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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캐릭터, 열 유명인 안 부럽다
2018-03-02 2018년 3월호
잘 키운 캐릭터,
열 유명인 안 부럽다
카카오프렌즈,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다. 유명세에 힘입어 21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다양한 제휴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잘 만들고 잘 관리된 캐릭터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유명인 모델을 내세우지 않고도 상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인지도와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캐릭터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발에 치중할 뿐 활용 전략과 체계적인 관리 부재로 지역민들조차 캐릭터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외 지자체 중 캐릭터를 모범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 살펴보고, 최근 발표된 인천의 새 캐릭터 개발 과정과 활용 계획에 대해 알아본다.
글 이종선 시 브랜드전략팀장 │사진 셔터스톡



구마모토의 부흥을 부른
‘구마몬’
2010년 3월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일본 구마모토현은 지역을 알릴 방법을 고심했다. 처음에는 로고 개발을 추진했으나, 캐릭터가 더 뛰어난 홍보수단이라는 프로모션 디렉터의 조언에 따라 방향을 바꿨다. 캐릭터 이름 구마몬은 곰을 의미하는 ‘구마’라는 단어가 지역 이름과 같은 점에 착안했고, 여기에 사람을 뜻하는 구마모토의 사투리 ‘몬’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구마모토현은 캐릭터 ‘구마몬’을 철저히 의인화했다. 구마몬 홈페이지(www.kumamon
-official.jp)에 따르면, 구마몬의 생일은 3월 12일, 성별은 수컷이 아닌 남자, 특기는 구마몬 체조와 서프라이즈를 발견해 알리는 일이다. 직업은 구마모토현의 영업부장이다. 구마몬은 재미있고 익살맞은 말투와 몸짓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지역행사를 쫓아다닌다.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사무실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구마몬의 성공은 구마모토현의 위상을 높였고 관광객 증가와 캐릭터를 통한 상품 매출 증대라는 커다란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 브랜드종합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47개 현 중에서 2011년 32위에 지나지 않았던 구마모토현의 인지도가 2014년 1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015년 구마모토를 찾은 관광객은 2014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구마몬 관련 상품의 매출도 2012년 2,935억원이던 것이 2016년 1조2,825억원으로 5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구마몬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은 단순한 디자인,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실질적 활용, 상표 무료화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검은 몸과 빨간 볼 등 디자인을 단순화해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여러 장소에 나타나 인간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어 나갔다. 덧붙여 구마몬 디자인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제휴사업도 가능토록 했다.


베를린의 상징이 된
‘버디 베어’
독일 베를린의 기차역과 중심가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것이 있다. 앞발을 위로 바짝 쳐든 곰 모양의 조형물이다. 배에 지도를 그려놓은 곰도 있고, 만국기를 그려놓은 곰도 있다. ‘어린 곰’이라는 베를린 말에서 따 온 베를린의 상징 ‘버디 베어(Buddy Bear)’다.
베를린의 도시 문장에 들어가 있던 곰이 도시 이미지로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독일 통일을 계기로 헤어리츠 박사 부부가 거리예술 행사로 기획한 것이 시초다. 2001년 6월 우정과 희망을 표현하기 위해 두 발을 들고 있는 곰을 기본으로 총 4가지 형태의 조형물 100여 개를 시내 곳곳에 설치했다. 2002년부터는 각국의 문화 그리고 종교 간의 관용과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124개국의 작가들이 다양한 모습의 곰 조형물을 만들어 전 세계를 돌며 전시하는 유나이티드 버디 베어(United Buddy Bear, 국내명 ‘아름다운 버디 베어’)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2005년 10월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된 ‘아름다운 버디 베어’ 행사에서는 140여 개의 버디 베어 조형물 가운데 남한 버디 베어와 북한 버디 베어가 평화롭게 나란히 서있는 모습도 선을 보였다.
버디 베어는 독일인의 지혜로움과 우직한 성향을 반영한 도시 상징물로, 도시 마케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를린의 손님맞이 캐릭터로 활약하고, 분단의 역사를 지닌 도시에서 탈피해 평화의 상징이 된 도시 이미지를 홍보한다. 또한 도시 곳곳에 서로 다른 모습의 곰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인천의 새 캐릭터
‘등대를 사랑하는 점박이물범 친구들’
2017년 12월 28일 인천은 새로운 캐릭터인 ‘등대를 사랑하는 점박이물범 친구들’ 디자인을 발표했다. 2016년 11월 말부터 기존 상징물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캐릭터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시 상징물관리위원회, 시민들과 함께 캐릭터 후보군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해왔다. 그 결과 호감도, 적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등대와 점박이물범이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스토리텔링, 사실적 요소의 단순화, 의인화 및 형태 변화, 다양한 표정 변화 등 총 6개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디자인 후보 안이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인천 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인과 외국인에게도 선호도를 묻는 과정을 거쳐 최종 디자인과 캐릭터별 스토리를 발표했다.
캐릭터 이름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했다. 등대의 이름은 ‘등대리’다. 대한민국 최초의 불빛인 팔미도 등대의 후손으로 인천의 길을 밝히는 든든한 지킴이다. 늘 뒷짐을 진 채 묵묵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치명적인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점박이물범 친구들 중 첫째는 ‘버미’다. 백령도를 주름잡다가 이제는 본토에 진출해 인천을 지키는, 호기심 많고 씩씩한 점박이물범이다. 둘째는 ‘애이니’다. 등대를 사랑하고 모자 수집과 수염 정리가 취미인,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점박이물범이다. 셋째는 ‘꼬미’다. 키는 가장 작지만 운동은 가장 잘하는 장난꾸러기 꼬마다.
인천의 새로운 캐릭터 ‘등대를 사랑하는 점박이물범 친구들’은 시민과의 소통 도구이자 인천의 도시 이미지를 실체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누구나 자유롭게 캐릭터를 활용해 개개인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갖춰 캐릭터와 시민들 간의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인천의 캐릭터 마케팅은 이제 시작이다. ‘등대를 사랑하는 점박이물범 친구들’이 인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해 구마모토현의 ‘구마몬’에 못지않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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