 두 번째로, 120년 된 옛 창고 건물에서 스크린 속 환상과 현실을 열어가는 ‘인천영상위원회’를 찾았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인천영상위원회 앞에서 임순례 감독

도심에서 골목으로,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인천영상위원회가 주안 도심 한복판에서, 개항장에 있는 1900년대의 옛 건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인천영상위원회의 강석필 사무국장은 오래전부터 이 건물에 관심을 두었다. “10여 년 전, 처음 이 건물을 보고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화를 하는 사람들에겐 창의성과 사고의 유연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영상위원회가 터를 잡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천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 분 일 초 켜켜이 쌓여온 시간. 낮은 지붕에 떨어지는 햇살, 골목길에 나부끼는 바람조차 앵글에 담기면 아름다운 영상으로 펼쳐진다. 인천영상위원회는 이러한 인천의 로케이션을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CF 등의 영상물을 유치하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영상위원회 위원장인 임순례 감독은 고향 인천을, 시간의 깊이에서 비롯된 ‘아우라’가 있는 도시라고 말한다. “현대적인 도시 이면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는 한국에서도 굉장히 드물어요. 그 공간적 자산을 영상으로 끌어들여 인천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이 일대에 안착하니, 사업을 더 안정적으로 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듭니다.”
 
 
 
시대와 시대를
이어 붙인 건물
 
역사의 시간이 씨실과 날실로 엮인 세월이, 자그마치 120여 년이다. 그만큼 오래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 일본인 가와바타가 소유했던 창고로 알려져 있다. 이 일대를 매립하기 전에 세운 것으로, 건물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개항 당시 일제는 바닷가에 창고를 만들어 우리의 피와 땀이 서린 미곡을 가득 쌓아놓고 탐욕을 채웠다. 아픈 역사가 깃든 창고 건물은 훗날 인천건축사협회에 오랜 기간 자리를 내주었다. 인천영상위원회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수년간 비어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아침 바다’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세월이 내려앉은 낡은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건축재생공간’의 이의중(37) 작가다. 그는 3년 전, 개항장 뒷골목에 아카이브 카페 ‘빙고(氷庫)’를 열고 이 일대에 건축 재생의 새바람을 몰고 온 인물이다. 그는 건물을 보는 순간 놀람과 호기심이 일었다. “외관을 보면 출입구의 문틀은 돌을 깎아 만들었고, 창문은 마름모꼴로 멋을 부렸어요. 보통 미곡 창고는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 만들지 않아요. 이 공간이 궁금해졌습니다.”
안으로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었다. 밖에서는 한 건물인데 들어서니 시대별로 지은 네 건물이 이어져 있었다. 붉은색 벽돌 건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두꺼운 나무로 뒤덮였다. 세월을 지탱하기 위해 덧대고 기워놓은 것들을 걷어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 안에 숨어 있던 시간의 흔적을 찾아내 세상 앞에 새로운 빛을 보게 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천 이야기
 
120여 년의 시간이 고인 옛 창고에는, 오늘 새로운 영상문화가 움트기 시작했다. 인천영상위원회 건물 1층에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한류영상콘텐츠관’이 있다. 그 안에는 인천에서 촬영된 영상물 DVD를 비롯해 관련 서적과 대본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특별한 시선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선보이는 ‘별별 시네마’ 코너도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 인천. 우리나라 역사 한가운데 있던 인천에는 깊은 시간의 흔적이 스며있다. 임순례 감독은 인천 사람으로서, 또 영화인으로서 인천의 원도심이 낡고 허물어진 그대로, 매력적인 모습을 유지하길 바란다. “시간의 깊이가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란 쉽지 않아요. 그 어떤 미술과 특수 효과로도 표현할 수 없지요. 역사란 급조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달 그의 새 영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가 개봉한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배우 김태리를 주연으로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촬영했다. 임 감독은, 전에는 몰랐던 고향 인천에 대한 매력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그의 작품 속에 우리네 삶이 굽이굽이 살아 숨 쉬는 동네와 골목의 풍경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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