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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제로 문화적 ‘딴짓’ 예술적 ‘별짓’
인천 주제로 문화적 ‘딴짓’ 예술적 ‘별짓’
장한섬
사진 김보섭 │ 글 유동현
화도진도서관에서 서너 번 그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때마다 같은 질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 웬일이에요.” 그도 늘 같은 답변을 한 것 같다. “공부하러요.”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그곳에서 우연히 서너 차례 만났다면 그는 향토사 전문 화도진도서관의 ‘죽돌이’라는 얘기다.
‘플레이캠퍼스’ 장한섬(43)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저녁, 중구 항동 한중문화관 무대에 ‘김정호, 굴뚝 위의 하얀나비’를 올렸다. 산업화의 상징인 인천 굴뚝 위에 김정호를 세운 기발한 작명(作名)에 끌렸다. 무엇보다 한 번은 티켓을 ‘사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발동해 현장을 찾았다. ‘새벽길’ ‘작은 새’ ‘이름 모를 소녀’ ‘달맞이꽃’ 등 김정호의 노래 10곡을 소프라노 이소연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불렀다. 담백했다. 그가 많이 궁금해졌다.
그는 1975년 부평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서영춘, 구봉서를 싱크로율 100%로 흉내 내 친구들을 자주 넘어가게 했다. 엿장수 장단을 즉석에서 복기해 엿장수 아저씨에게 아예 가위를 넘겨받을 정도였다. 학교에서는 서로 조합되지 않을 듯한 오락부장, 도서부장, 응원부장을 동시에 도맡았다. 그만큼 문화적 ‘싹수’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풍물패가 되어 문화판을 살짝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 6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접은 후 틀어박혀 2001년 장편소설 ‘유리 그늘’을 쓴 데 이어 ‘구름, 닻을 내리다’를 출간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쓰레기’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거름이 되었고 후에 ‘희곡’ 창작으로 이어졌다.
그는 인터뷰 장소에 허겁지겁 도착했다. 북성포구 살리기 시민모임 운동에 참여하고 온 길이었다. 요즘 그를 무대나 공연장 밖에서 보는 게 어렵지 않다. 그의 이름 앞에는 시민운동가, 희곡 작가, 연극 연출자, 공연 기획자, 풍물패 단원, 소설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인천’이란 무대에서 종횡무진 혹은 좌충우돌이다.
2009년 그는 오랫동안 닫혀 있던 경동 싸리재 옛 돌체극장의 조명을 다시 켰다. 원래 얼음 창고였기에 사시사철 한기 도는 그곳을 ‘플레이캠퍼스’ 사무실이자 공연 무대로 ‘핫’하게 만들었다. 책을 탐독하고 사람을 만나고 지역을 훑으며 ‘인천’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마친 시점이었다. 이제 그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주(變奏)하고 싶은 욕구가 발동해 공간이 필요했다. ‘플레이캠퍼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곳에서 놀고, 만들고, 올리고 그리고 계속 공부했다.
늘 뭔가 하긴 하는 것 같은데 뭘 한 거지. 이참에 그의 ‘행적’을 훑어 봤다. 인천지역의 문화 역사 공부 모임 ‘배꼽주인’을 운영하면서 ‘인천은 항구다’를 외치며 함께 발품 팔 기행단을 이끌었다. ‘이미자&패티김의 도시미학’ 시민 강좌를 열었고 인현동 화재 학생 희생자 추모제를 매년 주관한다. ‘소설가 구보 씨의 자전거’를 창작 공연했고 주부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극단의 국악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배호 스물아홉 청춘’ 시민음악회를 자유공원 야외에서 공연했고 지역 도서관에서 클래식 인문학 ‘거슈인, 재즈의 셰익스피어’ 강의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물었다. “어디 갈 거예요?” 그가 짧게 대답하고 긴담모퉁이길로 향했다 “율목도서관요.” 그는 오늘도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문화적 ‘딴짓’과 예술적 ‘별짓’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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